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명함 없이 유튜버로 살아간다는 것
유튜버로 활동하는 것이 회사에 알려지며 회사와 유튜버 활동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적이 있다. 회사 측에서는 내가 퇴근 후 유튜버나 모델로 활동하는 것이 겸업금지 사칙에 위배된다며 관련 활동을 모두 그만두기를 요구했다. 회사를 계속 다니기 위해서는 애써 키운 유튜브 채널도, 모델로서의 내 커리어도 모두 접어야 하는 상황에 맞딱뜨린 것이다. 물론, 회사 입장에서는 사원의 대외활동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퇴근 후에 다른 일에 몰두하느라 근무시간에 집중을 못 하리라 여길 수도 있는 일이다.
신중하게 고민한 끝에 나는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다. 회사 측에서는 한 달에 10만 원 정도밖에 수익이 나지 않는 유튜브를 선택한 이유를 궁금해했다. 고작 10만 원을 벌자고 수십 배나 되는 월급을 포기하겠다는 사원이 이해가 가지 않을 법도 하다. 친한 친구들도 내 선택에는 물음표를 띄웠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느냐고 몇 번이나 물어왔다. 나는 목소리에 힘을 주어 답했다. “모델 모니카도 나고, 글을 쓰는 모니카도 나고, 유튜버 모니카도 나야. 당연히 회사에 다니는 모니카도 나겠지. 그런데 회사 그 자체가 나인 건 아니잖아. 회사를 위해 수많은 나를 희생하고 싶지는 않아. 그럴 리 없겠지만, 만약 유튜브가 나의 직장 생활이나 출판 활동을 막으려고 한다면 유튜버 활동도 그만두겠지.”
퇴사를 결심하자마자 회사를 그만두겠노라고 지체 없이 인사담당자에게 의견을 전달했다. 사실 퇴사를 결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당장 다음 달 생활비가 걱정이었고, 각종 서류 직업란에 '무직'이라 적어야 한다는 사실이 두려웠으며, 명절에 마주하게 될 친척들의 눈빛이 겁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나로서 존재하기 위해서는 회사를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회사라는 울타리는 나에게 사회적 지위와 고정적인 수입을 보장해주지만, 울타리 너머의 기회로부터 차단하는 역할도 하고 있었다.
내가 회사를 나왔다는 말은 즉, 더이상 회사의 후광을 기대할 수 없고 기대해서도 안된다는 뜻이었다. 나의 과감한 선택에 친구들은 상당히 놀라기도, 부러워하기도 했다. 친구 중 한 명은 "너 참 대단하다. 나는 밖에 나가서 '00회사의 홍 대리' 대신에 그냥 '홍00'이라고 소개한다는 것 자체를 떠올려본 적이 없어. 취업하기 전에는 나도 분명 홍대리가 아니었을 텐데."하고 탄식했다.
회사에 다닐 때는 서로의 명함에 적힌 회사와 직급으로 상대를 가늠하는 게 보통이었다. 그런데 퇴사 후 유튜브 세계에서 만난 유튜버들은 소속도 직급도 없었다. 명함 같은 건 없는 사람이 태반이었고, 명함이 있다 하더라도 유튜브 활동명과 연락처 정도가 적혀있을 뿐이었다. 스스로가 회사이고 브랜드이며 가치인 것이다. 오롯하게 나로서 존재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내가 일군 결과물로 나를 증명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애써 편집해 올린 영상의 반응이 시들할 때마다 중압감에 어깨가 무겁게 내려 앉지만, 그래도 역시 '서 대리'보다는 '서모니카'로 불리는 편이 좋다. 왕관을 쓰려는 자는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는 말이 있다. 허리를 쫙 펴고 목에 단단히 힘을 준다. '안녕하세요, 모니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