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어준 딸
우리집 주소는 어떻게 알았지?
날 주변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어
나 무시하지마
곧 찾아간다
엄마의 엄포다
몇 년전 폭행사건 전후로
가장 듣기 거북했던 말
곧 찾아간다
하지 말아야 할 행동때문에
그 사건이 발생했던건데
설마 또 찾아오겠어?
퇴근이 한시간 정도 남은 어느 평일
아내에게 전화가 온다
싸늘하다
여보, 어떻게 해
어머님이 집으로 찾아오셨어
이게 무슨 상황이람?
아내가 전화를 끊지 않았기 때문에
전화기 너머로 상황이 그대로 전달된다
엄마의 화난 목소리가 들려온다
무슨 일이야?
......
아내는 대답이 없다
아내의 전화를 끊고 엄마에게 전화를 해본다
역시 받지 않는다
바로 딸에게 전화를 했다
다행히 딸이 전화를 받았다
아빠, 할머니가 엄마를 혼내고 있어
할머니가 어떻게 집에 들어온거야?
내가 문을 열어줬어
딸이 문을 열어줬다고?
상황은 이랬다
딸이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
1층에서 엘레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할머니가 공동현관문을 통해 1층으로 들어온 것이다
할머니와 같이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와서
딸에게 현관문을 열라고 시킨 것이다
그러니 아내가 대비할 수 있는 상황이 안된 것이다
딸은 자기 방에 있다고 했고
오빠는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일단 전화를 끊고
바로 112에 신고를 했다
예전 사건을 짧게 언급하며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
빨리 집으로 가달라고 했다
다시 딸에게 전화를 했는데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리고 바로 딸에게 문자가 왔다
무서워서 소리를 못 내어서 문자를 보내는 것이다
오빠도 집으로 돌아왔고
거실에 함께 있다고 했다
엄마는 아내와 아들에게
자신이 폭행당시 찍어둔 사진을 보여주며
손자에게 니 엄마가 이런 사람이다
너 결혼식 할때 할머니가 이거 가지고 갈거다 라며
그 날의 기억을 다시 꺼내고 있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아들은 그간 말을 꺼내지 않았을 뿐이지
당시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아들은 할머니에게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라며
저 같아도 그랬을 것 같아요 라고 했고
할머니는 갑자기 말이 끊어졌다고 했다
그 와중에 경찰이 도착했고
딸이 현관문을 열어줬다
출동한 경찰분이 나에게 전화를 다시 하셨고
지금 서로 분리중에 있다고 하시면서
한가지를 물어보셨다
"처벌을 원하시나요?"
"예"
경찰은 엄마를 집 밖으로는 데리고 나갔지만
엄마는 1층에서 완강히 버텼다고 한다
수십분을 실강이 하다
결국엔 택시를 타고 돌아간 후에
상황종료가 되었다고 연락을 받았다
주거 침입죄
처벌을 원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출동한 경찰분께서 일단 사건을 경찰서로 접수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얼마 후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러 나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경찰조사
벌써 두번째다
대부분 사람들은 살면서 한번도 겪기 힘든 경험인데
아내와 또 경찰서에 가야한다
속상하지만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이제는 가족 안에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으로 온 것이다
평일에는 내가 시간을 낼 수 없었는데
형사님께서 주말에 와도 괜찮다고 하셔서
조사는 일요일에 이루어졌다
나는 내 폰에 남아있던 카톡과 사진들을 전부 출력했다
엄마의 폭언과 협박에 대한 기록들이다
지우고 지워서 최근 두달 정도의 기록인데도
출력해보니 수십장이다
조사는 한시간 정도 받은 것 같다
나는 조사실에 입회는 허락해주셨지만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발언은 할 수 없었다
형사님은 조사를 마친 후
아내에게 신변보호형 스마트워치를 지급해주셨다
언제든 상황이 생기면 사용하라고 하시면서
그리고 임시보호조치를 법원에 신청해 주실거고
엄마에게 전화해서 허락없이 집으로 찾아오는 행동은
처벌이 따른다는 이야기를 해주신다고 했다
또
피해자의 주거지 순찰도 특별히 포함된다고 하셨다
해당 조치는 임시적인 거라
필요하면 정식으로 법원에 신청하란 말도 덧붙여주셨다
피해자보호명령제도
공부를 시작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