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를 결심하다

by 백안


결국 2021년 초에 인사교류로 이직을 한 이후에도, 사건은 전혀 진행되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 답답했다. 나는 이미 이직을 했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사건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음 세대의 공무원들을 위해서라도, 나는 시작한 싸움의 끝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야 이 부정적인 관행이 다음 세대의 예비 공무원들에게도 답습되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나와 인사교류를 한 그에게도, 혹시나 피해가 가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구민들의 세금을 걷어 부정수당을 챙겨가는 그 악습을 막고 싶었다. 그래야 진짜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노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갈 수 있을 테니까. 누군가는 일을 하고 싶어서 밥을 굶고 투쟁을 하는데, 누군가는 밥과 술을 마시면서 당당하게 부정수당을 타가는 것이 대한민국 공무원 사회의 현주소라면, 이 나라의 미래는 없어 보였다.


공공기관이란 애초에 국민들의 세금을 운영하는 곳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보편적 복지를 위해 쓰여야 한다는 뜻이다. 비록 그곳은 나에게 초록이 동색이 돼라 강요하는 곳이었지만, 나는 동색이 되지 않았다. 대신

빛이 되기로 했다. 선례가 없다면 만들면 된다고 믿었다. 그래서 나는 최선을 다했다. 한 사람이라도 더, 이 일을 바라볼 수 있도록.


그러나 공공기관의 개입으로 사건이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이미 수개월 전에 사건을 신고했지만 감감무소식이었던, 구청 감사담당관실은 물론이고, 서울시 응답소나 국민권익위원회도 마찬가지였다. 고심 끝에 노동에 관한 기사를 쓰는 ‘매일노동뉴스’ 기자와 인터뷰를 하게게 되었다. 기자분을 만나 인터뷰를 하기로 날짜를 정하고, 동시에 한겨레 기자와도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그들에게 지금까지 겪었던 일들을 전부 토로했다. 부정수당 강요, 직장 내 괴롭힘, 임용 겁박, 신고 취소 종용, 그리고 4개월째 감감무소식인 권익위와 서울시의 대응 상황을 전하고 증거 자료들을 보내주었다.


기사는 곧 보도되었다.

한겨레 기자와 인터뷰할 적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한 사람이라도 더 이 일에 대해 알게 되면 좋겠어요, 한 곳의 구청만 이런 상황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청년들이 공무원을 관두는 이유는, 단순히 보수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보수가 적다는 것은 이미 알고 시작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보수적 문화라는 수준이 아니라 범죄에까지 가담을 하지 않으니 괴롭힘과 임용겁박까지 한다는 사실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어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겨레 기자는 이 사건을 계기로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부정수당수급문제에 대해서 특집기사로 연재취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점점 희망이 보였다. 신문에 보도가 되고 나니, 뉴스에서도 언론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 결국 2021년 4월에는 SBS 8시 뉴스와도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언론 보도된 후 하루 만에 구청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했다. 그리고 부정수령 인증 절차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출장지 사진 인증 시스템과 출입 게이트 설치 등 구체적 조치로도 이어질 것이라 발표했다. 한겨레신문 기사에서는, 초과근무/출장수당으로 쓰이던 예산이 한 달 만에 약 3억 원이 대폭 줄어들었다는 기사도 나왔다.


나는 그때 깨달았다. 누군가는 알아줄 거라 생각했던 것이 틀리지 않았다고. 비록 공무원 사회에서 관행에 동참하지 않으면 소수자가 되어 비난을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사회에서는 나의 목소리를 들어준 누군가가 반드시 있을 거라고 믿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해 낸 기분이 들었다. 내가 틀리지 않았음을 스스로 느끼는 순간, 나는 빛이 된 기분이 들었다. 세상이 어둡더라도, 내가 스스로의 빛을 밝히면 어둠은 절대로 빛을 이길 수 없다고. 그리고 그 빛을 알아보는 사람들끼리 결국 모이게 된다고. 세상을 그렇게 바뀌어 가는구나.라고..


곧이어 내가 겪었던 일을 바탕으로 국민신문고에 청원글을 올렸다.

이번 사건으로 내가 경험했던 일 중에서는, 공무원은 보편적으로 보호받기 힘든 위치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애초에 부정수령 자체를 통제할만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았던 것도 문제점으로 느껴졌다. 청원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았다.


1. 공무원들은 고용노동법상 직장 내 괴롭힘 법이 우선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충분한 보호를 받기가 어려우니 보호제도를 더 강화해 달라는 내용.

2. 부정수당 수령절차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과, 징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

3. 마지막으로는 외모나 성별표현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세 가지 내용은, 나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즉, 과녁밖에 빗나간 존재들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가장 최소한의 도구였다. 아웃사이더가 나가는 것이 아니라, 과녁을 없앨 수 없어도 함께 공존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될 터였다.


'국민청원'은 내가 수험생으로 공부했었던 한국사 카페 및, 노원구 맘카페 등을 중심으로 청원을 알렸다. 지인들의 도움도 있었다. 블로그나 사이트에 내게 쓴 청원글이 퍼져나갔다. 1주일도 안되어서 2천여 명이 연명청원을 해 주었다. 10만 명의 동의가 꼭 없더라도, 구는 사건이 마무리될 때까지 계속 감시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2천여 명의 목소리가 반영되었으니 구는 더 엄중하게 국민들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엄중한 제안이자 강력한 명령이었다.


나는 그때 소수였던 내가 더 이상 소수가 아니라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국민들은 공무원 조직 내 부정부패 사건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언제나 세상에 들어갈 자리가 없는 '후보자'로 여겨져 왔다고 믿었던 나의 삶은, 1만여 개나 넘는 댓글에서 수많은 응원과 지지를 받고 있었다. 나는 한참 동안 눈물이 흘렀다. 이 책을 쓰기로 결심한 사실도, 사실 그들의 응원과 격려에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어서였다. 나는 당신들의 관심과 응원이 없었더라면 이미 공무원 조직 안에서는 물론 이 세상에서 존재할 곳이 없었을 수도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진심으로 국민분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언제나 그들과 함께 호흡하는 대한민국 국민이자, 공무원으로 살아가겠다고.


*언론 노출

2021.4.12. 매일노동뉴스 첫 보도

2021.4.19. 한겨레 첫 보도

2021.4월 sbs 8시 뉴스 보도

2021.9월 한겨레 서울 25개 자치구 초과근무·관내출장 분석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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