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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a Nov 17. 2016

행복

60화

이제 나는 나의 행복이 뭔지 알았다. 스물여섯, 일곱의 겨울이 시작되는 십일월에 내 행복의 실체를 알아버린 거다. 나의 행복은 바로 아래와 같았다.


아침에 아무도 나를 못마땅해하지 않는 것. 혼자, 누구의 칭찬도 필요치 않은 상태에서 일찍 집을 나서는 것. 춥지만 예쁜 모습으로 지하철역을 향해 걸어가는 7분. 바쁘고 지친 사람들의 얼굴을 보며 오늘도 열심히 할 일을 해야겠다고 느끼는 일. 친구들의 다정한 칭찬을 듣고 쑥쓰러워서 재미난 농담을 하고, 부담 없이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을 다해 하고 나서, 버스 기다리는 시간을 아껴보려 두 정류장을 걷는 시간. 지하철 방향을 잘못 타서 섬식 승강장(지하철에 가운데로 통과하는 역)이라는 말을 알게 되는 일. 근무할 때는 최선을 다하되 동료를 믿고 아이들에게 가장 다정하게 대하는 것. 무거운 가방을 메고 밤길을 혼자 오래오래 걸으며 하루에 있었던 일에 대해 중얼중얼 혼잣말하기. 집에서 통화를 할 때 이어폰을 끼지 않아도 된다는 점. 통장잔고가 걱정되어 매일 계산기를 두드리는 일. 아무리 바빠도 자기 전에 마음을 정리할 수 있도록 허락된 공간과 시간.


전입신고를 하고 확장일자를 받는 일.


나에게 행복의 실체는 다른 무엇도 아닌, 바로 이런 일들이었다. 아무도 알려주지 못했던, 내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나는 찾았다. 나는 독립했다.


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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