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남세아 Jul 11. 2023

북 토크에서 빌런을 만나다

'마침내 운전,  신예희' 북 토크 참석기


열한 번째 책을 낸 유명 작가 북 토크에 오면서 저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고 참석했다는 것은 실례를 넘어서 민폐였다. 우연히 지나가다 들른 것도 아니고 사전에 참가비까지 내고 신청했는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더구나 토요일 저녁에 일산 최고 핫플인 너의 작업실에서 진행했는데, 무슨 낯으로 나타났는지 도무지 속내를 알 수 없었다. 염치 박치 없이 소 팔러 가는데 졸졸졸 따라온 강아지처럼 연신 알쏭달쏭 멍청한 표정으로 북 토크에 참석한 자는 잘생긴 마흔 중반 남성이었다.


중년 남성은 자기소개 시간에 아내가 작가 팬이며 본인이 북 토크 소식을 먼저 접하고 아내를 위해 인지 즉시 보고했다고 실토했다. 덕분에 칭찬도 받고 동반 참석의 영광까지 누리게 되었다는 터무니없는 소리까지 쏟아냈다. 소팔개끌로 북 토크에 참석했지만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이라고 자랑한 것이다. 결국, 공처가란 소리였다. 어이없게도 중년 남성은 두 시간 넘게 함께 웃고 떠들면서 책에 담긴 이야기와 수준 높은 참석자들 에피소드까지 주워 담아 즐거운 추억을 쌓았고 쓰기 팁까지 얻어 갔다.



북 토크는 유쾌한 만담꾼에 홀려서 너 나 할 것 없이 자기 속 이야기를 꺼내는 자리였다. 대학교 엠티 때 연애사나 진실게임을 하는 분위기처럼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더구나 아침마당 방청객을 능가하는 리액션 덕분에 밤리단길이 떠나갈듯했다. 아마도 너의 작업실 사장께서 시끌벅적한 문화공간을 보다 넓고 방음이 잘 되는 곳으로 옮긴 결정에 확신을 주었을 것이다.


보통 북 토크는 잔잔한 음악이 흐르면서 책을 낭독하거나 작가 삶을 함께 돌아보고 공감하는 시간을 갖는데, 이번 북 토크는 중간에 욕설과 비속어까지 등장하며 웃음이 계속되었고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아마도 신예희작가께서 마법을 부린 것 같았다. 탱술(너의 작업실 사장이 부리는 마술)에다가 작가 마법이 버무려졌고 운전이라는 기막힌 소재를 통해 이야기꽃이 피어나니 함께한 모두가 즐겁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 흥분된 분위기를 즐기며 주변을 그윽하게 바라보다 적발된 중년 남성은 운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에 대중교통이 좋다는 어처구니없는 망언을 했다. 중년 남성 좌우 측에 앉은 아내와 탱사장은 더는 놀라지 않았다. 이미 박연준, 한수희 작가와 함께할 때부터 충분히 단련되었기 때문이다. 여하튼, 맥을 못 는 답변에도 신예희작가는 특유의 재치와 입담으로 주위를 환기시키며 공감을 이끌어냈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참석자 한 명도 놓치지 않고 운전과 관련된 소중한 기억을 끄집어내다 보니 어느덧 마칠 시간을 훌쩍 넘겼다. 대부분 시간을 넘긴 지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 아쉬운 마음을 간직한 채 시끌벅적 북 토크는 끝났다.


신예희 작가와 비슷한 사람이 주변에 꼭 한 명은 있다. 재치 있는 입담으로 주변을 밝게 만드는 사람이다. 다만, 신예희  작가처럼 말을 글로 잘 담아내지 못한다. 아내 말을 빌려서 이야기한다면 유쾌한 언니가 옆에서 즐겁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쓰인 책이다. 작가가 열한 번째 출간한 책, 누구나 십분 이상 떠들 수 있는 에피소드가 가득한 책 '마침내 운전'을 북 토크 빌런 중년 남성도 마침내 집어 들고 단숨에 읽었다.



* 가끔 오해하는 분이 있어서 밝히면 저는 중년 남성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카카오 때문에, 브런치 덕분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