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같은 당신에게 몇 번이고 손을 흔들며
교토라고 하면, 자꾸 비오는 풍경만 떠올라요. 올해는 혼자 한번 가야지 싶었는데 어디에도 오갈 수도 없게 몹쓸 병이 돌아서는. 어쩌면, 그러니까 혹시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다시 한번 장마를 함께 맞을 수도 있겠다고요.
그래서 내가 물었지요. 우리, 다시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요. (박준 시인이 그랬다더군요. 장마를 함께 볼 수 있겠다는 말은 정말 강렬한 고백이라고요.) 그리고 당신이 답했어요. 그럴 수 없겠다고. 그래서 내가 다시 물었어요. 그래도, 우리 만났던 날은 좋지 않았느냐고. 응, 그럼, 하고 답하셨던가요.
이제 자리를 털고 일어나기로 했어요. 장마가 오기 전에 서둘러 걸으려고요. 그러다 새삼 또 장마를 만나면, 그냥 흠뻑 젖어도 좋고, 누군가 건넬 우산을 나눠 써도 좋겠어요. 마지막까지 참 비 같은 당신이네요. 오늘 새벽엔 편지를 한 통 적고 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