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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Aug 02. 2022

저급한 좋아요와 고귀한 댓글

평소 개인 신상이나 직업과 관련된 글을 쓰면 댓글 창을 닫았다. 글이 서툴다 보니 독자에게 의도와 다르게 전달되거나 감당할 수 없는 반응 또는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전환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글을 안 쓰거나 발행하지 않으면 되는데, 여러 이유에서 계속 발행한다. 하지만 최근 한 달 동안 의도적으로 댓글을 닫아 놓고 글을 발행했다. 귀한 댓글에 대한 나름의 반항과 저급한 라이킷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도 담았다. 그리고 허전한 글에 댓글을 꾸준하게 달아주는 독자 피로감도 줄여주자는 배려도 더했다. 결과는 대실패이다. 글 수준이 허전하니 관심만 떨어졌고 이제는 관심은커녕 글쓰기 플랫폼을 바꿔야 할지 고민만 커진다.


최근 글쓰기 플랫폼에 대해서 많이 고민했다. 글을 통해 만난 인연이 대부분 행복을 주지만 가끔은 스트레스로 다가올 때도 있다. 더군다나 어긋난 관계로 인해서 불필요한 자극을 받고 싶지 않아서 멀리하려는데, 친절한 브런치 알고리즘은 관계 개선을 시키고자 노력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가끔은 눈을 감고 귀를 막는 게 나을 때도 있다.


잠시 동안 제자를 가르쳤던 경험이 있다. 제자 모두에게 공정하게 대하고 같은 사랑을 주고자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모두에게 정말 잘하는 A와 평소 다른 인원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B의 논쟁이 벌어졌다. 토론 수업 중 과표현에서부터 시작하더니 불이 붙어서 토론을 중단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치우치지 않으려  쉬는 시간에 개별 면담을 통해서 각자 입장을 들었다. 나름 논리도 타당했고 누구 하나 잘못했다는 생각보다 상황이 안타깝다고 결론 내렸다. 중재를 시도했으나 서로 마음이 많이 상했기 때문에 돌아갈 수 없었다. 이후 학급에서 B는 다른 동기들과 멀어졌다. 당시 B의 카톡 프로필에 눈을 감고 귀를 막는다는 문구가 기억난다.


평소 생활 패턴을 자주 바꾸는데, 글을 쓰면서도 비슷한 성향이 나타난다. 습작하면서 기초를 다지기 위해 정형화시킨 틀 반복하며 숙달해도 모자랄 시기에 변칙 기술이나 연마하는 이다. 그러다 보니 문체는커녕 글투도 왔다 갔다 하고 발전할 기미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러는 중에 글럼프도 찾아와 정신을 못 차렸다.


그나마 이번 달 들어서 지난 오십일 정도 침체되었던 매일 글쓰기는 다시 살아났다. 한 달 정도 매일 글을 면서 생각과 글량은 많아졌고 독서 욕구는 커다. 미라클 모닝을 할 때처럼 시간 단위로 일정하게 유지는 못하지만 일일 또는 주간 단위로 해야 할 행위를 지키려 리추얼은 지속한다. 다행히 보글보글 매거진덕분에 주간 단위 글 약속을 지킬 수 있었고 너의 작업실 글방을 통해서 매일 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두 공간을 자주 비교한다. 똑같이 글을 나누는 곳이지만 대하는 마음이 다르다. 근본적인 이유는 구성원 숫자인데, 적당한 인원과 글을 나누는 글방은 충분히 서로를 신뢰하다 보니까 개인 신변과 치부까지도 드러낼 수 있다. 생각을 편안하게 글로 내밀 수 있는 퇴근 후 술자리 같은 공간이다.


하지만 사만 명 이상 글 쓰는 사람이 모여서 글을 나누며 응원하고 비평하는 공간은 조금 다르다. 긍정 요인도 많지만, 다른 사람 글 쓰기와 독서를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비난하는 공간처럼 느껴지면서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없도록 만든다. 칭찬 위주 댓글이나 낮은 수준의 글에 라이킷이 달리는 게 잘못된 세상이다. 아직 비평이나 평가할 수준도 안 되는 사람이라서 어느 기준으로 재단해야 할지 잘 모르겠만, 조금 힘든 글 세상 같다.


라이킷을 누르는 것 하나도 마음이 쓰인다면 편안하게 글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얼마나 읽어야 클릭할 수 있는지, 어느 정도 이해해야 누를 수 있는지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 마음대로 하면 되는데, 눈치를 봐야 하는 이유를 정말 모르겠다. 좋은 글을 쓰는 작가가 다른 사람이 플랫폼을 대하는 자세나 마음가짐을 소재로 많은 글을 쓴다. 심지어 실험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을 통해서 연결되는 복잡 미묘한 글을 읽다 보면 속상한 마음에 한숨만 나왔다.


글쓰기 플랫폼에서 만들어 놓은 통계, 구독자, 라이킷, 댓글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한수희, 김설 작가님은 서로에게 편지 글처럼 주고받으며 생각과 감정을 나누기도 한다. 글에 대한 반응으로만 따져보면 서로 주고받는 편지글은 댓글을 허전하게 만든다. 결국, 댓글이 바라보는 라이킷과 같은 모양새이다.


정확한 의도를 알 수 없다 치고 시간으로만 따지면 라이 정성은 1초, 짧은 댓글은 1분, 긴 댓글은 10, 정성스러운 답례 글은 1시간 이상 걸릴 텐데, 어디다 기준을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 어찌 되었건 간에 정성과 관심의 표현이니 전부 감사행위인 것은 확실하다.

 

결국, 다양한 표현 없는 라이킷이 바뀌거나 없어지지 않는 한 저급한 라이킷이라는 타이틀은 유지될 것이다. 고귀하지만 잘 못 쓰면 관계가 틀어질 수 있는 댓글에 대한 복잡생각도 지속될 것 같다. 


역시 브런치 숫자와 관련된 소재로 꾸준하게 글을 다. 솔직히 무슨 목적으로 쓰는지 모르겠다. 라이킷과 구독 동냥 아니면 관심 종자 아니면 자기 합리화 일수도 있다. 하지만 복잡한 생각과 감정이 조금 수그러들고 가끔 공감해주는 독자와 교감을 통해 위안받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열심히 쓰고 퇴고한 글이 스치는 라이킷조차 없는 경우가 더 가슴 아프다. 내 글이든 다른 작가 글이든 메마른 공간에서 일초의 교감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이다. 


여하튼, 꾸준하게 글을 쓰고 싶다. 글 세상이 어떻든 간에.


* 사진 : 마술쇼에서 관람한 샌드 아트 '인생' / s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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