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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Nov 23. 2021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함께 웃으며 행복하게 살자

천 명과 함께 걷기

 동료와 처음 마주한 날 첫인사 글에 포함한 한 줄이 선명하다.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함께 웃으며 행복하게 살자'인데, 마흔 해를 넘게 살아내고 스무 해 같은 일에 몸 담고서 다다른 생각이다. 한 문장만 강조했다. 조직을 관리하려면 목표를 세워야 하고 목표는 목적을 향해야 한다. 우리의 존재 목적은 '부여된 임무를 달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유구한 역사 중 몇 줄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나름 기준을 정하고 싶었다.


 임무 달성을 위한 핵심 요소는 단연 사람이다. 사람이 제 기능을 발휘해야 조직이 원활하게 움직이고 숨 쉴 수 있는데, 다른 조직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핵심 요소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마음이 평온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불안하지 않고 편안해야 내재되어 있는 능력까지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불안과 위기를 통해서 성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상황을 억지로 조성할 만큼 여유로운 곳은 아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새롭게 만나면 항상 같은 말을 한다. 어렵게 만난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자며 스스로도 다지 상대방에게 준다.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면 상대방에게 함부로 할 수 없다. 화가 나거나 오해를 하더라도 한두 번 더 생각하게 된다. 화는 시간에 가라앉고 오해는 이해로 변하기 때문이다. 관계에 있어 철저하게 이성으로 접근하는 게 효율적일 수 있으나 감성을 배재한 관계는 차갑고, 내키지 않는다.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파티에 나가 춤을 추고 싶지 않다. 그럴 바에는 멀리서 박수만 치는 것으로 충분하다. 생각이 얼마나 스며들지 모르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노력으로 한 명이라도 융화시켜 확산 속도가 빨라지기를 바랄 뿐이다.


 연말이 되다 보니 다이어리와 달력이 많이 보인다. 내년을 준비하려는 마음에 설렘과 우려가 함께 다가오는데, 불확실한 미래를 극복하기 위한 최선책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예측하여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계획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달력과 다이어리를 만지작 거리 위안을 삼는다.


 작년 여름부터 시끄러워진 스타벅스 MD 때문에 꾸준하게 모으고 활용하던 스벅 다이어리를 욕심내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커피를 자주 마시다 보니 어느새 프리퀀시를 다 모았다는 알림이 울렸다. 주는 건 받아야지. 사실, 콜라보 디자인보다 고유의 색깔이 마음에 드는데, 어찌 되었건 예약하고 조용하게 받아오는 방식은 마음에 든다. 다이어리는 매년 절반 정도를 사용했는데, 다가오는 임인년에는 빼곡하게 쓰려고 한다. 다만, 그 안에는 소중한 인연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기를 바랄 뿐이다.


 함께 웃으며 행복하게 산다는 건 쉽지 않다. 게다가 손에 잡히지 않는 이야기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목표와 가야 할 길을 정하고 알려야 한다. 고민해 보니 결국 또 사람이다. 기분이 좋아야 일상이 좋고 일상이 즐거워야 인생이 행복해진다. 내가 기분이 좋은 것부터 시작되는데, 그 감정은 사람 간의 관계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잘 알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도 분명하지만 쉽지 않다. 복잡하고 어려운 일들이 얽히고설켜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얽히고설킨 것을 제거하기로 했다. 다만, 당장 가위로 자르면 얽힌 실타래가 쓸모없게 될 수 있어서 끊어야 할 부분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는 게 우선이다. 가장 복잡하게 묶여있는 부분을 찾아서 하나씩 자르거나 푸는 역할을 해야 한다. 조금씩 실오라기가 풀어지면 다음은 손댈 필요 없이 술술 풀린다. 마지막 '살자'란 말은 말 그대로 '살자'이다.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존경받을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흔 해를 넘게 살아냈다.


 쉽지 않은 길을 간다. 하나를 더 해도 모자랄 판에 하나씩 줄이려는 생각은 걸어온 길을 거꾸로 돌아가는 거나 마찬가지다. 옳은 길로 가는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스스로 믿고 다지며 한 걸음씩 걸어야겠다. 천천히 차분하게.


11.16(화), 고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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