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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Mar 31. 2022

둘째가 다섯 살이 되었습니다

천사같이 예쁜 둘째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은 사랑스럽기만 하다. 다섯 살짜리 아이 언행이 잘못되었다 한들 얼마나 문제가 된다고 몹쓸 언행으로 규정하고 고치려는 부모 생각 자체가 이상하게 비칠 수 있다.


아이가 건네는 말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창의적이고, 여느 위인의 명언보다도 심금을 울리면서, 가끔 머릿속에 새겨지기까지 한다. 찰나에 대응하는 임기 응변술은 순발력을 넘어 파블로프 실험을 부정할 정도로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번뜩이는 재치뿐만 아니라 주변 사물과 환경을 활용하는 능력은 에디톨리지나 브리꼴레르란 복잡한 단어가 어울릴 것 같다. 그러면서 둘째를 보고 마냥 웃고 있는 우리는 팔불출이 된다.


다섯 살이 되면서 말은 더 정확해졌고 여전히 많다. 곧 비피엠 이백을 돌파할 듯하며 라임 구성도 다양하게 선사한다. 단지 듣고 있으면 시끄럽고 귀찮을 뿐이다. 자기 말을 듣지 않으면 상대방 얼굴을 부여잡고 소리를 지르며 본인을 보도록 만드는 히틀러식 주목 법을 구사하면서, 모두가 주목하면 부끄럽다고 쳐다보지 말라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건넨다.


단 한 번도 맞아본 적 없는 아이 입에서 자신과 놀아주지 않으면 아빠를 때리겠다는 륜어를 창조한다. 가만히 앉아있는 언니 옆으로 조용히 다가와 다소곳이 들고 있던 장난감으로 등짝을 후려치고 도망간다. 실수로 그랬다는 말은 빼먹지 않는다.


경찰 아저씨를 부르거나 둘러 매고 밖에다 버린다는 말에 순간 울먹이면서 죄송합니다와 잘못했으니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찰나 반성이 끝나면 바로 춤을 추며 뱀처럼 혀를 날름거린다.


숨겨놓은 과자를 찾기 위해 어른 키보다 높은 곳에 의자 두 개를 겹쳐서 올라가다 꽈당, 아이 압사로 유명해진 이케아 서랍장을 계단으로 만들어 놓고 올라가다가 꽈당, 언니 회전의자 위에 서서 한 발로 놀다가 꽈당하면서 부모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다섯 살 창의성은 더 이상 눈 뜨고 볼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많은 것을 바라진 않는다. 단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딸과 함께 살고 싶을 뿐이다. 꽈당해서 머리가 터지지 않기를 바라고, 거친 말로 어린이 집 다른 아이에게 상처 주지 않기를 바라며, 망치를 들고 와서 언니 머리를 후려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앞으로 다섯 살 몹쓸 언행을 어떻게 통제해야 할지 고민이다.


최근 개인 신변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크게 힘들거나 사는데 회의를 느낄 정도로 어려운 일을 겪은 것은 아니고, 잠시 숨을 돌리는 시간이 필요했기에 쉬었습니다. 미리 알린 후 쉬려고 했으나 여러 가지 일이 겹치면서 공지조차 제대로 못했습니다.

다행히도 그동안 함께 글을 써온 보글보글 리더인 로운작가님께서 제 대신 안내를 해주셔서 간접적으로 알릴 수 있었습니다. 1년 정도 거르지 않고 꾸준하게 해왔던 글쓰기를 처음으로 중단했고, 독서도 잠시 멈췄습니다.  최근 며칠 동안 지인들에게 많은 연락을 받았는데, 별일 아니지만 응원해주니까 다시 한번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많이 늦었지만, 갑자기 글을 중단한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죄송하지만 조금만 더 쉬면서 재충전하겠습니다. 보글보글 발행도 조만간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여로모로 신경 써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오늘 글은 마지막 글 발행 중단 전에 썼던 글인데, 자주 쓰던  육아일기입니다. 최근 악재 중에 하나가 코로나 확진이었는데, 여섯 식구 중에 혼자 버틴 사랑스러운 둘째의 이야기입니다.

* 세영 2,957일 세이 1,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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