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선물. 사랑

사랑- '불연속의 사랑'

by 백안


'내가 가는 길이 곧 주연이다.' 그렇게 믿을 때, 나는 길이 된다. 방해라고 느끼는 모든 것들은 단지 배경일뿐이다. 평가와 판단에서 자유로워지는 순간, 고통을 일으키는 생각들을 밀어내고 저항하려는 마음또한 사라진다. ‘길’이 된다는 것은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백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억지로 이해하려 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누군가의 행동이 도통 이해가 가지 않을 때 말입니다. 저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 되었든, 누구에게나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는 사람을 봤을 때, 저는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이 듭니다. 그리고 그가 자꾸만 떠오릅니다. 그런데 떠오르면 떠오를수록, 이해하는 감정이 생기기는커녕, 오히려 제 자신에 대한 고통을 주는 일로 이어질 때가 자주 있습니다. 한 존재를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오히려 나를 고통으로 물들입니다. 그 고통은 내 주변으로 번지고, 가족과 가까운 이들까지 전염시키기도 합니다. 결국 나를 지키는 선을 지키지 못했을 때, 결국 사랑으로 응답할 힘을 잃게 됩니다.



달리기는 불연속적인 발자국을 이어가는 일입니다. 달리다 보면, 지면에서 나의 두 발이 떠 있을 때도 있고, 발자국이란 연속된 선이 아니라 점과 점의 집합일 뿐입니다. 발자국. 즉, 선이 아닌 점과 점이 모여 목표에 가까워 가는 일입니다. 인생의 항로도, 사랑의 길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것이 연속적일 수는 없기에, 사랑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발자국 사이의 빈 공간을 받아들이는 힘, 곧 ‘불연속을 넘어가는 힘’이 필요합니다.



나에게 고통을 일으키는 사람이나 대상을 이해하려는 마음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사랑하고 싶기에 우리는 이해하려 애쓰게 됩니다. 그러나 빈 공간에 집착하듯, 이해되지 않는 틈을 억지로 메우려 할 때 오히려 고통은 커집니다. 이해의 욕망이 과잉될수록 자아는 고통으로 각인되고, 고통은 다시 고통을 낳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그냥 넘어가는 힘’입니다. 집착하지 않고, 발자국 사이를 넘어서는 힘 말입니다.


집착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곧 ‘주인공 의식’을 회복하는 일입니다. 이해되지 않는 사람을 내 안에서 주연으로 두지 않고, 나에게 주연의 자리를 되돌려주는 것. 미움과 이해의 노력 속에서 잃어버린 나를 다시 불러오는 것. 그것은 나 자신을 미친 듯이 신뢰하는 힘과 알아차림을 통해 일어납니다.

그것은 삶의 주연의 자리를 내가 되찾아 오는 것과 같습니다. 나를 미친 듯이 믿고, 사랑하는 힘. 그것만이 현재의 나에게 깨달음을 주며, 사랑과 사랑이 아닌 것을 구분 짓게 하고 다시 사랑으로 돌아오게 합니다.



'내가 가는 길이 곧 주연이다. 다른 사람들은 배경이다.'

그렇게 생각할 때, 나는 길이 됩니다. 사실은 사랑하고 싶었고, 친절하고 싶었으며, 두려움 없는 사랑을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러나 나와 그 사이에는, 발자국의 불연속성처럼 텅 빈 공간이 있었습니다. 그 빈 공간이 사랑의 걸음을 막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이해를 해야 한다'라는 나의 생각들이 스스로를 가두고 있었던 것입니다.




'길'이 된다는 것은, 모든 것을 계속 사랑할 수 있는 힘입니다.

지구라는 행성을 사랑한다고 해서, 그 별을 다 밟아 볼 수는 없는 일입니다. 평생을 살더라도, 그 별을 얼마나 밟아볼 수 있을까요? 아주 미세한 퍼센트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 지구라는 별을 사랑하는 것은 모든 곳에 가보지 않아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지구가 우리를 지구인으로 살아가게 해 주고, 무한한 생명력을 길러주기 때문입니다. 지구를 사랑하는 것은 지구를 다 밟아야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지구를 사랑하고 지구에서 오는 무한한 사랑의 에너지를 누리는 것은, 지구를 다 이해하는 일도, 지구를 다 밟아야만 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그저 지구의 품 안에 살아가는 것으로 이미 충분합니다.



저는 빈 공간을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 믿습니다. 사랑은 완성이 아니라, 계속 나아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해에도 때가 있습니다. 언젠가는 그를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순간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연속이 아닌 불연속, 예측할 수 없는 발자국입니다. 그 발자국이 찍히기를 여유롭게 기다리는 일. 그것이 사랑의 걸음일 것입니다.



하루를 마치고 사랑하는 이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일, 사랑하는 이를 떠올리며 기뻐하는 일. 그 모든 것이 우리를 사랑으로 이끕니다. 우리 마음속에도 사랑할 대상이 자연스레 떠오르지 않나요? 만약 잘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것은 방향을 잃은 배와도 같습니다. 사랑할 대상과 연결될 때 우리는 인생에서 가장 큰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우리가 스스로를 사랑으로 가득 채우고, 사랑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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