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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라는 곳은 조직구조가 특이한 곳이다.
일반 회사와 달리 부장이라는 직함만 있고, 과장, 대리는 없다.
나이가 어려도 그들이 자원만 한다면 경력이 적어도 얼마든지 부장이 될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학교는 상급기관인 교육청에서 공문을 통해 지시를 받으면, 강제인듯 하면서도 공문하단에 대부분
교장선생님의 재량이 인정된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그래서 학교는 학부모님의 큰 요구사항이 없다면 교장선생님의 역량에 따라 학교의 분위기, 교사의
업무 만족도가 많이달라진다.
엄격하게 말하자면 교장선생님의 인성? 품성? 에 따라서 교사의 근무 마인드가 달라진다.
교장님께서 민주적이고 교직원들에게 따뜻하고 겸손된 태도를 지니시는 분과 일을 하게 되면 존중받으며
일을 하게되니 행복한 학교 생활이 되지만 연공서열에 (근무기간이 누적되면 급여나 위치가 올라가는데 유리해짐) 의한 기관이니만큼 꼰대 교장님이 오시면 실무자인 학교 교직원들은 정말 고구마 100개를 먹은듯 답답해져 온다.
몇년전 자신이 어릴적에 배고픔에 힘들었던 교장님께서 학생들 전수조사를 통해 가정 형편의 어려움과 부모님의 이른 출근으로 조식을 먹지 못하는 학생을 확인하고 조식을 지원하라고 하셨다.
하셨다.
나 또한 공복에 두통과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니 교장님 의견에 적극 동의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먹고 싶어하는 메뉴를 학생들이 스스로 정하고, 매일 다른 메뉴를 정해 일주일간의
계획서를 작성해 24시간 김밥전문점에 의뢰해서 매일 아침 출근길에 방금한 따뜻한 음식을 가져와 먹었다.
배가 고프니 힘이 없고 수업시간에도 학습의욕이 낮은 학생들이 밥을 먹고 수업에 참여하니 표정도 밝고
활기가 있다는 담임교사들의 얘기를 들을수 있었다.
또한 자신들이 정한 메뉴로 매일 다른 음식을 먹으니 지각횟수도 점차 줄어들고 표정도 밝아졌다.
나 또한 아침에 바빠 식사를 거를때가 많았는데 아이들이 내가 아침을 먹고 오는지 묻고는 못먹고 온다니
자기들 음식을 한 두숟갈씩 덜어서 종이컵에 담아서 나눠주곤 했다.
조식지원 학생 구성원이 기초수급자, 차상위 가정 학생들이라 받는 것에 익숙해져있던 아이들에게 나는
"너희들 덕분에 선생님이 아침도 얻어먹고 너무 고맙다! " 라고 인사해주니 아이들이 스스로 뿌듯해하는 모습도 참 보기 좋았다.
그렇게 1년동안 행복한 조식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다음해에 교장님께서 이동하시고 새로운 교장님이 오셨다.
새해 사업예산집행을 위해 계획서를 올리니 교장님께서 조식지원이 뭐냐고 물으셨고 그간에 해온 상황을 말씀 드리니
고 하셨다.
부모님이 다 동의하셨다고 말씀드렸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분의 생각은 .... 밥 한숟가락 보다 책 한자 더 읽어서 가난이 되물림되지 않도록 열심히 공부를 하자는 말씀이셨다.
아.....틀린 생각은 아니지만....그저 내 생각과는 다르다.
사람은 기본적인 식욕과 수면욕이 충족되지 않으면 학습에 집중하는것이 힘든데 어떻게 식사보다 공부에 치중하라는 것인지. 물론 등교후 4시간이 지나면 점심 급식을 먹지만 오전시간 아이들이 배고픔을 잘 버틸까?
다시 한번더 내 생각을 말씀드렸지만 그분의 교육철학에 의해 내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이들은 물었다.
정말 당연하지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나도 화가나지만 그렇다고 아이들 앞에서 교장님을 험담할수 없으니 아름답게 최대한 미화해서 설명해야 했다.
" 아...교장선생님이 너희들 아침에 공부하면 집중이 잘 된다고 독서시간에 책 한자라도 더 보면 훌륭한 사람된다고 그걸 바라시는것 같다. "
1년만에 조식이 생겼다 사라져버렸다. 새로온 교장님의 교육철학이 '틀리다' 말하고 싶지만....' 나와 생각이 다르다 . 다르다.'고 억지로 나를 세뇌시키고 있다.
아침밥은 집에서 먹고 오는것이 당연하다는 교장님의 말씀도 일리가 있지만 이 아이들의 부모님은 아이들이 깨기도 전에 일찍 일을 나가셔서 아이들이 밥을 먹는것을 보지 못하신다.
아이들은 육체의 배고픔도 있지만 , 어른인 누군가가 자신들이 밥을 먹는것을 봐주고 오구오구 해주는 사랑이 담긴 눈빛을 통해 영혼의 배고픔도 채워나가는 것인데 나와 생각이 다르신 교장님의 생각을 꺽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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