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잠에서 깨어 브런치에 올라온 글을 차분하게 읽는다. 평소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과 에세이, 그리고 시를 천천히 음미하며 그들 세상을 들여다본다.
타로 카드가 점치는 게 아니고 그림을 통해서 상담자와 내담자가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을 처음 알았다. 요즘 상담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져서인지 유독 크게 울렸다. 점 집이나 무당이라며 홀대하던 내 멍청한 편견과 선입견의 결정을 바로 볼 수 있었다.
브런치 책장을 넘긴다. 이번에는 여럿이 모여 글을 올렸다. 한참 브런치에 집중한 시기에 큰 벽처럼 느꼈던 사대천왕 같은 사람들이 생각하지도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로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준다. 오늘은 단 열 줄로 소설을 썼다. 문학하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할지 몰라도 글쓰기를 한지 반년도 안된 초보에게는 새로운 세상이다. 할 수 있는 건 감탄 뿐이며, 댓글마저도 머뭇거리게 만든다. 초라해지는 내 잡글을 서랍장에 다시 묻어야겠다는 생각이지만, 꾸준함을 통해 훗날 그들 언저리까지 가야겠다는 다짐으로 한번 더 용기 낸다. 그게 습작으로 알고 있다.
브런치 책을 몇 장 더 넘기다 보니 차분한 이야기가 들려온다. 스스로 속박하며 지냈던 지난 시절을 수려한 문장으로 한 줄씩 써내려 간다. 비슷한 시기에 대학 시절을 보냈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았음에도 그의 대학 생활에 빠져들었다. 어느새 옆에 앉아 함께 막걸리를 마시며 소리 없이 환한 미소로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그를 마주한다. 그때 함께였다면 더 좋은 추억을 쌓았겠다는 상상을 한다. 스쳐 지나간 많은 인연을 다시 볼 수 없음을 깨닫고 아쉬움마저 남는다. 그러면서도 그가 건네준 말에 크게 공감하며 메모장에 몇 자 끄적인다.
'우리가 누군가를 미워한다면 그건 자신 안에 잠들어 있는 것을 미워하는 것이다.' - 데미안 -
'우리는 어떤 대상으로부터 무엇을 얻어내는 게 아니라, 그것에 의해 촉발된 자기 안에 무엇인가를 끄집어내는 것이다.' - 니체 -
감정이 끓어오르면 평소 아끼던 시와 소설을 듣는다. 분명 시와 소설이지만 노래처럼 들려온다. 이 작가 아니 시인은 이런 시를 어떻게 지을 수 있을지 놀랍기만 하다. 그의 공간에 머무는 동안 숨은 멈춰진다. 한 호흡으로 시를 들여 마신다. 머리가 맑아지고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유독 좋아하는 시가 있어 공간에 머무를 때마다 다시 느낀다.
비워내고 맑아지면 그제야 내 마음 자국들을 눈여겨볼 수 있다.
요즘 아프지만 잘 털어내는 것 같아 나도 힘이 난다. 이제는 시를 타고 소설로 들어간다. 벽화 마을이 보이는 사진은 나를 편안하게 만든다. 버스도 좋고 성시경도 좋다. 사실, 성시경은 전부터 좋아했던 것 같다. 내게 없는 무심한 듯한 말투에서 느껴지는 정겨움을 부러워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건 소설에서 성시경이 느껴진다. 배경음악이 흘러나와서가 아니고 남자 주인공에서 느껴지는 것도 아닌데 그냥 소설에서 그가 느껴진다. 어디서 오는지 천천히 음미하면서 더 찾아봐야겠다.
한참 책장을 넘기며 많은 작가들과 이야기하다 보니 브런치 라디오를 들을 시간이다. 새벽 4시 58분. 이 시간이 되면 모든 것을 멈추고 그가 들려주는 목소리에 집중한다. 내 생각을 대신 건네주기 때문이다. 함께한 시간이 여러 달 지나면서 긴 글이 아닌 짧은 단어에서도 생각과 감정이 느껴진다. 작가 아니 브런치 작가 간에 교감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본 적도 없는 사람과 과거와 미래를 이야기한다. 그의 말에 의하면 과거와 미래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오늘이 중요하다고 한다. 사실 내 작은 가치관 중 하나가 '찰나에도 진정성 있게'이다.
브런치 책과 음악, 라디오를 듣고 편안한 마음을 유지한다. 어둑한 밤이 끝나기 전까지 천천히 시간을 보내며 하루를 연다. 몇 달 동안 그들 세상에서 유영하며 많은 글을 읽고 느꼈다. 바쁜 시간에도 잠시 시간을 쪼개어 경험할 수 없었던 세상 속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하루 중 가장 맑은 정신으로 그들을 마주 할 때 내 모든 기운은 혼신을 다해 작성한 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느낀다. 이곳에서 글 수준은 평가할 가치가 없다. 글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정성을 다했는지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이다. 이제는 나도 그들에게 건네줄 무언가를 생각하며 흔적을 남겨야 할 시간이다. 이렇게 감사한 하루는 브런치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