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7관. 문방구
어렸을 때 집 앞에 문방구가 하나 있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유리문에 A4용지가 덕지덕지 붙었다.
“ㅇ학년 과학 준비물, 돋보기”, “ㅇ학년 리코더” 등…. 혹여나 준비하지 못했더라도 걱정이 없었다. 등굣길에 문방구에 들러 물어보면 “왜 미리 준비하지 않냐”는 잔소리와 함께 건네주셨다. 문방구 사장님이 곧 알림장이었다.
나에게 문방구는 지금의 다이소였다. 10평 남짓한 공간에 모든 것이 공존했다. 학용품, 장난감, 문제집, 군것질, 병아리와 올챙이알까지… "문방구에서 병아리를 팔아?"라고 놀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때는 문방구에서 병아리, 햄스터, 토끼 등 살아있는 동물을 팔았다. 나도 병아리와 햄스터를 사서 키우긴 했는데 금방 떠나보냈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오래 사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그중에도 닭까지 키워서 학교 닭장에 풀어놓는 친구들도 있었다.
문방구의 전성기는 90년대부터 00년대가 아닐까 싶다. 물론 아직도 학교 앞에 문방구가 있지만 그 수가 현저하게 줄었고 예전만큼 아이들이 문방구에 가지 않는다. 학교에서 준비물을 공동구매 하거나 지원하기도 하고 문방구가 아니더라도 구매할 수 있는 루트가 많다. 그리고 요즘 아이들은 방과 후가 더 바빠서 문방구를 갈 시간이 없고 문방구가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놀 곳이 너무 많다.
문방구의 핵심은 군것질과 오락(=엔터테인먼트)이다. 군것질을 먼저 얘기해 보자면 a.k.a. 불량식품으로 부모님이 알게 되면 혼이 나서 몰래 사 먹던 것들이다. 많이 먹던 건 아폴로랑 꾀돌이로, 아폴로를 손바닥으로 감싸서 살살 문지르면 한 번에 먹을 수 있었다. 특이했던 건 먹는 테이프랑 손바닥 사탕인데 특히 손바닥 사탕은 혓바닥과 치아를 아주 빨갛게 파랗게 물들여서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 상상을 하곤 했다. 군것질계의 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달고나 기계는 부모님들의 ‘동심'을 자극해서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잇템 이었다. 설탕이 나오고 불이 켜지면서 코요태의 순정이 BGM으로 깔린다. "오~오오! 오~오오!" 노래가 끝나기 전에 얼른 달고나를 완성해서 판에 부어야 한다.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중학교 앞 문방구에서는 겨울만 되면 만두를 팔았는데, 1개에 100원 하는 만두를 하굣길에 항상 10개씩 사 먹었다. 찐빵 기계에 만두를 쪄서 팔았는데 그게 얼마나 맛있던지 먹으면 다음날 항상 배탈이 났는데도 맨날 사 먹었다. 그 당시에는 ‘아파도 먹고 아프자!’가 신조였다.
오락 부문은 종류가 많다. 우선, 문방구에서 판매하던 학생용 잡지가 있다. 다양한 디자인의 편지지들이 들어있던 미스터K와 와우109는 몇 년 전에 펀딩으로 돌아온 적이 있었다. 근데 나는 이것보다 만화잡지 ‘밍크’를 많이 샀다. 나는 만화광이라 만화책을 진짜 많이 봤는데 밍크에 수록된 만화들이 재미있는 게 많았다. 아쉬웠던 건 내가 좋아하는 만화 분량이 더 많으면 좋겠는데 공평하게 배분된 페이지 수가 가끔은 싫었다. 나중에는 밍크도 만화책방에서 대여가 가능해지면서 다른 거 빌리러 가면서 보고 싶은 것만 살짝 보곤 했다.
다음은 다마고치와 같은 장난감이다. 난 한 번도 다마고치를 끝까지 키워보지 못했다. 항상 중간에 죽었는데 밥도 수시로 줘야 하고 똥도 자주 치워줘야 하고 손이 많이 가서 학교에 가면 애들이랑 어떻게 해야 죽지 않고 키울 수 있는지 육아법을 공유했다. 실제 살아있는 동물마냥 키우기가 까다로웠다. 그 외에 많이 갖고 놀았던 장난감은 척척이, 미니카, 종이 인형, 요요 등이 있다. 특히 종이 인형은 문방구에서 구매하기도 했지만, 친척 언니가 그림을 잘 그려서 도화지에 그려주면 오려서 사용했다. 수제 종이 인형이라 내가 원하는 스타일대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주 좋았다.
장난감 중에도 ‘이런 장난감은 왜 만들었을까?’ 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본드 풍선’이다. 조그만 빨대 끝에 본드를 동그랗게 잘 붙여서 반대편으로 불편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데 진짜 본드 냄새가 났다. 나도 갖고 놀았지만 정말 위험한 장난감이 아니었나 싶다. 지금은 무독성 제품을 팔던데 참으로 다행이다.
레트로가 유행하면서 90년대와 2000년대 패션, 음식, 아이템이 다시 떠올랐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다. 비록 ‘문방구’라는 이름과 공간은 사라졌지만 ‘추억’이라는 이름 아래 아이들에게는 새로움을, 어른들에게는 그리움을 자극하며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어쩌다 문방구를 발견해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추억 여행을 한 것처럼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는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도 함께 추억에 젖어 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