<일주 일기>이면서 <1주 일기>이기도 합니다.
패디스 마켓에 방문했다. 생일인 친구에게 줄 엽서를 사기 위함이다. 여행지에서 엽서를 종종 보내주곤 하는 친구 J는 생일선물로 엽서 한 장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필요한 것이 없냐고 몇 번이고 물었지만 역시나 대답은 예상한 대로다. 소박한 친구다.
Capitol square에 위치한 스타벅스에 자리를 잡았다.
이 날 오후 6시의 시드니에는 시원한 바람이. 눈앞으로 땡땡 소리를 내며 지나는 Light rail도 낭만적이다.
오랜만에 펜을 잡고 엽서를 쓰니 어떤 말을 써야 하나 고민이다. 사실 엽서를 쓸 땐 생각 없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쓰는 버릇이 있는데 생일 엽서인 만큼 정성을 들이고 싶다. 하지만 또 어느 순간부터 마음대로 갈기고 있는 내 모습.
저녁 6시 30분이 다가온다. 스타벅스 바로 옆의 Capitol Theatre에서는 「Beauty and the Beast」 공연이 곧 시작될 예정이다.
어린 시절 가장 좋아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단연코 미녀와 야수였다. 당시 살던 아파트의 옆집 아주머니는 내게 미녀와 야수 비디오를 선물했는데 몇 번이고 되감기를 하며 봤던 기억이 난다. 그때 처음 만난 여주인공 ‘벨’은 내게 가장 멋진 디즈니 공주였다. 노란 드레스를 입고 왕자와 춤을 출 때 보다 흰 셔츠에 파란 원피스를 입고 책을 읽는 벨의 모습을 더 좋아했다. 거기에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캐릭터라고 생각하는 이 빠진 어린 찻잔, 칩도 빼놓을 수 없지! 주제곡도 물론이고.
어린 시절 나의 멋진 친구들이었던 미녀와 야수를 이런 기회로 만나게 되다니. 어린아이처럼 마음이 붕 뜬다. 극장 안에는 나이불문하고 많은 이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한껏 차려입고 뮤지컬을 보러 온 아이들은 공주처럼 포즈를 취한다. 멋진 동화는 세월이 흘러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구나.
수없이 비디오를 봐서일까. 영어는 못 알아듣는데 대사가 저절로 재생된다. 애니메이션에서도 그랬듯 뮤지컬에서도 양초선생과 시계선생은 약방의 감초 역할이다. 익살스러운 저 말투와 몸짓은 극이 진행되는 내내 관중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많은 이들의 환호를 받는 배역은 칩이다. 작은 찻잔 사이로 귀여운 칩의 얼굴과 목소리가 등장할 때의 귀여움에 소리를 지르는 수많은 어른들. 역시 귀여운 건 만국공통으로 사람의 마음을 녹인다.
미녀와 야수가 성에서 춤을 추는 장면에서 포츠 부인이 「Beauty and the beast」를 노래할 땐 눈물이 찔끔 맺혔다. 어린 시절이 그리워서일까. 장면이 감동적 이어서일까.
전자에 더 가깝다. 나이 드는 것이 싫은 것이 아닌 어린 시절의 동심을 그대로 가지고 살아가고 싶은데 그게 되지 않아서. 나이가 들수록 책임져야 하는 것들이 부담스럽게 느껴져서. 그래서 어린 시절 심심할 때마다 생각 없이 만화를 시청하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서 맺힌 눈물이다. 조금은 청승맞은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