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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Feb 05. 2022

(편지) 디어 마이 프랜드

너의 결혼식


보글보글 글놀이 2월 첫번 째 설날 특집
[한 장의 사진을 보고 이야기를 완성하라]


차영경 작가 글 먼저  글 읽는 것을 권장합니다.

 * 정지찬 음악감독과 차영경 작가 결혼식 주례이신 가수 김창완 님의 주옥같은 주례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HI! JP!


이제는 너에게 편지 쓰는구나!


 쓰기를 처음 시작할 전화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눈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반년이 지났다. 시간 참 빠르네. 지금한 달에 한 번 정도 꾸준하게 통화했는데, 요즘 서로 바쁘다 보니   넘도록 연락을 못했구나. 그나마 인별 그램으로 소식은 주고받으니까 멀어지는 느낌  드네.


이렇게 편지를 쓰니까 평소 전화 메시지로 주고받는 느낌이랑 많이 다르네. 그러고 보니 너에게 편지 쓰는 건 처음인 것 같다. 마흔이 넘으니까 청승 떠는 거야. 누군가 나에게 마흔 앓이라고 말했는데, 틀린  아닌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너는 군대에 있을 때 나한테 몇 번 편지 쓴 적 있잖아. 당시 내가 손발 오글거리게 무슨 짓이냐고 구박했던 게 기억난다. 런 내가 이렇게 공개 편지를 쓰는 건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너는 브런치를 하지 않으니까 이 글을 못 읽겠지만, 상관없어. 어차피 이 글은 내가 다른 작가들과 공동으로 만드는 매거진 숙제 해결을 목적으로 작성한 거야. 그러다 보니 다른 작가들도 너와 관련된 글을  편 썼어. 내가 다른 글까지 모아서 선물로 보낼 테니 심심할 때 한번 읽어봐.


이번 주 매거진 주제'의 결혼식' 사진을 보고 떠오르는 이야기를 글로 쓰는 거야. 우연히 결정했는데, 좋은 기회라 리가 함께 했던 소중한 추억과 감사한 마음을 편지글로 작성했어. 내가 마지막 날 발행하기 때문에 사진에 대한 설명을 함께 전하면 좋겠다는 잔머리를 굴렸지.



이미 함께하는 글 벗들이 '너의 결혼식' 사진을 보고 멋진 글을 창작했어. 로운 작가는 한복으로 넓고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었고, 최형식 작가는 정말 깊이 있는 동화를 창작했지. 송유정 작가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외전을 새롭게 썼는데, 글을 읽고 감동이 몰려오더라. 차영경 작가는 가수 김창완 님 주례사까지 공개했어. ! 남편이 원 모어 찬스 가수 정지찬 님이야. 네가 좋아하는 노래 널 생각해를 부른 그룹.



사실, 난 네 결혼식 때 친구들이 함께 하지 못한 게 많이 아쉬웠어. 네가 오랜 해외생활로 다른 친구들 결혼식에 참석 못하고 평소 연락도 못했다며, 초대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동의한 것을 조금 후회했는데, 그때 아쉬움을 조금 달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새롭게 글로 만난 친구들이 대신 축하했다고 생각해. 소중한 글 벗들이니 너하고도 친구인 셈이지. 게다가 이 글을 읽은 다른 작가들도 결혼을 축하할 거야.  좋은 사람이니까.


오랫동안 해외에 있다가 잠시 귀국해서 결혼식만 하고 다시 돌아간 게 벌써 삼 년이나 지났구나. 세영이한테 화동을 부탁해줘서 너무 고마웠어. 좋은 추억이고 지금도 가끔 이야기하더라. 청사초롱을 들고 화동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잘 남겨놓은 것 같다.



한 장 사진이 륭한 작가의 소중한 글을 창작하는 계기가 되었고, 우리 추억도 되새기게 해 줬잖아. 결국, 무형으로 남는 기억을 실재하게 만들었으니 기록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사진 속 이야기를 각자 방식으로 표현하는 게 이렇게 재미있는지 몰랐어. 지난주, 휴대전화에 저장한 이만여 장 사진 중 눈에 들어온 서너 장을 골라서 다른 작가들에게 한 장을 선택하도록 제시했는데, 알록달록 한복 입은 두 아이 사진이 명절에 적합해서 눈에 들었던 것 같아.


참고로 다른 사진 하나는 제자들이 헹가레 하는 내 모습이고 또 다른 한 장은 세영이와 할아버지 강가에서 연을 날리는 모습인데, '너의 결혼식' 이 만장일치로 선정된 것을 보면 멀리서 네가 보낸 좋은 기운이 여기까지 영향을 끼쳤나 보다.



그곳은 우리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고 뉴스를 통해서 접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별 그램에 골프 연습 영상이 꾸준하게 올라오는 것을 보면 전쟁터는 아닌 듯. 직선으로 뻗어나가는 골프공을 보면서 곧 PGA에서 최고령 데뷔를 하는 게 아닐지 기분 좋은 상상 한다. 디스 아님.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지금쯤 라스베이거스와 산타모니카 그리고 샌프란시스코까지 함께 돌아다니면서 즐겼을 텐데, 이렇게 글로 안부만 전하니까 아쉬운 마음이 크다. 하지만, 아쉬운 마음이 간절해진 덕분에 작년에 새롭게 계획한 산티아고 순례자 길 여행 우리 인생에서 가장 멋진 순간이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시간이 지날수록 계획이 점점 더 단단해지는 것 같다.


며칠 전에 술 한 잔 하면서 우리가 처음 만났던 때를 회상했어. 고등학교 일 학년이 끝날 즈음 처음 만났고, 이학년 때 같은 반이 되면서 친해졌지. 너네 집에 자주 놀러 가고 어머니께도 많은 도움을 받았잖아. 내가 대학 들어갈 때 등록금과 입학금까지 주신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한 분이야. 가끔 농담 삼아 나를 양자 삼거나 네 동생 진이하고 결혼시키겠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러면서도 내 결혼식에 해외 생활하는 너 대신 오셔서 아내를 보고 좋아하시던 모습을 생각하면 어머니는 내게 참 소중한 사람이야.


그러고 보니 네 동생 진이 딸이 세영이와 함께 화동을 했구나. 세영이보다 세 살 언니라고 했던 것 같은데, 올해 육 학년 되겠네. 세영이는 그때도 엄청 큰 편이었는데, 지금은 더 거대해져서 체중관리까지 시작했어.


글쓰기를 하면서 너와 함께 했던 추억과 너를 통해서 접한 수많은 외국 이야기가 내 글감이 되기도 한다. 남아프리카와 영국 이야기는 직접 체험한 것처럼 나에게 스며들었어. 너 역시 내 직업이나 경험적인 요소를 가지고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볼 때 어쩌면 우리는 친구 이상 관계가 아닐까란 생각도 가끔 한다.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자기 일인 것처럼 감정 이입하여 생각을 공유하는 모습이 너무 좋더라.


네가 내 글을 응원하는 것처럼 나 역시 너의 골프와 응원하니까 지금처럼 꾸준하게 우리 삶을 만들어 자. 짧게는 오 년 뒤 길어도 십 년 안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시원한 맥주 한  마시며 함께 사진 찍는 날을 기대할게.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우리가 함께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더라. 그나마 애들이랑 실랑이하는 사진 한 장 발견했다. 다음에 보사진부터 한 장 남기자.


준비 없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옮겨도 끝나지 않는 것을 보면 우리는 글보다 술 한잔 하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게 정답이다. 조만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랄게. 고맙고 사랑한다. 친구야!


덧+) 우리 사진은 이게 전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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