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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Sep 29. 2021

완연한 가을 한복판에 서서

구월을 돌아보고 시월을 다짐하다

 소소한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면서 만족감을 높이는 게 좋다. 자기 효능감을 향상하는 방법 중에 하나라고 배웠다. 자기 효능감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하진 않았지만, 매달 끝자락이 다가오면 함께 지나간 이달은 정리하고 다가 올 다음 달에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얼마 전까지 매달 마지막 날 각 종 수치를 늘어놓고 평가하며 다음 달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메마른 기분이 들어서 시작과 끝이 느껴질 정도로 마지막 주 한 주동안 여유롭게 계획하고 결산하기로 했다.




 훌쩍 가을이 다가온 구월은 독서와 글쓰기에 집중했다. 일은 바빴지만 의외로 여유로운 시간이 많았는데, 명절로 인한 휴일이 덕분이다. 여유롭다 보니 좋아하는 게 눈에 들어오고 행동으로도 나타났다. 하지만, 시월은 다르다. 이제는 보다 큰 책임이 따르며, 많은 결심을 하는 자리로 옮긴다. 일상에서 노력과 정성을 집중해야 할 방향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독서와 글쓰기를 놓을 수 없다. 며칠간 고민했고, 이틀 남은 구월 끄트머리에서 조금 더 생각을 보태어 소소한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고 싶다.


 이번 달 달리기는 들쑥날쑥했다. 매일 5km 정도 달리는데, 날씨와 건강 상태에서 제약이 많았다. 휴일은 많고 글에 집중하다 보니 평소보다 절반 정도만 했다. 뛰는 거리도 일정하게 정하지 않고 적당히 달리다가 만족하는 순간 멈추기 위해서 노력했다. 어제는 4~6km 정도를 달리다가 조금 더 걸으면서 운동을 마무리했다. 시월에도 적당한 거리를 달리며 지금처럼 주 4~5회 정도만 뛰어야겠다. 이번 달에 근력운동을 전혀 하지 않아서 걱정인데, 시월에는 하체와 복근 운동을 다시 시작해서 밸런스를 유지해야겠다.


 독서는 매일 읽는 책과 한 달간 천천히 읽는 책 그리고 수시로 읽는 책으로 나누어 읽었는데, 주변에 널려있었기 때문에 조금 더 집중했다. 새달에는 아침에 한두 단락씩 읽는 '리추얼'을 꾸준히 읽고, 시월 독서모임 선정 작품 '스토너'도 천천히 읽어가면서 다른 사람과 사유를 나누고 싶다. 보다 많은 사람이 독서모임에 참여했으면 좋을 텐데, 책이 무겁게 느껴져서 걱정이지만 한편으로는 기대도 된다. 수시로 읽는 '쓰는 기분'과 '수어 손으로 만든 표정의 말들', '끝내주는 맞춤법 쓰는 사람을 위한 반복의 힘'은 계속 이어간다. 다음 달에는 완독 할 것 같다. 지인 작가의 책 '엄마 별별 일기', '지구가 멸망해도 짬밥은 먹어야 해', '스마일맨', '아름다움 수집 일기'를 새롭게 도전하려고 한다. '스토너'를 제외한 다른 도서는 완독 하면 천자 리뷰를 기록해서 책을 통해 얻은 소중한 감정과 생각을 남기다.


 이번 달 글쓰기는 하루 한편 이상 꾸준하게 썼다. 다만, 브런치에 시간을 너무 많이 할애했다는 게 아쉽다.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을 하면서 많이 배우기도 했지만 글쓰기 플랫폼에 치중하다 보니 부정적인 부분이 조금씩 보인다. 그래도 끊지 못하는 건 중간에 포기하는 기분이 들까 봐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그렇기 때문에 브런치는 적당한 목표를 세워서 유지하는 수준으로 정리하고 싶다. 글 모임에도 집중했지만, 휴일과 연휴로 조금 느슨해진 감도 든다. 글 모임은 정리할 생각이 전혀 없다. 구월 목표로 레바논 이야기, 두 딸 육아일기, 수영, 야구, 일산과 누나, 일, 친구 그리고 서평과 시평을 소재로 정했었는데, 수영과 친구 그리고 시평을 못 썼다. 사실, 시평은 노트에 썼는데, 공개하지 않았고, 친구와 수영은 아직 못 썼다. 수영은 애초에 달을 넘기기로 마음먹었다. 그 외 계획하지 않은 몇 가지를 다루기도 했다. 목표는 정했지만 그날 아침 떠오르는 생각을 우선하다 보니 정확하게 맞춰가면서 쓰지는 못했다. 그래도 충분히 만족한다. 시월에는 아내, 아버지에 대해서 다루고, 수영과 앞으로 2년을 다짐하는 글을 쓰고 싶다.  육아일기와 서평은 한주에 한편 정도 써야겠다. 다른 작가와 이어 쓰기도 하고 싶다. 기회가 될지 모르겠지만, 후배의 교환일기 이야기를 듣고 한번 해보고 싶었다. 시월 마지막 주부터는 주변 사람 한 명씩을 소재로 다루면서 2년간 100편을 쓰려고 한다. 지휘관 일기 같은 느낌으로 쓰면서 그때마다 이슈가 되는 것과 구성원 중 한 명 정도를 연결해서 100주간 꾸준하게 쓰는 것을 기획 중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 중에 '000'에 대해서 써보고 싶다. 최종 목적지는 '소설 000'이지만 우선 글을 모아 보고 소설을 공부하면서 천천히 쓰고 싶다. 소설 소재가 될 밑글을 하나둘씩 쓰면서 뼈대를 만들다.




 마음이 차분해진다. 이 달을 정리하고 새로운 한 달에 대한 다짐과 기대 속에서 가을 한복판을 걷는 기분이다. 바로 옆에는 아내가 같이 걷고, 두 걸음 앞에서 두 딸이 노래를 부르며 앞장선다. 둘러보니 주변에는 동료와 글 모임 친구들 그리고 브런치 작가들도 보인다. 좋은 기분에 하늘을 올려다보니 끝이 보이지 않아서 끝을 잡아 보려고 손을 뻗다가 뒤로 넘어질 것 같다. 모두가 함께 나를 감싼다. 나와 나를 구성하는 소중한 존재와 함께 어울리는 시간이 이토록 아름다운지 모르고 살았다. 글도 조금씩 눈에 들어온다. 내 글 수준도 느껴지기에 형편없는 글 솜씨가 확연히 드러난다. 부끄럽지만 가만히 멈춰 있으면 그냥 부끄러움쟁이가 될까 봐 거칠고 투박한 내 글을 아내에게 건네고 글에게도 보낸다. 이상하게 던진 내 글이 명포수 볼집에 정확하게 들어가면서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 예쁘게 포장되어 다듬어진다. 글에 살이 붙고 생각이 깊어진다. 모든 시간이 새롭고 행복하다. 이제는 낙엽도 떨어지고 길거리는 지저분해지며 은행열매 짓눌린 냄새도 진동하겠지만, 조금 더 글을 익히고 어른이 되어가는 나에게 어지러운 길바닥과 역한 냄새도 분명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하루가 소중하고 한 시간이 뜻깊다. 일분일초가 아까워서 조금 더 숨 쉬며 읽고 쓰고 싶다. 지금처럼 서두르지 않는 길을 계속 걷고 싶다. 진정으로 살맛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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