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키기 위한 신고

by 백안


사실 면담 전부터 나는 대충 어떤 말을 할지 알고 있었다. 이곳에서 나를 대하는 태도가 끔찍했었고, 그동안의 괴롭힘 탓에 우울증이 악화되어 있어, 눈빛만 봐도 어떤 이야기를 할지 대충 눈치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나를 그만두게 하거나 내쫓아 먼 곳으로 보내기를 원하고 있었다. 나는 면담에 들어가기 전에 녹음기를 켜고 들어갔다. 나중에 신고할 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괴롭힘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근거 자료가 필요했다.


그리고 이후에도 괴롭힘이 일어난 날과 행동들에 대해서도 일기처럼 기록하기 시작했다. 별개로, 그들의 부정수령을 증명해야 그 자료 역시 근거가 될 것이라 생각했기에 부정수령에 대한 자료도 만들었다. 약 3주간 나를 주로 괴롭혔던 직원들과 상사들의 부정수령 자료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내가 일하는 자리가 그들이 지나다니는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었고, cctv 역시도 한눈에 관찰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허위출장을 달아놓고도 뻔뻔히 cctv앞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셀 수 없이 많았다. 나는 그중 십여명에 대한 신고자료를 만들었다.


<타임라인>

2020.12.1 국민권익위원회 부정부패 신고접수를 위한 자료수집 시작
2020.12.16 노원구청 인사겁박 발생상황 녹취 및 서울시 신고
2020.12.16 국민권익위원회 본 사안 이메일 접수 (부정부패, 직장 내 괴롭힘)
2020.12.19 서울시 응답소 부정부패 신고
2020.12.23 노원구청장에게 관련사항에 대해 알리고자 면담요청하였으나, 비서실에서 연결시켜 주지 않음
2020.12.25 노원구청 감사담당관 인권청렴팀 직장 내 괴롭힘 중재요청 및 진정서 접수

그러나 사건을 접수한 이후에도 사건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최초 신고가 2020년 12월이었지만 2달이 다 될 때까지 조사관으로부터 전화 한 통도 오지 않았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으로 우울증이 악화되어 병가를 2개월간 낸 상황에서 조사가 진행되지 않는 것 같아, 속만 타들어가고 있었다.


시간만 지나고 그 누구도 적극적으로 이 조사를 하려고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사건 관련자에 대한 처벌 없이는, 내가 직장에 다시 돌아가더라도 똑같은 일만 반복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속이 까마득히 타들어 가기만 했다. 그러던 도중, 우연히 나와 인사교류를 희망한다는 중앙부처의 방호직 공무원을 알게 되었고, 그 분과의 인사교류를 추진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노원구에서는 인사교류를 방해했다. 당시 구청에는 내가 직장 내 괴롭힘 관련자들에 대해 권익위 등 공공기관에 신고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던 것 같다. 그리고, 신고취소를 종용했다. 처음에는 임용기간이 2년이 되지 않아 인사교류가 불가능하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더니, 내가 법적 근거가 없다고 따지자, 이번에는 그의 상사가 다시 전화했다. "신고를 하면 어딜 가나 낙인이 붙어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우니 신고를 취하하라"라고 말했고, 또 다른 상사는 "신고를 취소할 경우 정식으로 인사교류를 승인해 주겠다"고까지 말했다.


물론 나는 이 모든 대화들을 녹음해 두었다. 임용권을 두고 겁박까지 하던 그들이 끝까지 나의 인생을 망치게 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국민권익위원회는 '신고자호보과'라는 곳이 있어서, 증거가 명확할 경우, 신고자에 대한 보호가 이루어진다. 그들의 도움을 받아 나는 다행히도 안전하게 중앙부처(현 정부서울청사)로 이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인사교류와는 달리 부정부패 및 직장갑질에 관한 사건은 더디게 조사가 진행이 되었다. 나는 2020년 12월 첫 신고를 했지만, 2021년 4월이 될 때까지 신고사실의 진행경과에 대한 전화를 단 한통도 받지 못했다. 기다림에 지쳐 권익위에 전화해 보았을 때는, 이미 신고접수된 사건이 많아서 본인들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할 뿐이었다.

서울시 역시 마찬가지의 입장이었다. 사건의 최초 신고접수가 권익위로 되었으니, 이것은 중복접수된 사건이라 서울시로 이관된 케이스라서 진행이 느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담당자가 바뀌었다"는 등, 언제나 "즉각적인 답변은 어렵다"는 말만 돌아올 뿐이었다.


기다림은 항상 피해자의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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