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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Dec 20. 2022

아이슬란드를 가장 빠르게 만나는 방법

커피가 좋아서 커피 관련 글을 쓴 적이 있다. "초록 사이렌 속 파란 병"이란 제목으로 블루보틀과 스타벅스 취향을 실컷 자랑했다. 커피를 좋아하는 건 사실이다. 멍청한 아침을 각성시키고 구운 커피콩 향이 가득한 곳에서 고소함과 신맛을 실컷 느끼며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면 행복한 삶 어딘가에 정착한 듯 착각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국내에 처음 칭한 아라비카 교토를 다녀왔다. 하늘 가득 쌓아 올린 책에 둘러싸여 고소한 라떼를 한 잔 했는데, 책 속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처음 알게 되었다. 다만, 눈앞에 북적이는 인파로 인해서 조금 어지러웠다. 교토를 여러 번 오가면서 아라시야마를 방문했을 때도 아라비카 교토는 그냥 지나쳤다. 당시 서해 인근 이웃국가 국민이 너무 많은 탓에 주차도 버거웠기 때문이다. 본점인 기에서 처음 아라비카 교토를 만났을 때도 라테는 좋았지만, 많은 인파로 인해서 여유를 즐길 수 없었다.



편안한 곳을 찾아 여기저기를 헤매던 중에 마침내 하얀 눈과 오로라가 어울리는 공간을 찾았다. 높은 천장과 고즈넉한 분위기 커피콩 향이 그윽하게 깔린 곳이다. 더군다나 한쪽 공간에는 당장 사서 읽고 싶은 책만 큐레이션 한 작은 책방이 함께한다. 아이슬란드를 다녀와서 얻은 영감으로 커피와 책 그리고 공간과 소품까지 고집스럽게 브랜딩 한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나는 곳이다. 흔해 빠진 블로그 맛집이나 가볼 만한 곳으로 평가되지 않았으면 한다. 앞으로도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차분하게 내 시간을 계속 만끽하고 싶은 장소이다. 내 욕구를 충족시킨 공간이며, 지금껏 함께했던 녹색 사이렌과 파란 병에게 충분히 견줄만한 브랜드이다. 지구 반대편이라서 다가갈 엄두조차 못 냈지만, 생애 한 번 만나고 싶었던 세상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만한 공간이다.




* 표지와 사진 몇 장은 인스타에서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카페 비크 & 서점 뮈르달에서 받은 거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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