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찬이는 요즘 핸드폰이 너무 좋다.
학교에서 집에 오자마자, 가방도 내려놓기 전에 핸드폰을 켰다.
재미있는 영상을 보고 게임을 하느라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찬이는 학교에서도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친구 수빈이가 말을 걸었지만, 찬이는 집중하느라 듣지 못했다.
“찬아, 오늘 미술 시간 준비물 챙겼어?”
“…응? 뭐라고?”
미술 시간, 찬이는 준비물을 챙기지 못해 허둥지둥거렸다.
선생님께서 물으셨다.
“찬아, 준비물은 어디 있니?”
“아… 집에 두고 왔어요.”
찬이는 반 친구들이 즐겁게 그림을 그릴 때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그날 저녁, 엄마가 찬이에게 말했다.
"찬아, 얼른 손 씻고 숙제 먼저 하자."
"알았어요!"
하지만 찬이의 눈은 핸드폰 화면에서 멀어지지 못하고, 손가락은 여전히 화면을 누르고 있었다.
엄마가 조용히 다가와 말씀하셨습니다.
“찬아, 오늘은 핸드폰 좀 쉬자. 눈 아프다고 했잖아?”
“아니에요! 안 아파요!”
찬이는 짜증을 내며 핸드폰을 꼭 움켜쥐었다.
엄마는 부드럽게 말씀하셨다.
“엄마는 찬이가 눈을 반짝거리면서 엄마를 보며 웃어주던 때가 그리워.”
그 말에 찬이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날 밤, 찬이는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잠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자 가족들과 별을 보며 웃고 떠들었던 날이 떠올랐다.
그때 갑자기 핸드폰에서 알림이 울렸다. 친구들이 단체 채팅방에 재미있는 사진을 올린 모양이었다.
좋아하는 유튜버가 새로운 영상을 올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찬이의 마음은 자꾸만 조급해졌다.
‘답장을 늦게 하면 친구들이 나를 빼놓고 얘기하면 어쩌지? 새로운 영상도 빨리 봐야 하는데…’
찬이는 이런 불안한 마음을 ‘마음의 진동’이라고 불렀다.
실제로 핸드폰 알림이 뜨지 않아도, 자꾸만 손으로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게 되는 그 느낌.
‘조금만 더 하고 자야지.'
하지만, 어느샌가 시간은 벌써 저녁 9시.
숙제는 건드리지도 않았고, 방은 어지럽고, 동생 린이는 옆에서 계속 뾰로통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오빠, 나랑 놀아주기로 약속했잖아…"
찬이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손에서 잠시라도 핸드폰을 내려놓기 싫었다.
그날 밤도 찬이는 이불 속에서 핸드폰을 보다가 겨우 잠이 들었다.
눈은 뻑뻑하고 목도 아팠지만, 화면 속 친구들의 모습이 계속 떠올라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샌가 별빛이 부르는 꿈 속으로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여… 여기 어디지…?”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어두웠고,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차가운 바람만이 귓가를 스쳐지나갔고, 발밑은 구름을 밟은듯이 푹신했다.
그리고 수많은 별빛이 멀리서 반짝이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때, 찬이의 주먹만큼 작은 별 하나가 반짝이며 천천히 다가와 조용히 속삭였다.
“찬아, 눈 많이 피곤하지 않니?”
찬이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 누구세요?”
별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나는 별빛 손전등이야. 어두운 세상에서 사람들에게 어두운 곳을 밝혀주는 존재지.”
그 빛은 따뜻했고 밝지만, 눈이 부시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편안해지는 익숙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나는 네 눈을 비추지 못하고 있어.”
“왜요?”
“네 눈은 언제나 자그마한 핸드폰 화면만 보고 있으니까.
별빛은 아주 약해서, 밝은 화면 앞에서는 보이지 않거든.”
찬이는 입을 꾹 다물고 잠자코 듣고 있었다.
그동안 밤마다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보느라,
창밖의 별들을 본 적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우리는 사람들이 잠들기 전에 세상을 비추는 빛이었어.
근데 요즘은 사람들이 우리를 자꾸 잊어버려.
눈도, 마음도 점점 피곤해지고, 말이지.”
그때 다른 별 하나가 다가왔다.
이 별은 살짝 붉은빛을 띠고 있었고, 조용히 속삭였다.
“나는 기억의 별이야. 사람들이 밤마다 창문을 열고 나에게 그날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면,
나는 그 이야기들을 차곡차곡 모아 별빛 속에 담아 두었어.
그래서 누군가 힘들거나 외로울 때면 언제든지 그 별빛을 다시 꺼내서 마음을 따뜻하게 비춰줄 수 있었지.”
찬이는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정말… 내가 전에 여러분들을 본 적이 있었어요?”
별빛 손전등과 기억의 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언제나 하늘 위에서 지켜보고 있었단다.”
찬이는 고개를 푹 숙였다.
가슴속 어딘가가 찌르듯이 아팠다.
“그럼, 제가 다시 별을 볼 수 있을까요?”
별들은 함께 다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건 네 마음에 달려 있어.
핸드폰 화면 대신 하늘을 바라보겠다고 결심하면, 우리는 언제든지 다시 친구가 될 수 있어.”
별빛 손전등이 마지막으로 따뜻하게 빛나며 말했다.
“우리의 빛은 비록 작고 희미하지만,
너의 마음속을 언제나 비추고 있다는 것, 잊지 말아 줘.”
그 말이 끝나자마자, 별빛들이 하나둘씩 모여 하늘 위에 긴 다리를 놓기 시작했다.
찬이는 그 별빛 다리 위를 천천히 걸어가며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러다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지며 꿈에서 깨어나야 할 시간이 왔다.
찬이는 고개를 돌려 별들에 말했다.
“꼭 다시 만날게요.”
찬이는 다음 날 아침,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어제보다 눈이 한결 가볍게 느껴졌다.
책상 위에는 핸드폰이 놓여있었다. 찬이는 잠시 망설이다가 책상 서랍 깊숙한 곳에 넣었다.
'오늘부터는 별빛과 함께 잠들 거야.'
하지만 결심을 지키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다.
손이 간질간질했고,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는데도 자꾸만 알림이 울리는 것 같았다.
그럴 때마다 찬이는 창밖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반짝이는 별들을 떠올리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저녁 식사 후, 동생 린이가 물었다.
“오빠, 오늘도 별 보러 갈 거야?”
찬이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가자.”
둘은 사이좋게 놀이터로 나가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하늘은 구름이 많아 별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둘은 말없이 하늘을 바라보며 기다렸다.
그러다 찬이와 린이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 친구 이야기,
린이가 좋아하는 공룡 이야기까지 서로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나눈 대화는 끊이지 않았고, 시간은 금세 흘렀다.
‘동생이랑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 화면 속 이야기들보다 훨씬 따뜻하고 반짝이는 시간이었어.’
며칠 뒤, 선생님께서 칠판에 이렇게 쓰셨다.
“오늘부터 우리 반은 ‘별빛 일기’를 써보겠습니다.
매일 밤, 핸드폰 대신 하늘을 올려다보며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을 마음속에 담아 글로 써 보는 거예요.”
찬이는 눈이 동그래지며 깜짝 놀랐다.
‘별빛 일기라면… 내가 요즘 매일 하고 있는 거잖아?’
처음에는 친구들도 어색해하며 킥킥댔다.
하지만 곧 서로 별 이야기를 나누며 점점 웃음이 많아졌다.
찬이는 그런 모습을 보며 괜히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제는 구름이 많아서 별은 못 봤지만, 린이랑 손을 잡고 동네를 산책했어.
산책하면서 나눈 사소한 이야기들이 참 즐거웠어.’
찬이는 이제 매일 밤 핸드폰 속 세상 대신,
저녁 식탁에서 가족들과 둘러앉아 오늘 있었던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핸드폰 화면에서 멀어지자, 오히려 가까운 사람들의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더 잘 들렸다.
어느새 찬이는 핸드폰을 보는 시간보다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더 기다려지게 되었다.
학교에서도 찬이에게 작은 변화가 생겼다. 전에는 핸드폰에서 본 영상이나 게임 이야기를 먼저 꺼냈지만,
이제는 어제저녁에 먹었던 맛있는 반찬 이야기, 놀이터 나무 위에 새로 생긴 까치집 이야기,
그리고 동생 린이가 한 귀여운 행동 같은 것들을 친구들에게 들려주었다.
그날 저녁, 찬이는 숙제를 마친 후 방에서 잠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책상 위에는 여전히 핸드폰이 놓여 있었다.
잠깐 손을 뻗어서 만지려 했지만, 그 순간 머릿속에서 조용한 목소리가 속삭였다.
‘별빛들과 약속했잖아.’
찬이는 천천히 손을 내리고 깊게 숨을 내쉬었다.
'오늘도 무심코 핸드폰을 보고 싶은 마음이 찾아왔지만, 나는 다시 한번 그 마음을 이겨냈어.'
찬이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별들은 여전히 작고 희미했지만, 이제 그 빛은 찬이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스며들었다.
다음 날, 학교에서 친구 소영이가 밝게 웃으며 찬이에게 다가왔다.
“찬아, 요즘 뭔가 달라졌어. 왠지 더 멋져 보이는데?”
찬이는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며칠 후, 동생 린이도 찬이의 달라진 모습을 알아차린 듯 물었다.
“오빠, 요즘은 핸드폰 잘 안 보네?”
찬이는 미소를 지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별들이 나한테 조심하라고 했거든.”
그날부터 찬이와 린이는 밤마다 창문을 열고 별들을 바라보았다.
핸드폰 화면보다는 희미한 빛들이었지만, 그 속엔 따뜻한 기운이 있었다.
가끔 구름이 별들을 숨길 때면 두 사람은 조용히 속삭였다.
“오늘은 별들이 잠시 쉬러 갔나 봐.”
찬이는 점점 친구들과도 더 잘 어울리게 되었고, 웃는 일도 많아졌다.
눈이 덜 아팠고, 머리가 맑아졌으며,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한결 가벼워졌다.
어느 날 선생님께서 다정하게 찬이에게 말씀하셨다.
“찬이 눈빛이 요즘 별처럼 맑게 반짝이네?”
찬이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가슴이 벅차올랐다.
'화면 속 세상도 재미있지만, 진짜 별빛들은 바로 내 곁에 있었구나.'
찬이는 요즘도 핸드폰을 본다. 친구들과 연락도 하고, 재미있는 영상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림이 울릴 때만 확인하고, 잠자기 전엔 꼭 핸드폰을 내려놓고, 창밖 하늘 위 별빛을 향해 속삭이며 말한다.
“오늘도 고마워, 별빛 손전등 그리고 기억의 별”
별들은 말없이 반짝이지만, 찬이는 그 따스한 빛이 자신의 마음을 밝혀준다는 것을 느낀다.
이제 찬이는 안다. 진짜 빛은 화면 속이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
그리고 스스로와의 작은 약속을 지켜낼 때 더 빛난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