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진심이 담긴 글을 읽고 같이 공감하는 시간이 즐겁다. 그 시간 동안 내 가슴속 어디선가 끓어오르는 묘한 즐거움 속에서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다.
지난달 제주 여행을 다녀왔고, 여행 마지막 날 섬을 떠나면서 다녀온 '달책빵' 동네책방에서 독립출판 책 '내가 좋아하는 것들, 제주 / 이희선'과 함께 왔다. 여행이 끝나는 시점에 그곳과 관련된 책을 구매하는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보통은 여행 전에 알아보고 여행에 도움을 받거나 인상 깊은 장소를 찾아보는데, 가끔 하는 거꾸로 퍼포먼스를 했다. 책의 소개 글도 좋았고, 떠나는 아쉬움이 배가 된다면 제주가 더 그리 울 것 같아 선택했다. 그리우면 다시 찾아가게 된다.
거기다 약간의 고소공포증이 있기 때문에 가볍게 비행기에서 읽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워낙에 글을 느리게 읽기도 하고 작가의 진심이 가득 담긴 글이 소중하게 느껴지다 보니 더 천천히 읽고 싶었다. 매일 이른 아침에 일어나 가볍게 한두 단락을 읽고 공감하는 시간을 충분히 보냈으며, 오늘 아침 나오는 글(에필로그)까지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읽었다. 평소 많은 글을 접하지 않았고 문학과 멀리서 살아왔기 때문에 수준 높은 평가를 할 순 없지만, 화려한 언어로 기록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넘치며, 복잡한 인물들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책 보다, 유명한 작가의 에세이나 베스트셀러, 심지어는 고전보다도 가볍게 다가온 이 책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책의 뒷 장이 가까워질수록 함께 했던 '이희선 작가'와 헤어진다는 게 아쉬운 느낌까지 들어 더욱 천천히 읽었다.
최근 온라인 글 모임을 하면서 많은 사람의 생생한 글을 읽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별을 좋아하는 분, 강아지와 함께하는 날들을 기록하시는 분, 오후 세시의 느낌을 쓰시는 분, 소설이나 시를 쓰기도 하고 아름다운 글씨를 전해주는 분도 있다. 내가 쓰는 이른 아침의 날 글도 모두에게 소개하고 나눈다. 서로 조심스럽기 때문에 주로 응원과 격려의 말들이 오고 가지만, 그 한 단어와 문장이 글을 쓰는데 큰 동력이 된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제주를 읽으면서 느끼는 감정과 작담의 글들이 묘하게 겹친다. 글 모임 작담의(작업실 담벼락) 벽돌을 하나씩 쌓다 보니 이제는 허리춤만큼 올라왔고, 곧 내 키보다 높게 쌓아서 언제든지 낙서할 수 있는 담벼락이 되어 줄 것 같다.
진심을 담은 글을 쓰고, 다른 누군가 그 글을 읽고 함께 교감한다는 행복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내 진심을 담은 이 글이 다른 누군가에게 읽히는 것도 좋지만 내 삶을 구성하는 아내와 두 딸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흐른 뒤 미래의 내가 다시 읽어보고 지금의 소중한 감정을 함께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