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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Jun 28. 2021

아름다운 소풍으로 남기를 바라며

I0234_ep.4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6월 6일이다.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다섯 가지 주제와 관련된 내용 중에 가장 부담스러운 분야가 4(일)이다. 내 삶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에 포함시켰지만, 일이라고 표현하기도 어렵고, 직업이라는 범주도 적절하지 않다. 그렇다고 제외시킨다면 글의 진정성이 결여될  같다. 특히, 요즘과 같은 시기에 부적절한 단어, 문장 하나가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라 공개적으로 글 쓰는 것조차 상당히 부담스럽다.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지 하다 보니 관련된 내용을 주로 언급하지 않는다.





모윤숙 님의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는 싸이월드가 한창이던 시절 내 대문을 장식했던 몇 안 되는 글 중의 하나였다. 얼마 전 우연히 주변에서 낭독하는 것을 듣고 다시 생각났다. 특히, 이 부분.


'드디어 드디어 나는 숨지었노라'


죽음 앞에서 기대할 때 쓰는 말인 "드디어"를 두 번이나 말하면서 숨지었다고 표현했다.


죽음.


살면서 가장 두려운 것은 결국 죽음이다. 그런 죽음을 기대할 수 있다니 얼마나 숭고하고 고귀한지 되새길 때마다 전율이 돋고 스스로 부끄러움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시를 잘 몰라서 알고 있는 시가 다섯 편도 안된다. 몇 안 되는 좋아하는 시 중에 귀천이 묘하게 겹친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이 세상 소풍 떠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사실 귀천이 내 삶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난 '아름다운 소풍'에 방향을 두고 살고 있다. 중위 때 같이 살던 후배가 천상병 시인과 법정 스님을 알려주고 함께 인사동에 있던 귀천이라는 찻집을 들렀던 생각이 난다.

그 후로도 혼자 여러 번 가서 기웃 거리기도 하고 차도 마시곤 했다. 유난히 많이 걷던 길이 되었고, 지금도 가끔 근처를 지날 때면 정겹게 느껴진다. 천상병 님과 이름 모를 소위의 삶은 전혀 다르고 아무런 상관관계도 인과관계도 없지만 죽음을 대하는 마음만은 그 방향이 같았기 때문에 두 시가 겹쳐진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얼마나 죽음에 의연할 수 있는가를 가끔 생각한다.

평소 머릿속에서 그리던 생각이 정답이 되어 절명의 순간 발현될지 잘 모르겠다. 다만, 아름다운 소풍을 했다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기를 희망하기에 매일 행복하고 찰나에도 진정성 있게 살자고 다짐한다.


하지만, 다양한 상황과 각종 장벽들로 인해 의지가 약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다시 갈 수 있는 동력이 필요한데 바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며, 곁에서 함께 있어 주는 가족과 친구라 생각한다. 지금처럼 매일 다짐의 글도 쓰고 옆에서 응원해주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다 감사해하며 살면 된다. 이렇게 십여 년 이상 남은 내 소중한 의무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결국 내 일도 내 삶도 아름다운 여행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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