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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Sep 13. 2021

죄송합니다. MZ세대에서 탈락하셨습니다.

MZ세대 탈락자의 변명

MZ세대는 시간을 잘 활용하기 때문에 2,000자 넘는 글은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MZ세대 맞춤 글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만 굵은글자로 퇴고했다.                                       - MZ세대 탈락자 -




 MZ세대에 대한 관심도 많고 관련 정보도 넘쳐난다. 주말에 아내와 MZ세대에 대한 대화를 하다가 세대에 대한 생각을 잠시 고민해 봤다. 최근 MZ세대에 대한 바른 이해라는 주제의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정의로만 따지면 80년생까지 포함된다. 참고로 난 79년생이다. 얼마 전 후배가 사무실에 있는 동료 중 대부분 MZ세대에 해당되는데, 나 보다 상급자 한 명과 나만 빠진다고 알려줬다. MZ세대가 별 것도 아닌데, 아쉬워서 좀 끼워달라고 했더니, MZ세대 특징 중 하나가 특정 집단에 포함 여부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야 하는데, 나는 질척거렸으니 MZ세대에 절대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우스갯소리를 주고받았는데 MZ세대에서 탈락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MZ, Z, Y, X, 베이붐 세대를 나누는 것에 대해서 그리 좋게 보지는 않았다. 시대적 환경과 사회문화적 취향을 구분하다 보니 파생되었을 뿐 큰 의미는 없고, 단지 구분한 세대 간의 갈등이 없기만 바라는 편이다. MZ세대에 탈락했다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절대 아니다.




 소크라테스도 요즘 것들은 버릇없다고 말했고, 기성세대는 늘 '요즘 것'에 대해 불평을 많으며, 요즘 것들은 '꼰대'에게 불만을 가진다. 사실, 내가 어느 범주에 속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여간, 과거로부터 세대 간의 갈등은 늘 존재했다. 갈등 속에서 발전도 있지만 마찰로 인한 아픔과 고통까지 이어지는 현실이 싫었다. 어느 조직이나 단체도 세대 간 갈등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다양한 노력을 하는데,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은 경청을 기반으로 한 소통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뻔한 이야기이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대부분 자기 조직에 대한 평가를 할 때 소통보다는 불통에 가깝다고 말한다. 결국,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계속 확인하고 다양한 관점으로 소통여부를 따져 봐야만 지속하고 만족할 수 있다. 아직도, 일방통행이 소통인 줄 아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내가 특별하게 소통을 잘한다는 것이 아니다. 소통하고 싶어서 집중하고, 경청을 위해 노력하지만 가끔 내 이야기를 앞 세운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내 이야기를 앞세우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자신이 대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알지 못하는 인물들이 주변에는 많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로 우리 둘째가 그렇다. 괜찮다 네 살이니까. 하지만, 어린 둘째도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엄마, 아빠가 잘 듣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한다. 게다가 엄마와 대화를 한번 시작하면 얼마나 사랑을 하는지 '엄마'를 스무 번 이상 부른다.


"엄마, 내 얘기 들어봐. 엄마. 있잖아. 엄마. 솜사탕이 먹고 싶어요. 엄마. 솜사탕 사주세요. 엄마. 엄마. 엄마."


너의 작업실


 자신의 말이 상대방에게 잘 전달되는지 항상 확인한다. 말을 하는 사람은 듣는 사람이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헤아리면서 말해야 하는데, 본능적으로 잘 익힌 것 같다. 문제는 계속 엄마를 찾아서 시끄럽다는 거다. 말이 너무 많아서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엄마라고 그만 부르고 혜진 씨라고 부르도록 하니, 대화에 엄마와 혜진 씨가 넘쳐난다.


 "엄마, 여기 봐봐. 혜진 씨~~ 있잖아. 혜진 씨~~. 초콜릿이 먹고 싶어요. 엄마. 식혜도 주세요. 빨리 주세요. 예쁜 혜진 씨~~ 착한 혜진 씨~~ 듣고 있어요?" 


 허투루 듣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니 스스로 더 노력을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달라는 의미로 예쁘고 착하다는 수식어까지 찾아온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전달하려면 그만큼 노력이 필요하다. 그냥 내 생각을 이야기하고 주입하려 해 봤자 받아들이는 사람은 화자가 성인이나 위인도 아닌데 집중할 일이 없다. 아니면 평소 사랑하는 사이라면 모를까. 상대방 이야기를 경청하는 건 쉽지 않다. 회의 때 노트에 남아있는 낙서가 방증한다.


 네 살 둘째 딸도 본능적으로 익힌 소통 방법을 우리는 너무 모른다. 그냥 자신의 의견만 내뱉으면서 소통이 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더하여 세대를 구분해서 각자 자신의 세대에 걸맞은 말만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세대를 구분하는 데 앞서서 다른 세대와 나이, 성격을 차치하고 소통이 우선 되어야 하며, 소통을 위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다. 나도 MZ세대와 소통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누구나 좋아할 법한 말 많고 시끄러운 네 살 꼬마를 글 속에 모셔다 놓고 생각을 건넨다.

BPM 150 이상


 사실 나는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고 소유보다는 공유를 우선하며 경험을 중시하는 특징이 있고, 구매하는 물건에 사회적 가치나 특별한 메시지를 담기를 좋아하며, 가격보다는 취향을 선호'하는 MZ세대 특징에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1년 빨리 태어난 어쩔 수 없는 현실과 억지로 MZ세대에 끼어들려고 했던 야망으로 인해 탈락한 게 속상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도 혹시 이 글을 읽는 MZ세대가 있다면, 먼저 다가와서 '당신은 MZ세대 비슷해요'라고 사랑스러운 말을 건네줬으면 좋겠다.


덧+) 내년에는 수백여 명의 MZ세대와 매일 소통해야 하는데, 벌써부터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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