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대략 천 걸음 떨어진 곳에 운동센터가 있다. 벌써 십 몇년 째 같은 곳에 살고 있지만 근처 운동센터에 등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반적인 헬스장에 있을 법한 각종 운동기기가 진열된 공간 외에도 필라테스, 테니스, 피클볼, 수영장, 사우나, 스파까지 작지만 알찬 시설이 빼곡하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최고의 조건은 걸어서 10분 미만에 위치한다는 점. 조금이라도 기분이 처지거나 무료해 질 때면 일단 운동화를 신고 이 곳으로 향하는 게 요즘 나의 일상이다.
약 10분 뒤, 신나는 음악과 시원한 에어컨 바람으로 가득한 헬스장에 들어서면 반갑게 맞아주는 직원과 땀 흘리며 운동에 열중하고 있는 타인의 모습에 금새 기분이 좋아진다. 운동 외에는 다른 걸 할 수 없는 장소여서 일까. 요즘 읽고 있는 소설책 파친코를 실내 자전거 운동기기의 거치대에 올려놓고 한 장 한 장 읽으며 페달을 돌리다 보면 ‘아 그만 할까, 다리 아프고 지루한데’라는 생각을 할 틈도 없이 30여 분이 훌쩍 지나가 있다. 얼굴에 송글송글 땀이 맺힐 때면 아침 저녁 시간을 중심으로 코치들이 돌아가며 진행하는 각종 수업에 참여해 본다.
그 중에서도 제일 새로운 영역은 댄스 클래스.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신경쓰는 편인 나에게 춤이란 가장 피하고 싶은 영역이었다. 좋아하는 음악으로 가득한 나만의 플레이 리스트 하나 가지지 못한 나로서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든다는 것이 여간 고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자에 딱딱 맞게 움직이는 강사의 움직임을 눈으로 확인하고 내 몸을 따라 움직이다 보면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마치 몸짓으로 돌림노래를 하는 것 같은 어설픈 느낌만 가득하다. 아마 목각인형이 춤을 추면 이런 느낌이겠지.
궁금증에 참여한 줌바 클래스와 댄스 퓨전 클래스. 예전의 나라면 전혀 참여해 볼 엄두도 내지 않았을 영역이어서 일까. 오랫동안 머리에서 떠나지 않던 상념이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잠시나마 길을 잃었고, 나는 예상치 못한 몰입을 경험했다. 수업에 참여한 모두가 강사의 움직임과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만 신경쓸 뿐 내가 돌림노래식 춤을 추든 반대 방향으로 빙그르르 돌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상황이 주는 자유로움. 그 무심함에 기대어 익숙한 듯 낯선 음악의 박자에 맞춰 마치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처럼 서툴게 나마 동작을 흉내내는 나의 낯선 모습. 나를 아는 사람이 보면 퍽 재밌어 하겠다 싶은 생각이 스치면서 흥이 났다.
지금까지 해본 적 없는 일을 하는 것. 두려움, 민망함, 쑥쓰러움을 무릅쓰고 슬며시 나를 낯선 곳으로 밀어넣어 새로운 경험을 해 볼 기회를 선물하는 것. 그 행위가 내 머릿 속 쓸데없는 걱정의 방 평수를 줄여 머리를 맑게 해주고 마음을 가볍게 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오늘도 줌바 클래스에 도전이다. 어차피 나에게 닿지 않는 타인의 시선을 괜시리 의식하지 않고 강사의 뒷모습과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만 집중하는 시간. 이렇게 오늘치의 자유를 누린다.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것처럼 춤추듯 살아가기를 소망하며.
#라라크로1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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