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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Oct 14. 2021

잊히지 않는 끈질긴 인연

우리가 계속 함께해야 할지 고민이다

 처음에는 1979년도에 나와 같이 태어난 줄 알았다. 처음 마주한 곳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인천 부평시장 근처였다. 엄마 손에 이끌려 커튼 원단에 오버르크를 치기 위해 다녀오다가 처음 만났고 그 후로 지금까지 사십 년 가까이 사이좋게 지내며, 한 달에 한번 정도 만난다. 한 번도 멀어지거나 서로에게 슬픔과 아픔을 전한 적 없는 막역한 사이다. 사실, 내 입장에서 필요할 때만 찾았다는 게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든다.





 어쩌다 보니 혼자 있을 때 주로 찾지만 홀로 나오는 법이 없다. 어색함을 싫어하기 때문에 단 둘이 마주하면 목이 멜까 봐 걱정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매번 시원한 사이다 같은 존재가 있었다. 진지한 둘 사이를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존재에 의해서 함께하는 시간이 가치를 더한다.


 특별한 일이 없을 때도 자주 찾았다. 소중한 관계일수록 별도로 시간을 잡거나 의미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다른 일이 있으면 바로 소외시키고, 특별한 일이 없을 때만 찾게 된다. 내 이기적인 생각으로 만나지만 그럴 때마다 빠르게 내 앞에 나타난다. 그런 모습이 더 미안하고 나를 초라하게 만든다.

 

 하지만, 바쁠 때도 많이 찾았다. 잠깐 만나 필요한 것만 취하는 자기중심적 만남이 지금껏 이어지지만 단 한 번도 툴툴대거나 아쉬워하지 않는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묵묵하게 모든 것을 받아주는 점에 감동한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결국 주변에 많은 사람이 생기고 좋아하다 못해 인기가 넘쳐서 이제는 만나는 게 쉽지 않다.


 지난 주말에는 너무 유명해진 그를 만나기 위해서 줄까지 서서 기다렸다. 그러고 보니 전에도 한번 줄 서서 만났던 적이 있었다. 다행히 일찍 가서 두 번째로 대기했는데, 십 분 정도 기다리다가 삼십 분을 마주했다. 점심시간 때였지만 난 맥주를 한잔 시켰고, 아내는 쉐이크를 시켰다. 먼저 자리에 앉아서 십 분 정도 기다리자 멋진 모습으로 등장했다.





 내 앞에는 오리지널 치즈버거로 아내 앞에는 밤가시 시그니처 버거로 나타났다. 한입 베어 무니 사십 년 가까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그 맛이 입 속에서 춤을 춘다. 사이다나 콜라를 동반하지 않았지만 생맥주와 함께 하는 것도 나름 맛을 더해준다. 아내는 쉐이크와 먹는 걸 좋아한다. 어려서 부평시장 근처에서 어머니가 좋아했던 데리버거와 쉐이크  조합이 생각난다. 무엇보다 기분 좋은 건 조금 늦게 온 사람들이 밖에서 맛나게 먹고 있는 우리 모습을 부러워한다.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을 밖에서 축복해주고 있는 것 같다. 쉑쉑이 때와 비슷하다. 가을이 되면서 체중 관리가 잘 안되는데, 멀어질까 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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