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법

I0234_ep.38 내가 좋아하는 윤슬

by 혜남세아




하루 종일 꽉 막힌 귀로 생활했다. 병원에 갔더니 오른쪽 귀는 고막염, 왼쪽은 만성 외이도염이 심해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나는 대수롭지 않고 다른 하나는 걱정된다. 왼쪽 귀는 3년째다 보니 나았다 아팠다를 반복했다. 만성이 되면서 무뎌졌다. 조금 아프면 만지지 않다가 괜찮아지면 슬금슬금 만진다. 그러다 또 아프다. 그런 와중에 오른쪽 귀가 아프니 놀래서 병원을 찾았다. 귀 막힌 상황에 대한 글도 쓰고, 참 웃긴다.




얼마나 관심을 가지느냐에 따라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천재가 아닌 이상 관심 정도에 따라 그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오롯이 관심만 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그렇다. 살면서 배우는 몇 안 되는 진리 중 하나다. 몰입이나 집중 등을 소재로 하여 책들이 많이 나오는 것도 이런 연유라 생각한다.


나는 신기할 정도로 사람을 인식하지 못한다. 이름은 더욱 못 외운다. 외국소설을 못 보는 이유 중에 하나가 캐릭터를 이해하지 못하다 보니 등장인물의 대화가 머릿속에서 그려지지 않는다. 에드워드가 말했다. 앤써니가 대답했다. 에피카가 옆에서 크게 웃는다.라는 글이 있으면, '세명이 웃고 떠든다'로 인식된다. 등장인물이 3명인 것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 대견할 정도다.

노래 가사는 전혀 모른다. 흥얼거리며 부를 수 있는 노래도 가사의 뜻을 아는 게 거의 없다. 즐겨 듣는 외국 노래는 한 단어도 모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막내딸이 '대디 핑거 대디 핑거 웨얼아유?' 하면 '히얼 아이엠 히얼 아이엠 하우 두 유두' 정도는 한다. 나 같은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주변에서 3~4명 봤다. 나누긴 싫지만, 대부분 남성이다. 그냥 멜로디로 음악을 좋아하는 것이다. 아님 느낌으로만.


책을 읽어도 줄거리가 생각나지 않는데, 한 문장을 열 번 이상 읽으면서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있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거다.




그런 내가 글쓰기에 몰입하면서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단어를 공부하고 활자에서 나오는 표면의 향기뿐만 아니라 작가가 어떤 생각으로 문장을 작성했는지에 대한 고민까지 하고 있다. 기이한 현상이다. 이러다 가사를 외우고 에드워드와 엔써니, 에피카의 복잡한 내면의 고리들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게 아닐지 걱정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 아내가 박장대소할지도 모른다. 제발 주유소 들어갈 때 주유구가 좌측인지 우측인지 물어보는 거나 하지 말라면서.




오늘은 처음으로 컴퓨터를 이용하여 글을 작성했다. 글을 어느 정도 썼는지 모르겠다. 메모장에도 써보고, 휴대전화 앱에도 써보고 인스타에도 써보고 밴드에도 써보고 브런치에도 써보고 계속 바뀌는데, 새로운 환경에서 좋은 경험을 많이 하고 있다. 환경의 변화로부터 배우는 것이 많은 요즘이다.


어제 동료들과 대화하면서 주제넘게 글쓰기 예찬을 했다. 매일 쓴 것은 2달이 넘었고, 다이어리에 드문드문 쓰던 일기는 2년 가까이 지나오면서 나름의 철학이 생겼다는 오만함에서 글쓰기를 권하고 자녀들에게 시키고 싶다는 방향으로 말을 했다. 마치 내가 글을 잘 쓰는 것 마냥 다른 동료들에게 가르치려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볍게 내 생각을 말한 것이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경망스러웠다.




사실 난 '가르치는 일'을 싫어한다. 아니 잘 못한다. 3년 넘게 가르치는 일을 했고, 대부분의 삶에서 누군가에게 조언하고 알려주며 교육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를 잘 가르치는 사람을 볼 때면 존경심마저 든다. 특히, 선생님께서 제자를 가르치거나 부모가 자녀를 가르치는 것은 정말 고귀한 일이다. 그러다 보니 더 조심스럽다. 내가 전달하는 것이 맞는지 방향성이 올바른지를 고심하고 더 많은 노력하게 된다.

정말 바쁘게 한주를 보냈다. 조금 아프기도 했고, 잠도 많이 못 잤다. 하지만, 그런 바쁨속에서 크게 보상받은 게 하나 있다. 바로 주말이다. 한주를 무료하게 지냈다면 귀하게 여기지 못한 주말을 여느 때보다 반갑게 맞이하면서 아침을 시작한다. 내 생에 가장 젊은 날, 저녁부터 장마가 시작된다지만 상쾌하게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