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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Nov 26. 2021

브런치로 여는 감사한 아침

 이른 아침, 잠에서 깨어 브런치에 올라온 글을 차분하게 읽는다. 평소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과 에세이, 그리고 시를 천천히 음미하며 그들 세상을 들여다본다.


 타로 카드가 점치는 게 아니고 그림을 통해서 상담자와 내담자가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을 처음 알았다. 요즘 상담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져서인지 유독 크게 울렸다. 점 집이나 무당이라며 홀대하던 내 멍청한 편견과 선입견의 결정을 바로 볼 수 있었다.


 브런치 책장을 넘긴다. 이번에는 여럿이 모여 글을 올렸다. 한참 브런치에 집중한 시기에 큰 벽처럼 느꼈던 사대천왕 같은 사람들이 생각하지도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로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준다. 오늘은 단 열 줄로 소설을 썼다. 문학하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할지 몰라도 글쓰기를 한지 반년도 안된 초보에게는 새로운 세상이다. 할 수 있는 건 감탄 뿐이며, 댓글마저도 머뭇거리게 만든다. 초라해지는 내 잡글을 서랍장에 다시 묻어야겠다는 생각이지만, 꾸준함을 통해 훗날 그들 언저리까지 가야겠다는 다짐으로 한번 더 용기 낸다. 그게 습작으로 알고 있다.


 브런치 책을 몇 장 더 넘기다 보니 차분한 이야기가 들려온다. 스스로 속박하며 지냈던 지난 시절을 수려한 문장으로 한 줄씩 써내려 간다. 비슷한 시기에 대학 시절을 보냈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았음에도 그의 대학 생활에 빠져들었다. 어느새 옆에 앉아 함께 막걸리를 마시며 소리 없이 환한 미소로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그를 마주한다. 그때 함께였다면 더 좋은 추억을 쌓았겠다는 상상을 한다. 스쳐 지나간 많은 인연을 다시 볼 수 없음을 깨닫고 아쉬움마저 남는다. 그러면서도 그가 건네준 말에 크게 공감하며 메모장에 몇 자 끄적인다.


'우리가 누군가를 미워한다면 그건 자신 안에 잠들어 있는 것을 미워하는 것이다.' - 데미안 -

'우리는 어떤 대상으로부터 무엇을 얻어내는 게 아니라, 그것에 의해 촉발된 자기 안에 무엇인가를 끄집어내는 것이다.' - 니체 -


 감정이 끓어오르면 평소 아끼던 시와 소설을 듣는다. 분명 시와 소설이지만 노래처럼 들려온다. 이 작가 아니 시인은 이런 시를 어떻게 지을 수 있을지 놀랍기만 하다. 그의 공간에 머무는 동안 숨은 멈춰진다. 한 호흡으로 시를 들여 마신다. 머리가 맑아지고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유독 좋아하는 시가 있어 공간에 머무를 때마다 다시 느낀다.


비워내고 맑아지면 그제야 내 마음 자국들을 눈여겨볼 수 있다.


 요즘 아프지만 잘 털어내는 것 같아 나도 힘이 난다. 이제는 시를 타고 소설로 들어간다. 벽화 마을이 보이는 사진은 나를 편안하게 만든다. 버스도 좋고 성시경도 좋다. 사실, 성시경은 전부터 좋아했던 것 같다. 내게 없는 무심한 듯한 말투에서 느껴지는 정겨움을 부러워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건 소설에서 성시경이 느껴진다. 배경음악이 흘러나와서가 아니고 남자 주인공에서 느껴지는 것도 아닌데 그냥 소설에서 그가 느껴진다. 어디서 오는지 천천히 음미하면서 더 찾아봐야겠다.


 한참 책장을 넘기며 많은 작가들과 이야기하다 보니 브런치 라디오를 들을 시간이다. 새벽 4시 58분. 이 시간이 되면 모든 것을 멈추고 그가 들려주는 목소리에 집중한다. 내 생각을 대신 건네주기 때문이다. 함께한 시간이 여러 달 지나면서 긴 글이 아닌 짧은 단어에서도 생각과 감정이 느껴진다. 작가 아니 브런치 작가 간에 교감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본 적도 없는 사람과 과거와 미래를 이야기한다. 그의 말에 의하면 과거와 미래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오늘이 중요하다고 한다. 사실 내 작은 가치관 중 하나가 '찰나에도 진정성 있게'이다.


 브런치 책과 음악, 라디오를 듣고 편안한 마음을 유지한다. 어둑한 밤이 끝나기 전까지 천천히 시간을 보내며 하루를 연다. 몇 달 동안 그들 세상에서 유영하며 많은 글을 읽고 느꼈다. 바쁜 시간에도 잠시 시간을 쪼개어 경험할 수 없었던 세상 속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하루 중 가장 맑은 정신으로 그들을 마주 할 때 내 모든 기운은 혼신을 다해 작성한 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느낀다. 이곳에서 글 수준은 평가할 가치가 없다. 글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정성을 다했는지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이다. 이제는 나도 그들에게 건네줄 무언가를 생각하며 흔적을 남겨야 할 시간이다. 이렇게 감사한 하루는 브런치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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