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선물.사랑

사랑 : "의문을 던지세요"

by 백안


제게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지는, 2023년 8월경이었습니다.

그리고 난 후, 1년이라는 기간 동안 수많은 2차가해적인 발언들과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려 왔습니다.


결국 24년 9월 인사과에 성폭력 사건에 대한 중재를 요청하였습니다.

세상의 괴롭힘에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저는 물론이고 다른 여성들의 피해로까지 번지는 일을 막을 수 없겠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이 단순하게,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않았습니다. 가해자는 한 명이 아니었습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여러 사람들이 제게 직간접적인 가해를 했습니다. 대상자는 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직장 내 수많은 여성이 그 타깃이 되고 있다고 당연하다는 듯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말을 제게 했던 사람은 신생아인 딸을 가진 아버지였습니다. 저에게 가해행위를 했던 사람은 저만큼이나 장성한 딸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남편들이자, 여자 형제를 둔 사람들 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침묵하지 않았던 대가로, 성추행 직접 가해자와는 분리조치가 되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직장에서는 3번의 전체 성폭력 예방교육을 시행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다음 주 복직을 앞둔 시점에서는 어떠한 큰 변화가 있을지 별로 기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작년 11월부터 직장에서 약속했던 전체교육은 6개월 동안 단 한 번도 시행되지 않았으며, 가해행위를 한 자들과도 특별히 분리가 되지 않은 채로 직장에 돌아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들은 여전히 저의 상사이자 동료로서 같은 직장에 있습니다.

그들 모두와 분리를 하기에는, 그 대상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누군가는 저에게 말합니다.


"그런 곳으로 돌아가지 마. 너를 지키기 위해 네가 할 수 있는 다른 일들을 찾아봐.."라고요.


그렇지만, 그 어떤 일을 하는 것보다 가장 중요한 것. '그 하나'를 꼭 해야 합니다.

그 '하나'를 다른 누군가의 몫으로 미루어야 할까요?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존재하는 사회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한 인간으로서의 책임을 다 해내는 것은 바로 저의 몫일 테니까요.



"정의(正義)"란, 무엇일까요?

사전적 의미로는, 가장 넓은 의미로 옳고 그름을 가리는 기준이자, 사회 구성원 간의 공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가치 원칙이라 정의됩니다. 그러나, 맥락적 의미의 정의란, 단순히 "옳은 것"이나 "법을 따르는 것"만이 아니라, 누가 어떤 기준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느냐, 누구에게 어떤 대우가 정당한가에 대한 사회적·철학적 고민의 결과물이라고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한 인간의 존엄을 고민하게 만드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바로 '의문'을 갖는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그 의문이 풀릴때까지 세상에 던져보는 것이지요.


그것이 영원한 하나를 반복하는 일이 된다 할지라도, 그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이 있을까요?



세상은 적극적으로 정의를 찾는 곳일까요?

누군가는 그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해 내고 있습니다.

그 안에는 폭력과 고통 속에서도, '아픔이 사랑이 되기를 바라는 세상'을 꿈꾸며 살아내 보려는 무수한 존재들의 얼굴이 있습니다. 그들의 삶. 그 자체가 세상에 있기에 희망또한 있는 것입니다.

세상이 조금 더 사랑이 확장된 곳으로 바뀌어 가기 위해 몸부림치며 기꺼이 당신을 위한 춤을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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