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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Jul 01. 2021

관계의 재구성(각자도생)

I0234_ep.6 오늘 우리가 살아갈 이유

우리 집에는 자매, 장사 12, 부부 12, 조손 1234, 부녀 123, 모녀 123 관계가 있다. 총 15개의 상호관계다. 세명 이상은 복잡해 지니까 당사자들끼리만 관계를 따져도 상당히 복잡하다. 이 모든 것이 조화롭게 잘 돌아가야지만 바람 잘 날 없는 거다.


여섯 식구면 대가족이다. 2년 전 어린이집 체육대회 때 대가족 상을 받기도 했다. 조금 다른 것은 장인, 장모와 함께 사는 정도이며, 조금 더 보태면 현재는 아내가 다른 곳에 살면서 주말마다 오거나 부녀 23(나와 딸 둘)이 간다. 그렇다. 나는 장인 장모를 모시고 두 딸을 육아하면서 아내를 멀리 떠나보낸 상태로 바쁜 일을 하고 있다.(홍보용임. 사실 하숙생이다. 장모님이 다 하신다.) 보편적인 형태의 거주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주변에서도 가족 얘기를 듣고 흠칫 놀라거나 부러워하거나 안타까워한다. 이유는 모르겠다.


15개 관계 중 마찰 가능성이 있으나 잘 관리되는 관계는 우선 3개 관계로 미스터 선샤인 대사가 생각난다.

 "어제(장사 1)는 멀고 오늘(장사 2)은 낯설며 내일(자매)은 두려운 격변의 시간이었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각자의 방법으로 격변하는 조선을 지나는 중이었다."  

다음 3개 관계는 부부 2(나 <아내), 부녀 2(나 <큰딸), 조손 2(장인 <막내)로 주종관계다. 명확한 상하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관계가 틀어질 수 없다. 진리다.

 부부 1(장인 vs장모), 조손 1(장인 vs큰딸), 조손 34(장모 vs 딸 둘), 모녀 23(아내 vs 딸 둘) 은 동북아 정세를 얘기할 때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미중 일러와의 관계 정도로 대변할 수 있다. 잘못 건드리면 폭발한다.

모녀 1(장모-아내), 부녀 1(장인-아내) 관계는 내가 평할 수 없다. 관계자가 내 글을 애독하기 때문이다. 나쁘진 않다.


부녀 3(나:막내) 관계는 타짜의 김혜수와 조승우 또는 도둑들, 범죄의 재구성 등 범죄영화에 자주 나오는 캐릭터 들의 조합에 가깝다. 서로 등쳐먹는 사이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그 표현밖에 떠오르질 않는다. 기회주의의 절정이다. 자신의 필요나 욕구가 충족되면 내친다.

이렇게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 속에서 다양한 상황이 발생하다 보니 이야깃거리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복잡한 관계 속에서도 각자에 충실할 수 있다는 것을 어제 느꼈다.

큰 딸이 먹고 싶다고 해서 준비한 라볶이를 내가 대신 먹는 상황이 었는데, 너무나 생생해서 잊히지 않는다.

나는 맛과 술로, 아내는 베이킹으로,

장모님은 주말드라마로, 큰 딸은 태권도 품세로,

막내는 먹던 요거트를 식탁에 묻히면서 떠드는 것으로, 장인께서는 시장함을 허겁지겁 달래며 식사하시는 것으로, 우리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도 각자도생 하는 모습에 행복한 눈물이 났다.


어제 아내가 저 상황에서 "왜 그래?" 하며 의아해했는데, 이 글로 답을 대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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