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순간에 대하여

- '경력 단절' 저멀리 보내주기

by 이아


나의 첫 직장이자 마지막 직장은 '노인일자리' 관련 기관이었다. 그 당시 나는 어르신의 일자리를 만들어드리고 찾아주는 일을 했었다. 사회복지를 전공했으며 그중에서도 노인복지를 공부했기에 나와 딱 맞는 직장이었다. 하지만 맞는 직업이라 하더라도 일이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힘들다고 투정 부린 시간들도 적지 않았다.


직장을 다닌 지 3년째가 되던 해,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일을 그만두고 지금까지 경력 단절의 삶을 살고 있다. 첫 아이의 탄생 이후 1-2년 동안은 아이 키우는 것에 집중했기에 경력 단절의 사실이 서글프지는 않았다. 커가는 아이를 보는 것이 행복할 뿐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둘째 아이가 태어났고 자연스럽게 경력 단절기간이 6년째로 접어들었다. 6년째가 되던 해가 바로 지금 2025년이다.


2025년, 유독 서럽고 서글픈 해가 되어가고 있었다. 경력 단절이 길어지면서 밝았던 나의 에너지들은 마음속 어디로 숨어 들어갔다. 그토록 밝았던 나의 마음들이 슬픔만 머금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밝았던 과거를 꺼내려 노력하고 있었다. 습관처럼 과거에 대해 읊던 중 그 순간들이 대부분 일을 하던 2018년부터 2020년 초 까지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더 서글퍼졌다. 가장 반짝였던 순간이 저 때였고 그때를 매우 그리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업무 성과에 대해 인정받는 하루하루가 쌓였던 2018년과 2019년, 그리고 그 일을 보내주던 2020년이라는 순간들이 그 시절의 나와 함께 멀어지고 있었다. 더 이상 그 시절을 붙잡지 않고 보내주려 마음을 먹게 된 것은 거창한 이유가 아니었다.


이슬아 작가님의 에세이 <부지런한 사랑> 속 여수글방 김지온의 글을 보고 나서 용기를 얻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akaoTalk_20251208_140534657.jpg 이슬아 <부지런한 사랑>

p. 21 내가 말한 것을 하면 인생이 행복해질 거야. 행복이란 너가 원하는 것을 하는 거야.


중학교 2학년쯤이었을까. 큰 집으로 이사하면서 드디어 내 방이 생겼었다. 내 방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던 순간 가슴이 꽉 찰 정도의 행복감을 느낀 적이 있다. 나는 불안하거나 속상할 때면 그 순간을 떠올리고는 한다. 그러고 나면 그 작은 행복이 나에게 위로를 건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력 단절 기간 동안은 그 순간조차 떠올리지 못할 정도록 무기력했었는데, 위의 문장을 보고 그때가 떠올랐다. 그렇다. 행복이란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면 되고 행복은 작은 순간들이 모이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가장 반짝였던 직장 시절, 그 시절 속의 나는 힘들기도 불안하기도 하였다. 지금에서야 그 모습들이 반짝거려 보일 뿐이다. 사회와 단절된 것 같아 불안한 지금을 미래의 나는 또 다르게 바라볼 것임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더 이상 경력 단절의 이유를 '아이들'로 몰아붙이며 스스로를 자책하지 않고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것, 행복해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한다.


우리는 매 순간 불안하고 매 순간 반짝일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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