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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Apr 26. 2022

글 부르는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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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은 많다. 유려한 문장으로 감탄하게 만드는 글이나 유익한 정보를 통해서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글, 진솔하고 가슴 저미는 이야기를 담아 심금을 울리는 글까지 작가의 세상은 연필로 종이 위에 새겨진다.


목적도 다양하다. 작가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세상에 피어나거나 순수하게 기록을 위해서 쓰이기다. 관심을 받기 위해 만들어지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글을 쓰기도 한다. 누군가는 글을 통해서 자신을 치유하기도 한다.


글을 쓰는 목적과 의미에 따라서 많이 다르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중에서 가장 쓰기 어려운 글은 다른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글이다. 독자를 움직이게 한다는 것은 독자가 글을 읽고 심경에 자극을 받았다는 뜻이고 결국 독자의 변화를 이끌어 는 글을 창작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구비작가는 흔하지 않으 비슷한 경지에 오르기조차 쉽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 / '22.4월 / S22


글쓰기의 시작은 생각과 감정을 기록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을 놓치고 싶 않은 마음에 조금씩 기록했는데, 이제는 독자 마음을 사로잡고 싶다는 욕망 피어났고, 나아가 누군가를 움직이게 하는 글도 쓰고 싶어졌다.


사실 이십 년 동안 각종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다른 사람을 움직이는 연습을 했다. 주로 분석하고 판단하여 예측하거나 전망하는 보고서를 작성했으며, 보고서를 활용하는 사람들에게 유익하고 쉽게 결심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드는 게 핵심이었다. 결국, 보고서도 결재권자 또는 참고하는 사람들에게 분석한 자료를 읽도록 만들고 읽은 후 결심하여 움직이게 야 한다. 어쩌면, 힘들게 던 일을 통해서 학습된 능력이 글쓰기에 스며들었을 수도 있다.


지금껏 글을 쓰면서 그리고 살아내면서 생각은 수시로 바뀌었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계속 변할 정도이다. 우유부단하고 줏대 없는 게 맞지만 유연하고 잘 들어주는 사람이라고 합리화하며 보다 많은 것을 흡수하고 싶다. 요즘 생각이 많다. 그러다 보니 넘치는 생각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 계속 글을 쓴다. 읽고 쓰고 고치고 다시 또 쓰는 행위를 계속하면서 생각이 글과 일치할 수 있도록 노력하지만 여전히 쉽지 않다.


얼마 전 발행한 글에 기분 좋은 댓글을 몇 개 발견했다. 자주 소통하던 분들이라 좋게 봐주는데, 연결과 잇다라는 말을 쓰면서 서로의 글을 이어준다는 내용이었다. 댓글을 통해서 큰 힘을 얻었다. 평소 댓글로 소통을 많이 했는데, 침체기 이후 소원하다 보니 첫 자음을 쓰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누군가의 응원 한마디, 한 글자가 글을 쓰고 살아내는데 큰 동력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우리 글에 다시 몰입하니까 좋은 기운이 돌아온다.


고급지게 티내는 곳 / '22. 4월 / S22


 책방과 카페를 개업하는 글벗이 쓴 짧은 글을 읽고 생각이 깊어진다. 복잡하게 머리가 아픈 게 아니고 미지의 세계로 여행하는 설렘 가득한 복잡함이다. 마치 퍼즐을 맞추기 위해 헝클어 놓은 퍼즐 조각을 보고 있는 기분이다. 퍼즐 조각 하나를 먼저 맞춰 놓고 다른 조각을 찾으려는 기분에 웃음만 가득하다.


글벗이 나눈 글을 읽고 나도 글을 쓴다. 이처럼 독자가 움직이는 글을 쓰고 싶다. 다른 사람이 글을 쓰게 만드는 '글을 부르는 글'을 쓰고 싶다. 글을 쓰면서 몇 번의 글과 글을 잇는 경험이 나를 만족시켰다. 글만 이어진 게 아니라 사람과 각자의 세상까지 연결했기 때문이다. 결국, 글을 통해서 외로움은 수그러 들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삶이 되다 / '22. 4월 / DIXON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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