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은 사회적 신뢰 보증수표일까?

서울대가 말하면 팥으로 메주 쑨다 해도 믿는 사회

by 정이안

2025년 1월 22일 출간된 『현명한 부모는 적당한 거리를 둔다』의

저자 김민지 씨가 학력과 추천사를 포함한 모든 이력을 위조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결국 그녀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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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서 공부"…허위 이력으로 육아책 낸 작가 사망 - 머니투데이

허위 이력을 내세워 도서 '현명한 부모는 적당한 거리를 둔다'를 홍보한 저자 김민지씨가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향년 43세. 11일 서울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 관계자에 따르면 김씨는 전날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빈소는 해당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으며, 유족으로는 남편 등이 있다. 발인은 오는 12일 4시, 장지는 서울추모공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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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걸어간 길은 분명 잘못된 선택이었지만, 무엇이 그녀를 그런 선택으로 몰아갔는지 어렴풋이나마 짐작이 가기도 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학벌이라는 이름의 권위에 맹목적으로 의지하고 있다.

실제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낀 바로는, 개인이 쌓아온 경력과 실력, 그리고 현장에서 얻은 수많은 경험과 노하우보다는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에 따른 이력서에 박힌 대학교 이름 하나가 훨씬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을 수없이 목격했다. 때로는 나 역시 그런 현실 속에서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오랜 세월 동안 업계에서 성실히 경력을 쌓아왔고, 누구보다 많은 현장 경험을 축적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의 능력이나 전문성이 온전히 평가받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 이유는 너무도 단순하고 명확했다.


'나는 고졸이니까'


영화 사운드와 관련해서 나의 노하우라던가 실제 비포/애프터 영상을 올리는 '영싸파'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영화 사운드에 관한 책 집필 의뢰를 받았던 적이 있었다.

또한, J 대학교에서도 영화 사운드에 대한 강의 요청이 들어왔다.

그러나 내가 고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두 곳 모두 연락이 끊어졌다.

나의 전문성이나 경력은 이미 충분히 검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학벌의 벽을 넘지 못했던 것이다.


분명 나도 김민지 작가처럼 학력 위조를 한다는 선택지도 있었을 테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 것은, 내 분야에서 이미 충분히 성과를 내고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고, 내 실력과 경험만으로도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결코 타협하지 않았다.

굳이 여기에 작성하지 않은 내가 사회에서 겪은 학벌 위주로 돌아가는 여러 사건들을 통해서

우리나라 사회는 여전히 표면적인 타이틀에 너무 쉽게 흔들린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이 사회는 왜 학벌이라는 껍데기에만 집착하는 것일까?

학벌 중심의 평가 기준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에게 좌절과 상처를 준다.

이러한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계속 방치한다면, 또 다른 김민지 작가와 같은 비극적인 사건들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의 사회는 타이틀이 아닌, 그 사람이 실제로 쌓아온 경험과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는 방법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나는 결코 학벌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https://blog.naver.com/iahnrecords/22064138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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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교육과 뛰어난 교육기관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과 네트워크의 중요성은 충분히 인정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지나치게 과장되어 개인의 모든 가치를 판단하는 유일한 기준이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학벌이 마치 절대적인 진리처럼 숭배되고, 그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은 마치 사회에서 실패한 사람들처럼 간주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김민지 작가의 비극은 단지 그녀 개인의 문제로 치부될 수 없다.

그것은 학벌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진정한 능력과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사회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사건이다.

우리가 조금 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학벌이 아닌 실력과 경험, 진정한 가치를 보는 눈을 키워야만 한다.

언젠가 우리 사회가 학벌의 무게에서 벗어나 개인의 경험과 실력을 있는 그대로 평가하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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