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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Jun 20. 2021

24_두번째 이야기

I0234_ep. 25 첫 발을 내딛는 순간

24살이 되던 해 나에게는 큰 변화가 있었다. 학생에서 다른 신분으로 바뀌었다. 다른 이들도 대부분 비슷하다. 많은 사람들이 대학을 마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나이가 스물네 살이다. 스물세 살까지 학생이었다면, 스물네 살부터는 회사원, 선생님, 인턴, 군인, 경찰 등으로 신분이 바뀐다. 세상으로부터 배우고 받아오다가 이제는 가르치거나 어느 한 분야에서 작은 톱니바퀴가 되어 누군가의 삶에 조금씩 영향을 주게 된다. 10대 후반부터 늦게는 서른까지 학생으로 있다가 변화를 접하기도 하지만, 평균적으로 스물네 살에 어른이 된다. 법적으로는 이미 어른이 되어 있지만 사회 통념상 학생은 어른에 범주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


나 역시 스물네 살에 임관했고, 각종 교육을 받은 뒤 스물네 살의 마지막 한 달을 남겨놓은 소설과 대설 즈음에 눈이 많이 오고 춥기로 유명한 강원도 홍천의 한 부대로 취임했다. 그때는 내가 지금까지 20여 년 간 이 일을 할 줄 몰랐다. 그 해에는 월드컵도 있었고, 나에게 큰 변화가 있었던 시기라 의미가 남다르다.


소대장 취임한 날 저녁 첫 사격에서 기준 점수를 통과하지 못했던 것(보통 개인화기는 영점사격을 한 다음에 기록사격을 해야 하는데, 영점사격을 하지 못한 결과라고 변명한다)과 다음 날 체육 활동 시간에 축구를 했는데, 공을 두세 번 정도 드리블했다가 상급자에게 혼났던 기억 정도만 남아있다. 사회 초년생들이 겪었던 실수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처음 한 달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났다. 기본 교육은 받았으나 30여 명의 또래 부하들과 함께 지내면서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었다. 동네에서 골목대장 하는 것과는 다른 상황이었다. 리더십이 필요했고, 체력과 각종 전문지식도 뒤따라야 했으나 지금 되새겨 보면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얼마전 이제 막 임관한 소위들이 큰 꿈을 품고 전국 각지로 부임했다. 그들 대부분은 스물네 살이다. 얼마 전까지 학생, 생도로 있다가 엄연한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되었다. 어른이 된 것이다. 떨릴 것이다. 부담스러울 것이다. 많은 것을 스스로 해야 한다. 많은 것이 어색하고, 상급자, 동료, 하급자와의 관계도 쉽지 않을 텐데, 각자의 가치관과 국가관 그리고 안보관으로 꿋꿋하게 해처 나갈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무것도 모르던 내 스물네 살에 비해 지금 스물네 살의 그들은 정신력과 체력, 전문지식을 충분히 함양하고 있기에 선배로서 무척 든든하다. 오만촉광에 빛나는 계급을 이마에 단 자랑스러운 후배들이 20여 년이 지난 후에 스물네 살의 해를 회상하면서 흡족해하는 상상을 해본다.


그러고 보니 아내는 스물세 살에 시작했구나! 큰딸도 그러겠네...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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