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자세에 대한 오해와 자유로움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난 침대 생각만 간절하다. 어쩌면, 이미 퇴근 길부터.
식탁? 책상? 소파? 다 무시한다. 그 어떤 가구도 나를 부르지 않는다. 옷만 훌렁훌렁 벗어놓고, 그냥 직선으로, 침대 위로 다이빙한다.
주말은 더 심하다. 명상 앱을 켜고 명상을 시작하려고 해도, ‘편안한 자세로 앉으세요’라는 안내 멘트가 나오면 이미 포기하고 싶은 마음부터 든다. 이미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누워 있는데 왜 굳이 일어나서 앉아야 하는지, 솔직히 의문이었다. 편안한 자세로 앉으라고요? 전 지금 이 자세가 가장 편한걸요.
그래서 찾아봤다. 왜 명상은 늘 앉아서 하라고 하는 걸까?
전통적인 명상 가이드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첫째, 앉는 자세는 누운 자세보다 신체의 안정감을 높여준다. 척추를 곧게 세우면 호흡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목이나 어깨의 긴장을 풀기도 좋단다.
둘째, 바르게 앉은 자세는 주의를 흐트러뜨리는 방해 요소를 줄이고 명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누운 자세는 흐트러지기 쉽고 졸음이나 멍함이 파고들기 쉽기 때문이다.
셋째, 명상 전통 속에서 앉는 자세는 기본적인 수행 방식으로 여겨져 왔다. 초기 불교 경전에서 부처가 깨달음을 얻을 때의 자세가 ‘보리수 아래 결가부좌’다. 티베트 불교에서도 ‘좌선(坐禪)’이 기본 수행법이며, 전통적인 수련 가르침인 ‘선요’, ‘선문염송’ 등에서도 앉은 자세의 중요성을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요가 경전인 '요가 수트라'에서도 척추를 곧게 세우고 앉으라고 안내한단다.
이 설명을 들었을 때, 고개는 끄덕였지만 마음 한편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난… 눕고 싶은데.”
그래서 그냥 시도해봤다. 집에서, 내가 제일 편한 시간에, 내가 제일 편한 자세로. 침대 위에 누워서 명상을 시작했다.
결과는 의외였다. 누웠더니 오히려 숨이 더 깊어지고, 집중도 잘됐다. 몸이 편하니 잡생각이 줄었고, 1분이든 5분이든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그 순간 깨달았다. 명상은 반드시 앉아서 해야 한다는 법은 없구나.
그날 경험을 통해, 나는 두 가지를 더 배우게 됐다.
우선, 남이 정한 ‘정답’이 나의 정답일 필요는 없다는 것. 누군가-수천 년 전의 선인을 포함한-에게는 의자에 앉아 하는 명상이 최고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침대에 누워 하는 명상이 훨씬 잘 맞았다.
다음으로는, 무언가를 단정 짓기 전에 일단 해봐야 안다는 것. 해보지 않고 “그건 안 돼”라고 생각하는 건, 스스로를 가둬버리는 일이다. 새로운 길을 시도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해보고 맞지 않으면 다시 돌아가면 된다. 시도했다가 실패한 게 아니라,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과정’을 한 걸음 더 밟은 것뿐이다. 누워서 요가 한 번 했다고 세상이 뒤집어지는 것도 아닌데, 주저할 필요가 뭐가 있는가.
사실 누워서 명상을 한다고 해서 늘 좋은 건 아니다. 너무 피곤하면 중간에 잠들어버리기도 한다. 한 번은 명상 중에 잠들었다가 '드르렁'하는 내 코고는 소리에 스스로 놀라서 깬 적도 있다. 얼마나 머쓱하던지. 하지만 그마저도 ‘지금 내 몸이 필요로 하는 회복’이라고 생각하면, 죄책감 대신 온전한 쉼을 받아들일 수 있다.
나는 명상 초보다. 그래서 오히려 더 자유롭다. 전통과 원칙은 참고할 뿐, 그 안에 꼭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에게 맞는 명상은 ‘앉아서’가 아니라 ‘나답게’ 하는 명상이다.
명상을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처음부터 완벽한 자세나 긴 시간은 필요 없다. 단 1분이라도, 누워서라도, 그 순간 숨을 깊이 들이쉬고 내 마음을 바라보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다.
앉을 수 있으면 앉고, 누워야 편하면 눕는다. 중요한 건 몸의 각도가 아니라 마음의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