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뵙겠습니다! 이 말이 어울리겠지? 제대로 인사한 적도 없고, 연락처도 모르며, 심지어는 얼굴도 본 적 없는 우리에게 벗이라는 단어는 조금 어색하네. 게다가 수십 년을 알고 지낸 사이도 아니고, 하는 일이나 사는 곳도 다르고 나이마저 같지 않지만 벌써 정이 드는 건 무슨 이유일까?
지금껏 살아오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대부분 얼굴을 보며 인사하고대화를했는데,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마주하면서 가까워진 경우는 처음이라 아직도 어색하다. 각자 글에 스치기도 하고 우연히 마음에 드는 글을 마주하면 생각과 감정을 나누기도 했지. 가끔은 머물렀다는 흔적을 남기기도 하면서 모르는 사람에서 벗이 되었구나.
글이라는 가느다란 끈으로 연결되는 순간이 우리 시작이라는 게 참 멋지다. 글과 생각을 나누고 공감과 반감이 오가면서 얇은 명주실 한 오라기는 수 백 가닥으로 얽히고설키게 되었지. 이제는 끊기 힘든 단단한 동아줄이 되는 것 같다.
하루는 선생님이었다가, 어떤 날은 아버지였고, 다른 날은 연락이 끊긴 동창으로 나타나기도 했지. 가끔은 먼저 떠난 소중한 사람이 되기도 했고 정말 싫어했던 사람이 되어 글로 아픔을 주기도 했지만, 삶 속에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진심으로 고맙고 행복하다.
네 글을 읽을 때 내가 살아온 길과 너무 똑같아서 소스라칠 정도로 놀라기도 했어. 같은 생각을 할 때도 많았고, 지금껏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세상 이야기도 들려준 적도 있지. 본 적도 없는 음식을 소개해주고, 어떤 날은 가슴 시린 소설과 시까지 들려주기도 했지. 글을 통해 기쁨과 성냄 그리고 슬픔과 즐거움을 함께 하는 게 참 좋다.
글벗은 서로의 글을 가져다 쓸 경우 표절과 도용의 칼날을 들이 미는 것이 아니라, 내 글이 다른 글에 스며들어 새롭게 피어나는 기쁨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사이라고 생각해. 게다가,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각자의 삶과 생각을 글로 피어날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존재이기도 해.
너와 함께 매일 글을 읽고 쓰면서 투박한 글이 조금씩 정돈되고, 생각과 감정까지도 자리를 찾는 것 같다. 지금 이 순간 글을 함께해서 진심으로 고맙고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