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6관. 여행
생각했던 것 보다 “취향”에 대해 글을 쓰는 게 힘들 줄이야. 나름 독특한 취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서 소재로 사용하면 재밌는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6번째 만에 글이 안 써지는 난관에 봉착하고 말았다. 일주일에 1개씩 글을 쓰겠다는 목표?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꾸준히 글을 쓰시는 많은 작가님 존경합니다.
이번 취향은 “여행”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여행할 때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혼자서 여행을 많이 다니다 보니 계획이 필요하지 않았고, ‘이건 꼭 해야 해!’하는 게 별로 없어서 누군가와 가더라도 따르는 편이었다. 맛집이라고 한참 줄 서서 들어가는 것도 싫어해서 안 기다리고 먹을 수 있는 식당에 가고, 특히 국내는 그때그때 알아봐도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그냥 떠나는 편이다. 장롱면허 타파해야 한다고 일주일 도로 연수받고 혼자 차 끌고 군산으로 갔다. 고속도로는 타는데 너무 멀진 않는 곳 중 가보고 싶었던 지역이 군산이었다. 숙소도 군산 들어가서 예약했고 저녁은 내가 좋아하는 오돌뼈+주먹밥+맥주 세트, 다음날 주유에 커피까지 마시며 알차게 보내다 돌아갔다.
계획이 없으니, 즉흥적으로 떠나기도 한다. 주말에 쉬면서 누워있는데 날이 좋아서 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너무 예뻐 보였다. 이대로 집에 있기는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 레오를 데리고 강원도 양양으로 갔다. 3시 30분쯤 출발해서 6시쯤 도착했고 낙산해수욕장을 거닐며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저녁을 먹고 가려다 너무 늦어질 것 같아서 약 40분 정도 바다를 보다가 돌아갔다. 사실 레오는 이런 즉흥적인 걸 싫어하는데 나를 만나고 많이 달라졌다.(고마워 레오.)
해외도 예외는 없었다. 예전에 직장 동료들과 홍콩+마카오 여행을 갔는데(그게 나의 첫 해외여행이었다), 카지노 말고는 하고 싶은 게 없어서 이끄는 대로 따라다녔고 그중에 한 명이 ‘하우스 오브 댄싱워터’를 꼭 봐야 한다고 갔는데 너무 좋았다. ‘미리 알아보면 이런 경험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계획은 없었고 내겐 구글 오프라인 지도 뿐이었다. 유심도 로밍도 하지 않았다. 해외까지 나가서 핸드폰 쓸 일도 많지 않고 숙소는 와이파이 되니까 여기에 비용을 쓰는 것이 아깝다. 뭐, 동행자가 원하면 한다.
나와 반대로 동생은 시간 단위로 여행계획을 세운다. 어쩌다 가게 되었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바르셀로나 7박 8일 여행을 갔다. 동생은 엑셀로 8일 치 시트를 만들어서 바르셀로나 공항에 도착할 때부터 다시 돌아오는 모든 날, 모든 시간을 다 정리했다. 텍스트만 넣은 게 아니라 이미지도 같이 넣어놔서 그것만 있어도 일정을 소화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일정뿐만 아니라 8일 치 의상도 미리 계획해서 챙긴 덕분에 동생이 입지 않는 옷을 내가 입을 수 있게 되었고 짐이 반으로 줄었다.
덕분에 정말 편한 여행을 할 수 있었지만, 동생이 힘들 것 같아 물어봤는데 그렇게 해야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그래서 그날 이후 모든 해외여행은 동생의 주도하에 이루어졌고 나는 돈과 동생이 요청하는 모든 일들을 군말 없이 따랐다. 최근에 가족여행으로 후쿠오카에 갔었는데 동생계획과 일본어 마스터(=제부)의 결합으로 더 편하고 재밌는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앞으로 일본 여행은 동생네와 함께라는 무언의 공식이 생겼다.
사실 여행이라는 건 계획이 있으나 없으나 재밌다. 무계획이 주는 여행도, 계획하에 이루어지는 여행도 모두 새롭고 설렘만 가득하다. 난 앞으로도 계획을 세우며 여행을 다니진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여행이란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를 갖고 쉬러 가는 건데 계획을 세우는 것부터 이미 쉼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아, 여행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