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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Aug 11. 2023

소중한 공간, 너의 작업실



유년과 학창 시절을 보낸 인천을 제외하고 살아내며 가장 오랜 시간을 머문 곳이 고양이다. 스스로 원해서 고양을 찾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참 많이 들락거렸다. 여러 번 이사할 때마다 - 대략 스무 번쯤 - 고양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왔는데,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소중한 공간을 우연히 만났다.





나는 그곳에서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독서를 했고 글을 썼으며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다 보니 이십 대 때도 삼십 대 때도 사 년 정도를 고양에서 지냈지만, 유독 이번에 진한 향기가 남았다. 이제 몇 달만 지나면 다시 고양을 떠난다. 어쩌면 지금이 고양에 머무르는 마지막 순간일지도 모른다. 다행히 차곡차곡 쌓은 추억 덕분에 조금은 덜어내도 충분할 만큼 행복이 쌓였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다른 곳으로 떠난 다음에는 다시 찾은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지인이 아닌 외지인이 되더라도 다시 찾고 싶어졌다.





새롭게 이전한 우아하고 세련된 공간이 떠나는 자의 발목을 잡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소중한 공간에는 함께 나눈 시간이 새겨진 책과 글과 사람이 머무르 때문이다.





* 너의 작업실이 확장 이전(8. 15.)합니다. 지금은 가오픈 기간이고요.



**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사람을 만나서 생각과 감정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커피도 있는데, 전 탱님라테가 마음에 듭니다. 라테 한 잔 얻어 마셔서 쓴 글은 아닙니다. 저따위가 홍보하지 않아도 유명한 곳이거든요.



*** '죽은 자의 집청소, 김완', '네 컵은 네가 씻어, 미지', '쓰는 기분, 박연준', '조금 긴 추신을 써야겠습니다, 한수희' 등 유명 작가님들과 함께한 추억이 가득합니다. 물론, 모든 순간을 글벗과 함께했지요. 새로이 만든 공간에는 작업인과 작가님들이 추천한 책을 구경하는 재미까지 더해졌네요. 책 구경을 좋아하는 저에게 이보다 좋을 순 없습니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유독 가장 낮은 곳에서 밝게 비추는(炳旭) 공간에 시선이 계속 머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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