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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 라는 말보다 '그래 해보자!'

#초등학교 상담실#위클레스 #상담실#초등학교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미술시간 찰흙으로 만들기 수업을 하다 옷을 버렸다며, 울다가 상담실에 오게 되었습니다.  아이에게 왜 우는지 물어보니 "저 이제 우리 엄마한테 죽었어요 . 엄마가 이거 새옷이라고 버리면 안된다고 했거든요." 라고 대답합니다. 

 "어머니께 전화드려서 혼내지 말아달라고 부탁드려볼까?" 라고 말하니 아이가 끄덕입니다.

전화로 아이의 상황을 알리고 아이가 많이 불안해한다고 말씀드리니 어머니께서 아이와 통화하며 

 "괜찮아~ 엄마가 빨래하면 되니까 걱정말고 찰흙만들어." 라는 말을 듣고 아이는 안심하고 눈물을 닦고 교실로 돌아갔습니다. 9살 아이에게 옷을 버리면 안된다는 것이 얼마나 신경쓰이고 불편하게 느껴졌을까요.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 옷이 버려질까 조심하고 시도를 하지 않으려 했을 것입니다.

 

 예전에 응답하라 1988 에 고등학생인 덕선이가 수학여행 가는 도중 비싼 카메라를 기차에 두고 내리는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비싼 카메라를 잃어버렸으니 집에가면 엄마에게 많이 혼날거라며 울었습니다. 담임선생님께서 그 사실을 알고 공중전화로 집에 전화해 아이의 평생 한번 뿐인 수학여행을 망치게 할수 없으니 아이를 좀 달래주십사 어머님께 부탁드렸습니다. 어머님이 화를 참으시고 "그래 덕선아...게안타. 게안타. "라고 아이와 통화로 아이를 안심시킨 후 아이가 집에 돌아오니 매를 들면서 혼내시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3학년 학생 어머니도 그러시는건 아닐까 조금 걱정이 되긴 했습니다만 일단 저와의 통화때 그 나긋나긋하신 어머님의 태도를 느끼고 믿을수 밖에 없었습니다. 



 넘어지고, 쏟고 , 찢어지고, 잊어버리고 미숙하고,  많은 실수를 하는 것이 아이들입니다. 그런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어른들은 그것을 용납 못하고 어른의 잣대에 맞춰 혼낼 때가 있습니다. 

아이가 대하기 부담스러운  값비싼 물건보다 마음 편하게 움직이고 사용할수 있는 물건이 더 아이들을 위해서는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비싼 물건을 복구하기 위해선 돈이 드는데 이걸 아이들이 감당할수 없으니 뒷처리는 다 부모님, 어른이 책임져야 하니 아이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것 같습니다. 저렴해도 튼튼하고 실용적인 물건을 주면 아이들이 더럽혀도 어설프지만 자신들이 책임지도록 닦거나 씻으면 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세상에 아직도 낯설고 신기한것이 많은 아이들이 시도하고 실수하고 또 배워가는 과정을 겪어야 합니다. 

 

 저학년 학교부적응 학생들을 모아 집단상담을 실시했습니다. 첫시간 아이들이 미술도구인 크레파스와 싸인펜, 색연필을 잡고 상담실 여기저기 던졌습니다. "하지마!" 라고 말하지 않고 "그래 너희들이 재미있으면 해봐, 그런데 너희들이 한 행동이니까 너희가 지워야해" 라고 내버려 뒀습니다. 10여분간 그렇게 난리 굿판?! 을 벌이더니 이내 잠잠해 졌습니다. 40분씩 2타임 총80분간의 집단상담 동안 아이들은 70분간 벽에 찍힌 필기도구의 흔적들을 물티슈와 걸래로 지웠습니다.

집단상담 동안 모두가 함께 벽을 닦으면서 자신들이 한 행동에 대해 책임지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교안에 적혀진 첫 상담시간의 수업내용은 이렇게 아이들이 주도하고 행동한대로 변경이 되었습니다.

70분간 벽을 닦은 후 아이들이 말했습니다. "던질때는 신나고 좋았는데 그거 지우려니 팔이 빠지겠어요!"

 보호자들이 보신다면, 도대체 집단상담시간 뭘 배우지도 않고 벽만 닦고 이게 뭐냐고 말할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삶을 살아가는데 아주 중요한 것을 배웠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 내가 원하는대로 한번 해보자! 단, 내가 한 말과 행동에 대해 내가 책임을 져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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