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결혼한 지 정확하게 사천(四千) 일이 지났다. 카톡에 디데이 기능이 있어서 친절하게 알려준다. 매년 결혼기념일을 챙기면서 천 단위 날짜까지 신경 쓰면 스스로 불편하거나 주변에서 재수 없어 하지만, 숫자에 의미를 두고 삶을 가치 있게 살기 위해 의미 있는 하루를 더한다. 어차피 둘만 아는 날짜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 축복을 바란다거나 소소한 이벤트를 준비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번 달에는 결혼기념일도 있고 단둘이 다녀온 비밀여행도 벌써 끝났기 때문에 함께 쉬는 휴일 반나절 데이트로 갈음했다. 아내가 며칠 전 구입한 연필과 노트로 글을 쓰고 싶어 하길래 조용한 카페를 찾아가 책도 읽고 글을 쓰면서 보냈다. 사실, 아내가 우리 영역에 침범하지 못하게 장막을 치고 싶었지만 같은 취미를 함께하는 게 좋아서 각종 운동도 같이하는데, 글 쓰기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결국, 내 맞춤법 선생님은 사직하고 자기 글을 쓰겠다고 한다. 기대를 하면서도 우려가 크다.
한 번도 글을 써본 적 없던 나는 스스로 못쓴 글을 자각하거나 다른 누가 잘 쓰라고 알려줘도 상처로 남지 않는데, 뛰어난 언어능력과 속독법을 구비한 아내는 앞으로 마주할 자갈밭을 잘 헤쳐나갈지 걱정된다. 아직까지도 잘 모르지만, 주변에서 탁월한 능력을 구비하고도 엄청난 스트레스로 인해서 펜을 놓거나 심지어는 일상에 영향이 미쳐 힘들어하는 모습까지 봤다. 어려서부터 글을 다루고 전공으로 택했으며, 수십 년간 글과 함께 지냈던 분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연유에서 가끔 내가 글쓰기를 취미로 표현할 때마다 조심스럽다. 누군가는 혼신을 다하는데, 가볍게 다루며 우습게 여긴다면 배려가 부재한 거만함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내 진심을 글로 표현할 솜씨가 없기 때문에 남기는 글에 열과 성을 다한다.게다가, 글쓰기와 관련된 주제를 다룰 때도 적절하지 않은 표현은 삼가려고 고심한다. 어쩌면, 우리 집 네 살 막내가 사랑 표현 방법을 몰라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실수하는 모습과 비슷할 수 있다. 하지만, 무지로 실수를 덮을 수 있는 나이는 아니기에 매일 늦은 밤까지 공부하고 이른 아침에 일어나 꾸준하게 연습하며 실력을 쌓고 있다. 어제 보다 조금 더 나은 글을 쓰고, 더 겸손한 상태로 처음으로 가까워진 글밭에서 다른 글벗과 함께 뛰어놀고 싶을 뿐이다. 아내도 같은 마음으로 글을 대한다면 내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겠지만, 평소 인정 욕구가 강함을 스스로 인정하는 만큼 관심과 사랑을 더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천이라는 숫자가 무겁게 느껴진다. 아내와 운명적으로 만나 사랑을 했고, 두 딸과 두 부모에게 받은 동력으로 각자 자리에서 미친 듯이 일을 했다. 아내는 지금도 한다. 지금은 웃고 있지만 글로 담지 못하는 많은 아픔과 슬픔을 지나쳤다. 죽을 것 같은 고통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이어서 한 걸음씩 걸었고, 결국, 사천(死川)을 함께 건넜다. 어느덧 천국 같은 곳에서 행복만 이야기한다. 지금 행복하기 때문에 계속 이어진다는 오만은 버리고, 변화하는 환경에서 더 큰 행복을 위해 크고 작은 의미를 계속 찾기로 했다. 의미는 글에 담고, 글은 서로에게 힘을 주는 소중한 매개체가 되기를 희망한다.
11년 뒤 현업을 떠나기 때문에 마주할 날도 사천 일이다. 앞으로 마주하는 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지금껏 해온 일과는 다르다. 지금껏 해온 일을 폄하하는 게 아니다. 다만 앞으로 할 일이 천국 같은 곳에서 행복을 기록하는 일이며, 진심으로 살고 싶은 일세상으로 한걸음 나아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사천(事天)을 향해서 남은 사천일을 서툴고 어색하게 시작하지만 십 년이 지난 다음 우리 글이 조금 나아질 수 있게 정성을 다하고 싶다. 진중하게 즐기고 찰나에도 진정성 있게 대하고 싶다. 지금껏 주고받은 말에 글이 더해졌고, 사랑과 정성을 다하여 하루하루 채우다 보면 분명 남은 사천일은 행복한 날만 가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