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 달

by 나는

7월 말의 나는 절박했다. 소속감의 부재에서 오는 불안감이 수시로 마음을 짓눌렀고 가족 외의 타인과의 연결고리가 절실하게 그리웠다. 마치 그런 마음을 위로하듯 나에게 닿은 브런치의 라라크루 12기 모집 공고. 이전 기수를 모집하는 공고를 예전에도 본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할 일이 산재해 있는 내 일상에 매몰되어 감히 신청할 엄두도 내지 못했었다. 그때와는 180도 상황이 달라진 지금이 적기라는 생각에 라라크루 리더에게 참여 의향을 밝힌 메일을 보냈고, 뒤이어 따뜻한 초청의 글이 담긴 답장을 받았다. 예상했던 것보다 힘든 마음으로 달라진 시간을 견디고 있던 나에게 그 메일은 괜찮아~ 하고 토닥여 주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만나게 된 라라크루 12기 리더와 글벗들. 완벽한 타인들이 글을 쓰고 싶다는 단 하나의 공통점으로 모여 서로를 격려하고 지지하는 모습이 낯설면서도 정겨웠다. 이들과 함께라면 나도 말로만 하던 글쓰기 생활화를 실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욕도 솟아 올랐다. 하나씩 둘씩 내 마음과 생각을 담은 글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바뀐 일상 속에서 마음이 흔들릴 때 마다 운동을 하고 글을 써 나갔다. 그렇게 한 주가 지나고 두 번째 주가 시작되던 즈음, 여러 작가분들의 많은 글을 읽다가 그만 비교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내 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깊은 사유와 세밀한 묘사, 폭넓은 소재와 긴 호흡이 담긴 다른 작가분들의 빼어난 글을 보면서 나의 초라한 글을 발행하기가 민망해 졌다. 그렇게 나의 작가 서랍에는 쓰다 만 글들이 쌓여만 갔다.


부끄러웠다. 외부의 자극이 없으면 글을 쓰지 못하는 나는 지극히 단조로워진 요즘의 일상에서 글감을 찾아내는 것이 점점 힘겨워졌다. 매일 도돌이표 처럼 비슷한 일상과 못난 생각으로 감정의 롤러 코스터를 타고 있는 지난한 모습을 계속 보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있지도 않은 일이나 억지로 짜낸 생각을 변변찮은 글로 엮어내는 것도 진정성이 없을 뿐더러 읽는 이의 시간만 낭비하게 할 것 같아 썩 내키지가 않았다. 뭔가 그럴듯한 글을 쓰고 싶고 그러려면 인풋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어디서 어떻게 인풋을 구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했다. 그렇게 부채감을 쌓아가던 중에 결국 다가 온 8월 말. 무력했다.


그 마음을 위로라도 해 주듯 오늘 카톡방에 올라온 리더의 공지글. 한 달 전 라라크루 12기 초청 메일로 나의 외로움을 어루만져 준 것처럼 오늘의 공지글은 조용히 카톡방을 퇴장해야 하나 고민하던 나를 도닥여 주었다. “괜찮습니다. 어쨌든 이 기간에 글과 함께 머무는 삶을 살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그때 알았다. 내가 정말로 나에게 듣고 싶었던 말이었지만 끝내 내가 스스로에게 해 주지 않았던 말은 괜찮다는 말이었다는 걸.


내가 어떤 모습이어도 괜찮아. 내가 어떤 마음이어도 괜찮아. 내가 지금 무얼 할 수 있고 무얼 할 수 없어도 괜찮아. 그냥 나로서 충분히 괜찮아. 뭘 더 증명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돼. 나는 있는 그대로 너무너무 괜찮아. 여전히 사랑스러워.


그리고, 남이 보는 나에 집중하느라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신경써 주지 못해서 미안해. 해낸 것보다 해내지 못한 것만 탓하며 다그쳐서 미안해. 지나가 버린 과거로 자꾸 끌고 들어가 자책하게 하고 괴롭혀서 미안해.


나와의 진정한 화해를 시도해 본다. 그리고 다시금 격려해 본다. 리더의 선물같은 보너스 기간 동안 나의 진솔한 모습을 용기내어 드러내도록. 지금의 나도 충분히 괜찮으니까. 적어도 나에게는.


#라라크루12기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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