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운드
영화 사운드는 외주를 받을 때에는 '데모 서비스'라는 것이 있습니다.
간단합니다.
마치 플러그인이나 프로그램 데모처럼 감독님께서 보내주신 사운드파일 (보통 10초~30초 정도?)을 가지고,
요리조리 요리를 해서 보내드리면 감독님께서는 여러 사람들의 데모를 듣고 가격을 파악하고 그중에 마음에 드는 사람을 선택하면 되는
본격 서바이벌 경쟁!!!
선택받으면 도파민이 뿜뿜!!
선택을 못 받으면 내 시간과 체력만 축 나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데모게임~ 데모게임~ 데모 스타트!!!
감독님 입장에서는 실제 이 사람이 본인의 소스를 가지고 어떤 결과물로 내놓을지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전부 포트폴리오들은 어디서 긁어왔는지 화려하기가 서울역에 그지가 없어서 이게 신빙성이 있는지 어떤지 모를 때가 많다.)
내 입장에서도 서로 오해가 없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여느 때처럼 위 스크린숏 같은 요청을 받게 되었고, 나는 돈을 받아야만 달리는 엔진이기 때문에
감독님의 지갑을 열게 하려면 다른 외주자들과의 비공개 경쟁에서 이겨야 되므로, 당연히 콜!!
내가 지금까지 중에서 최고라고 해주시니 감개가 무량할 뿐이다.
노래가 떠오른다. '넌 내 거 중에 최고~~~�'
https://www.youtube.com/watch?v=EPy9qYGDvVc
사실, 해당 감독님께서 보내주신 10초짜리 사운드 파일이 엄청난.... 테크닉?? 을 요구하지는 않았으나...
(이게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확신이 어렵다.)
잠시 설명하자면,
10초 동안 남자 배우, 여자 배우가 등장하는 대사 파일들이
마이킹 위치가 달라지면서 생기는 볼륨의 차이. 톤의 차이 그리고 노이즈 레벨이 각기 달랐다.
남자 배우는 어떤 구간에서는 근접효과가 있었고 어떤 구간은 또 멀리 떨어져 있었고...
여자 배우는 그냥 멀었다.............. 아주 많이.......
위 스크린숏이 처음 받은 소스.
트랙이 3개인 것은 경험상, 동시녹음 당시에 트랙 생성 3개를 하는 레코더(데이터 날라가면 작살나는 영화 현장 특성상 동일한 파일에 대한 백업기능이 있는 레코더가 다수이다.) 를 사용했기 때문인데 이건 들어보면서 위상이 틀어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위상이 틀어지면 그건 스테레오로 받은 거니까 말이다.
(감독이나 연출가는 사운드 파일에 대한 기술적인 이해도가 없기 때문에 보내온 소스에 대해서 이런 판단까지 해줘야 한다. 그러니 돈을 줘가면서 타인에게 맡기시는 거겠지?)
일단, 각기 다른 소스들의 볼륨 밸런싱을 맞추고 볼륨 라인 그려주고, EQ로 톤 정리하고, 근접 효과 있는 애들은 떨궈주고,
멀리서 수음된 소스는 근접효과 먹이고, 노이즈 제거해 주고, 위치에 맞게 배치해 주고, 패닝 벌려주고....
사운드 믹싱이란 게 사실 이게 전부다.
그래서 가끔 레슨요청이 와도 내가 할 말이 없다.
진짜 저게 전부니까!!!!
레슨생들에게만 알려주는 나만의 노하우 같은 것도 없고 그냥 노가다일뿐이니까 할 말이 없다.
혹여라도 플러그인 몇 개 딸깍하면 될 줄 아시는 분이 계시다면 아래 영상을 참고해 보시라.
https://youtu.be/_ME-N5qo_oM?si=tOtqqfWzy1o97vnE
수많은 소프트웨어/플러그인 회사들은 자동으로 딸깍하면 된다고 본인들은 그렇게 광고를 하고 있지만
그건 본인들이 설계한 알고리즘에 맞는 소스를 집어넣으니까 그렇게 된 거지.
현장에서 따온 소스들은 변인통제가 안 된 소스들이 대다수이다.
즉, 실제 적용해 보면 품질 향상을 위해서 결국 노가다의 연속이 될 수밖에 없다.
아!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 최종 볼륨.
최종 볼륨 세팅은 특별한 요청이 없는 이상, -23 lufs 가 전 세계 방송국 표준이라 여기에 맞춰드리고 있다.
위 스크린숏의 빨간 선이 -23 lufs 기준선이다.
영화 사운드 작업을 처음 할 때에 가장 멘붕 오는 포인트가 최종 볼륨에 따른 각 소스의 밸런스 부분인데,
최종 볼륨을 끌어올리게 되면, 컷마다 다르게 튀는 노이즈 레벨에 정신을 못 차리게 된다.
노이즈 레벨을 맞추자니, 해당 컷의 배우는 작게 들리고... 또 다른 컷의 배우는 크게 들리고....
이걸 줄이니까 안 들리고 저걸 높이자니 노이즈 레벨이 들끓고...
(음악 작업은 그냥 녹음 다시 하면 되겠지만, 영화 사운드는 그게 안 된다.)
어쩌겠나. 그냥 노가다로 맞춰야지.
그리고 여기저기 작업자들에게 연락을 해보신 감독님의 최종 연락을 받으며 해피엔딩.
사실, 외주 작업을 받아서 기쁜 것보다는 타 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겼다는 것이 기분이 더 좋다.
나도 어쩔 수 없는 경쟁에 찌든 한국인이니까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