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고 싶다는 말 자체가 어이없다. 감히. 게다가 엑스 염색체가 하나뿐이라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엄마별별일기를 읽고 작가 같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렇다고 책에 멋진 엄마 이야기가 가득한 것도 아니다. 그냥 책을 읽고 드는 생각과 감정의 정점이 엄마였다.
글 모임 친구들이 많이 언급해서 너의 작업실에 마지막으로 남은 책을 구입했다. 조금만 늦었어도 못 볼 뻔했다. 한적한 날 읽으려다가 아내에게 먼저 건네줬다. 옆에서 조용히 읽던 아내가 계속 키득키득거리다가 지렁이 이야기를 좀 보라며 다시 건네줬다. 다 읽은 우리는 조용한 커피숍에서 넘어갈 정도로 크게 웃었다.
원백투쏭과 주재원의 아내를 통해서 엄마의 아픔을 느끼기도 했다. 이야기 중간에 스며든 위트가 쓴웃음을 지게 한다. 행간에 깊은 뜻을 눌러 담았는지 즐겁게 웃으며 읽다 보면 어느 지점에선가 생각이 멈춘다. 분명 의도했을 텐데, 작가 머릿속이 궁금하면서도 글솜씨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마주한 적이 있는데, 그때 "기골이 장대하죠?"라고 내게 전했다. 기골은 전혀 모르겠고 글의 단단함에 자주 글을 접하고 싶을 뿐이다. 책에는 포함하지 않았지만, 풍선이라는 짧은 글을 읽고 큰 감동을 받았다. 횡단보도에 서서 터질 듯 왔다 갔다 하며 하늘로 올라가는 풍선을 묘사했는데,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브런치에서 조용히 숨고 싶은지 아이디를 숨님이라고 지었는데, 좋은 글은 금방 드러나기 때문에 곧 널리 알려질 것 같다. 심리학을 전공해서인지 글을 읽다 보면 가슴속 깊은 곳에서 뭔가 꿈틀거리는 게 느껴진다. 글을 통해서 가스라이팅하는 법을 알고 있는 것 같다.
책에 포함한 그림과 만화도 수준이 높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아다치 미츠루 느낌도 받았다. 쓰다 보니 서평이 아니라 용비어천가가 되는데, 최근 음성 북도 녹음했다는 소식에 꼭 한번 듣고 싶다. 근데, 요즘 어디 갔는지 도통 글을 안 들려준다. 어디서 엄마하고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