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5관. 동물
창문 너머 닭 우는 소리에 어렴풋이 아침이 왔다는 걸 눈치챈다. 그와 동시에 우리 집 아이들도 행동을 개시한다. 한 놈이 우다다를 시작하면 지켜보던 다른 놈도 결국 동조하고 만다. 자연스럽게 나도 일어나게 되고 아이들의 상태와 밥그릇을 확인하고 이상이 없으면 다시금 잠을 청한다. 이게 나의 아침? 아니, 새벽 일상이다. 아이들의 생활 패턴에 내가 길들여졌다.
나는 고양이 4마리와 인연이 있는, 14년 차 집사이다. 본가에서 2마리를 키웠고 레오와 같이 살면서 2마리를 입양했다. 내가 이렇게 고양이를 키우게 될 줄 몰랐는데 어느덧 아이들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게 되었다. 본가 고양이는 러시안블루로 엄마와 아들이고 우리 집 고양이들은 코리안 숏헤어로 젖소와 올블랙이다. 본가 고양이부터 이야기를 해본다.
우선 본가 애들은 엄마와 아들 관계로, 엄마는 ‘너굴이’이고 아들은 ‘미’다. 너굴이는 동생이 대학생 때 자취하면서 키우기 시작했고 너굴이가 낳은 아이들이 3마리라 태어난 순서대로 도레미 이름을 붙여줬다. 사정상 4마리를 다 키울 수 없어서 도와 레는 입양을 보냈지만, 동생 카톡에 입양자가 떠서 아이들 사진을 확인 할 수 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는 막내이고 어렸을 때는 엄마 젖을 잘 못 먹어서 자그마한 아이였는데 지금은 아주 장성했다. 혼자서도 방문을 열고 다닌다.
내가 직접 키운 건 미라서 너굴이보단 미에게 더 애정이 많다. 예민한 성격이라 많이 물리고 긁혔는데 그래도 잠은 꼭 내 옆에서 자고 지금도 집에 가면 헤드번팅 해주고 골골송을 불러준다. 동생이 집에 가면 엄청 경계하고 하악질 하는데 나한텐 그러지 않아서 항상 고맙다고 말해준다. 그리고 미는 학습력이 좋다. 거울로 사람을 쳐다볼 줄 알고 손 달라고 하면 손도 주고 하이-파이브도 한다. 화장실에서 빗질해 주는 걸 참 좋아하는데, 집에 가면 꼭 빗질해 달라고 화장실로 부른다. 가면서 중간에 잘 따라오고 있는지 뒤돌아보는 게 너무 웃긴다.
지금 키우는 아이들은 팡이와 깜이로, 유기묘를 입양했는데 인연이 엄청나다. 우선 팡이부터 말해보면, 원래 입양하기로 했던 치즈냥이가 있었는데 구조자 댁의 자녀가 입양 소식을 접하고부터 식음을 전폐하다 병원에 실려 갔다며 보낼 수 없을 것 같다고 연락이 왔다. 물품 준비도 다 끝내놓은 상태여서 매우 당혹스러웠지만 인연이 아닌가보다 하고 끝냈다. 그러고 다른 아이를 찾아 유기묘를 알아보던 중 팡이가 눈에 들어왔다. 원래 입양 예정이었던 팡이(구. 리카)가 링웜에 걸리면서 입양이 지연되었고 예정자가 입양을 취소했다고 했다. 입양을 취소 당한 동질감?을 느꼈던걸까. 그렇게 가족이 되었다.
팡이를 키우면서 둘째 입양에 대해 고민을 엄청 많이 했다. 인간의 욕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더 늦기 전에 둘째를 데려오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판단하여 팡이를 입양했던 곳에 다시 연락드렸다. 조건은 팡이와 같은 성별로 팡이보다 나이가 어리면 되었다. 딱히 원하는 묘상?은 없었지만 가능하다면 올블랙냥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바로 올블랙 3개월 차 냥이가 나타나 버렸다...! 이것이 묘연이 아닐까. 이번에는 시간이 되어 직접 아이를 데리러 갔다. 낯가림이 심한 깜이(구. 깜두)였지만 적극적인 팡이의 구애?로 첫날 바로 합사가 되어버렸다. 깜이는 아직도 우리가 집에 들어올 때 소파 밑으로 숨긴 하지만 이제는 먼저 다가와서 배를 까고 드러누우며 헤드번팅을 엄청나게 한다. 하지만 그건 집사 한정이고 타인에게는 하악질을 일삼으며 숨어서 나오지 않는다. 내가 집사로 인정받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새삼 좋다.
자식 이야기는 언제나 즐겁다. 끝을 모르고 계속하게 된다. 팡이와 깜이와 함께 하는 하루하루가 새롭고 행복하다. 물론 사건·사고도 많이 있지만 모든 것은 그 상황이 발생하게 한 집사의 잘못이다. 아이들로 인해 생활의 제약도 물론 있지만 보고만 있어도 위로가 된다. 그저 건강하게 오랫동안 함께 살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옆에서 자는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럽다. 고양이는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