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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Nov 04. 2021

[천자서평] 그가 보낸 말, 평행이론

없던 오늘_유병욱

 동명이인 중 유명한 사람이 몇 명 있다. 그중 코로나 창궐 이후 방송 출연이 많은 의사 선생님보다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게다가 글 모임 친구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라며 알려 줬고, 최근 아내가 '없던 오늘'을 구입하여 다 읽고 넘겨줬다.


 몇 번 우연이 겹치고 건네받은 책을 읽었다. 읽기 전 독서평을 하나 봤는데, 문장 호흡이 짧다며 부정적으로 표현했다. 독자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무시하고 가볍게 읽었다. 결론은 유병욱 작가에게 크게 공감했다. 몇 단락은 생각이 비슷하다 못해 내 머릿속에서 맴돌던 생각을 글로 대신 표현해 준 느낌까지 받았다. 유명인과 같고 싶다는 욕구로 따라 할 수도 있기에 비판이 아닌 비난적 시각을 들이댔지만 연신 고개만 끄덕였다. 잘 읽었다. 아니 잘 읽고 있다. 책상 한 편에 두고 시간 날 때마다 읽고 싶다.


 작가의 문체는 개성이 살아있는 데, 부정적인 리뷰를 쓴 사람은 정형된 틀을 좋아했던 것 같다. 아마도 그분은 하루키도 싫어할게 뻔하다. 하여튼, 좋은 글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작가 인스타 계정에 댓글을 남겼더니, 네 음절 단문 답이 왔다. 순간 불끈했지만 다시 생각했다. 글 모임에서 다른 작가가 댓글을 달아도 답글을 바로 못써서 좋아요만 눌러 놓는 시답지 않은 작가 놀이를 하고 있는 나를 돌아봤다. 유명 카피라이터이자 작가가 댓글에 좋아요만 눌러도 황송해야 하는데, 댓글까지 읽고 최고 수준의 발상을 통해 예의를 갖춰줬음에도 내가 멍청했다. 덕분에 책에서 느낀 감정을 일상에서도 느꼈다.


 이제는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해 이전에 출간한 책도 읽어야겠다. 게다가 누군가 이 책이 혹시 당신이 출간한 책이냐고 물어보면 3초 정도는 고민할 것 같다. 동명이인이면 경쟁심도 생길 수 있는데, 경쟁할 필요를 느낄 수 없게 해 줘서 고마울 뿐이다. 최근 들어 좋은 책을 만나면 작가를 찾아보게 된다. 이 현상은 그렇게 혀를 차면서 바라보던 '덕후로 가는 길'인데, 마흔이 넘어 이해하게 되었다.


* 아내 구매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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