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에서의 마지막 아침, 코스탈 워크를 조깅하다.

<일주 일기>이면서 <1주 일기>이기도 합니다.

by 지수



18.

시드니에서의 마지막 아침, 코스탈 워크를 조깅하다.




20231016_091018.jpg Hills Bros Café
20231016_091707.jpg Babyccino




피곤한 아침이다. 결국 몇 페이지 읽지 못한 책 『H마트에서 울다』을 반납하고 커피를 마시러 가는 길. Hills Bros Café의 테라스 자리에 앉아 QR코드로 주문한 오늘의 커피는 Babyccino다. 용량이 작은 카푸치노다. 베이비치노라니, 이름부터 앙증맞아!



오전에는 코스탈 워크를 조깅할거다. 며칠 전 만난 인도네시아 친구가 알려준 장소이기도 하다. 그는 내게 갭 파크(Gap park)와 본다이 비치(Bondi Beach)를 언급하며 가본 적 있냐고 물었다. 알아본 것 하나 없이 시드니를 왔으니 그가 말하는 장소는 처음 듣는 장소들이다.




20231016_094050.jpg 오전 9시 45분, 왓슨스베이행 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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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큘러 퀘이(Circular quay)에서 9시 45분에 출발하는 왓슨스 베이(Watsons bay) 행 페리를 탔다. 부두에 앉아있을 땐 울렁거렸는데 배가 출발하니 멀미가 빠르게 가라앉는다. 빠르게 달리는 페리는 푸른 바다를 거침없이 헤치며 달린다.


일부 시드니 사람들은 배를 타고 출근한다. 그들이 출근하듯 나도 오랜만에 운동하러 왓슨스 베이로 ‘1일 출근’을 한다. 시간은 오전 10시. 혼자만의 유연근무제로 출근 중이다.




20231016_095919.jpg 로즈이 앞의 요트들





배는 로즈 베이(Rose bay)를 거쳐 왓슨스 베이로 간다. 로즈 베이에는 수많은 요트들이 바다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울렁이고 있다. 어제 다녀온 NSW 아트 갤러리에서 만난 한 그림처럼 보인다. 이탈리아 화가인 Cesare Maggi의 「Morning of the holy day」(1905)라는 그림이.

충분히 멋진 작품이다. 하지만 지금 내 눈 앞에 펼쳐진 이 현실의 풍경은 더욱 빛을 반짝이고 있다.




20231014_133416.jpg Cesare Maggi의 「Morning of the holy day」(1905)





The Gap



20231016_101940.jpg The Gap 앞의 풍경
20231016_102821.jpg The Gap




바다와 절벽이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진다. 끝이 없어 보이는 저 바다는 막히지도 않은 숨통을 트이게 한다. 파도가 절벽에 부딪혀서 나는 소리와 새들이 깍깍- 우는 소리의 조화는 자연이 실시간으로 만들어 내는 음악, 그 자체다.

함께 여행 온 부자지간은 절벽과 바다가 펼쳐진 것을 보며 감탄을 한다. 절벽을 감상하기에 좋은 의자에 앉아 멋진 미소를 지닌 아버지는 아들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순간을 즐기고 있다.




Bondi Beach & Coastal Walk



20231016_114244.jpg Bondi Beach의 명상가




본다이 비치에는 수많은 서핑객들로 북적인다. 서핑 보드를 들고 거침 없이 바다로 달려가는 서퍼들을 보니 마음 한 곳에서 푸른색의 시원함이 퍼지는 듯 하다. 물에 대한 공포가 있는 나에겐 그들의 돌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속 짐을 덜어낸 마냥 후련해진다.


코스탈 워크를 향해 가는 중, 해변 앞 잔디에 앉아 자신만의 명상 시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보았다. 보는 사람조차 차분하게 만드는 평온한 기운이 흘러나온다. 병원 근무를 하며 심적으로 굉장히 힘들 때에 가장 좋은 해결책이 되어주었던 아침 명상. 가부좌 자세로 무릎에 양 손을 편안하게 얹은 채 미동도 없이 이완 중인 그녀를 보니 나도 잊고 있었던 아침 명상을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이 피어오른다.




20231016_114917.jpg Coastal walk의 시작점




본다이 비치는 코스탈 워크(Coastal walk)의 시작점이다. 이 길을 걸으며 주변의 해변들을 감상할 수 있다. 원래 목표는 코스탈 워크 전체를 조깅하는 거였지만 브론테 비치(Bronte Beach)까지만 걸어볼 생각이다.

뛰다 걷다를 반복했다. 내리막일 때는 천천히 걷고, 오르막일 때는 더 천천히 걷는다. 뛰는 건 오직 평지일 때만이다. 가는 길 내내 펼쳐지는 바다의 풍경이 장관이다. 타마라마 비치(Tamarama Beach)부터 브론테 비치까지는 달리기 좋은 길이 이어진다. 머리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본다이 비치까지 오는데 수많은 우여곡절로 약간은 지친 상태다. 조깅을 하며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니 지쳤다는 감정을 개운함이 뒤덮어준다. 점차 조깅에 집중하게 되면서 머리속에 둥둥 떠다니는 잡생각들도 다 사라진다.




20231016_120618.jpg Bronte Beach




밀려오는 바다 소리, 얼굴과 등을 적신 땀, 뜀박질로 인해 약간의 단단함이 느껴지는 다리.
지금 이 순간, 이 곳에 오롯이 존재하는 멋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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