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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Jul 08. 2021

우리 친구 할래요?

I0234_ep.41 빠른이와 공생



"니가 가라. 하와이"


영화 '친구'의 명대사다.

영화가 절정에 다다랐을 때

태수(유오성)는 마지막 제의를 했고,

동수(장동건) 거부한다는 뜻으로

그 좋은 하와이를

태수에게 양보하겠다며 뱉은 망언이다.


실제로 동수의 마지막 대사는


 "고마해라. 많이 먹어다 아이가!"이다.

두 대사 모두 유명해서 많은 패러디를 앙산 했다.


반드시 하와이는 가야 하고

평소 적당히 먹으라는

큰 교훈을 남긴 영화이기도 하다.





 '친구'에 대해서 수십 번, 수백 번 고민했다.

그만큼 친구란 존재가 

삶에 많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일 것이다.

친구 때문에 강남 간다, 붕우유신, 절친, 찐친, 베프 등

친구와 관련된 말들도 참 많다.

얼마 전에 친구, 절친, 친은 나름 정리했고,

내 삶의 최고 친구는 아내라며 

결론을 내렸다.

 

 한번 다룬 주제를 다시 생각하는 것을 보니

벌써부터 글쓰기 소재의 고갈을 경험하던지

아니면 

친구가 내 머릿속에서 많은 영역

차지하고 있다는 증거다.




친구가 별로 없다. 하는 일도 그렇고,

결혼을 하면서 직업과 관련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별로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하나 둘 멀어졌다.


시간이 흘러 돌아보니 주변에는 가족만 남았다.


애써 부정하며 친구보다는 가족이라는 합리화를 통해 위로했다.

그러다 주변을 돌아보게 되었고,

다시한번 친구에 대한 생각을 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친구의 범주다.

어디까지가 친구일지 고민했다.

 처음 이 생각을 한 것은 "빠른이" 때문이다.


학창 시절 친구들은 같은 또래나 동창으로 형성된다.

동창은 같은 해에 태어났거나

다음 해에 태어났지만 한해 빠르게 입학한 친구들로 구성된다.


우리는 이들을 "빠른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만 있다고 들었다.


친구 셋 중 빠른이가 둘


 외국의 경우 10대 청소년과 80대 노인이 친구를 하고

사장과 직원이 사적인 자리에서

편하게 지내는 장면들을 많이 목격한다.

직접 보진 못했고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다.

유교문화인 우리는 그런 모습이 아직 어색하다.

그나마 80년대 운동권에 있었던 분들은

호칭을 형 또는 동지라면서

나름의 평등 관계를 형성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앞뒤로 빠른이 와 함께 하는 것을

조금 불편해한다.

 "넌 빠른 이잖아. 졸업했으니까 80년생이랑 친구해.

나한테 형이라 불러!"

술 마시면 농담으로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과거 3월 입학을 기준으로

학생들을 선발하고 입학시키다 보니

같은 해에 태어난 아이들을 동일한 범주로 설정했고,

다음 해 1월과 2월에 태어난 친구들도 포함시켰다.

가끔 3월 생들도 있다.


 아이러니하게 우리 가족은 나 빼고 다 빠른이다.

아내는 3월 5일이며, 큰딸은 2월 25일로

둘 다 학교를 1년 빠르게 들어갔다.

둘째도 3월 16일인데, 아마도 조기 입학할 것 같다.

문제의 빠른이들

나만 억울한 유월 생이다.


나보다 어린 사람과 친구를 맺으면

기존의 형 동생 관계가 어색해질 수 있다는

이상한 삼단논법을 기초로 부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빠른이들과 친구를 맺는 것은

족보가 정리되지 않아서 꺼리는 경우가 있다.




 나이가 조금씩 차면서 그 경계가 많이 무너졌다.

사실 그 경계를 나는 좋아하지 않았다.

영화에서 접한 서양 문화를 필터링 없이

받아들인 결과 일수도 있겠지만,

가뜩이나 친구도 없는데, 친구의 범위를

한정한다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았다.


세대, 성별이나 심지어는 인종까지도 구분할 필요가 없다.

쿨한 척하는 게 아니다.

나의 안위를 위해 주변에서 함께 해주는

'친한 관계인 사람'들을 몇 개월 차이로 나눌 필요가 없다.

 

이렇게 주장 하지만 내 주변을 돌아보니

대부분 친구는 같은 해에 태어난 친구나 빠른이 뿐이다.

 그나마 임관 동기나 동료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호칭은 선배, 후배, 형, 동생이지만 좋은 친구가 되어간다.

같은 해에 학교를 다니지 않았어도

취향이 같고, 편하며, 서로를 위해주는

친구가 조금씩 늘고 있다.


딸 둘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놀이터에서 만난 언니, 동생들에게 먼저 말을 건다.

"우리 친구 할래?"


아이들은 이렇게 시작한다.


'어른이'들도 다르지 않다.

우선 금기의 벽인 빠른부터 무너뜨리고

서로 한발 더 다가서야 한다.


당장 아침에 출근하면 보다 넓은 마음으로

살 어린 후배나 스무 살 많은 모임 멤버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네봐야겠다.



"우리 친구 할래요?"





 다만

마흔 살 어린 둘째 딸까지 친구 자고 할까 봐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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