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디지털 대란 또는 카카오 대란이라고 하지만 저에게는 브런치 사태였습니다. 다른 브런치 작가님들도 비슷했겠죠. 하루 종일 브런치 아이콘을 백 번은 눌렀네요. 평소에는 몰랐는데, 전환 화면에 C.S. Lewis가 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이 유독 눈에 들어온 하루였습니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마음을 많이 졸였습니다. 그러면서 화도 났지만 스스로를 돌아봤습니다. 나는 잘한 게 있나? 탓한다고 크게 달라질 게 없다며 아쉬운 마음만 달랬습니다. 복구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동안 백업 못한 글이 다 사라지는 게 아닌지 우려하며 함께 글을 나눈 친구들 안부도 걱정했습니다. 안내 메시지도 없고 다른 사업성 높은 플랫폼에 비해 비루해서 기사에 언급조차 하지 않아서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잘 쓰지 않는 트위터 계정으로 브런치 관련 경과도 공지하면 좋겠다고 요청했는데, 4,750만이 쓰는 카카오에서 브런치 작가 4만 명 정도는 우선순위가 떨어질 수밖에 없겠다며 수긍했습니다.
최근 들어 브런치에 소원했던 저를 돌아봤습니다. 이상한 브런치 알고리즘은 글 홍보도 제대로 안 해주며, 공모전은 기성작가에게만 허락된 행사라고 구시렁거리도 했죠. 그러다 문득 처음 브런치에 가입 승인을 받았을 때가 떠올랐습니다. 후배들이 작가라고 불러주기도 하며 스스로도 뿌듯해서 여기저기 알렸던 게 기억났습니다. 매일 글을 쓰며 하루에 백 개도 넘는 글을 읽고 라잇킷도 누르며 댓글도 썼는데, 언제부터인지 제풀에 지쳐서 일주일에 고작 글 한 편 올리고 관심 작가 글 몇 편만 읽고 라잇킷 정도 누르던 제가 브런치를 비난할 수 없겠더라고요.
곰곰이 생각한 결과, 제가 브런치에게 해 준 게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알고리즘과 운영진 탓하며 다른 플랫폼을 기웃거렸고, 이번 사태가 발생하니 발을 동동거리는 현실이 조금 안타까웠습니다.
여하튼 브런치는 감사한 존재라는 게 증명되었고 글 세상을 넓히고 깊게 해 준 사실도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조치가 되어 이렇게 글을 남길 수 있어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친구들과 함께 나눈 소중한 추억을 다시 찾게 되어서 진심으로 고맙고 미안합니다.브런치 덕분에잃어봐야 소중하다는 진리를 깨닫습니다. 서로 마찬가지겠지요.
덧+) 분명히 이번 일과 관련된 많은 글이 발행되겠지요. 전 잠시 걱정했던 우려가 사라졌다는 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제가 할 일을 하고 마음을 추스르려 합니다. 이번 브런치 대란으로 마음고생한 많은 분들이 평온하기를 바라며, 인스타에 올린 짧은 글도 나눕니다. 브런치 덕분에 이른 아침에 글도 쓰고 브런치 작가님들과 인스타로 안부도 묻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