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와 피고로, 법정에서
14일이라는 시간은 길지 않다
청구서의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하려면
준비할 자료도 많았다
퇴근 후 일상이 바뀌었다
저녁을 먹고 가족들이 잠자리에 들 시간이면
나는 가방을 메고 집근처 스터디카페로 향했다
청구서 내용을 반복해서 읽고
답변서(준비서면)를 어떻게 준비할지 고민하고
증거목록 들을 차분히 정리했다
그러다 집에 오면
새벽 1시가 조금 넘는다
바로 잠들기가 쉽지 않아
편의점에 들러 소주한병과 간단한 안주거리를 사오는 날이 많았다
좋지 않은 과거의 기억들을
계속해서 꺼내는 일이 큰 스트레스였다
2주가 채워지기 전
준비서면을 법원에 제출했다
그리고 얼마 후
검찰에서 아내에게 연락을 했다
주거침입죄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 되고 있는 단계에서
처분을 내리기 전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전화였다
엄마는 100만원 벌금을 처분받았다
그리고 또 얼마 후
부양료 심판청구에 대한
'조정기일'이 잡혔으니 출석하라는 통지가 왔다
조정기일에 대해 검색했다
양측을 출석시켜 조정위원이 이야기를 듣고
일종의 합의를 보게하는 자리란다
대면 자체도 싫은데
합의를 해야 한다니
검색을 하다보니
"조정기일에 꼭 출석해야 하나요?"
라는 질문이 많이 보인다
그 질문들에 대한 답변은
나를 불출석하게 만들었고
조정기일 당일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
문서가 송달되었다
상대방과 상대방의 변호인은 출석하였고
당사자의 이익 등을 고려해서
매월 40만원을 지급하라
라는 결정이었다
조정기일에 불출석 하는 것이
나에겐 더 손해였던 것이다
다음날 바로 이의신청을 했고
곧이어 심리기일이 잡혔다
그 사이에
나는 법원에 피해자보호명령 청구를 하였다
임시보호조치 명령은 최대 6개월이다
처음 2개월 그리고 연장 기간이 곧 끝나가기 때문이었다
부양료 심판청구는 엄마의 관할 소재지 법원
피해자 보호명령 청구는 나의 관할 소재지 법원
스터디카페 생활도 벌써 몇달째다
생활리듬도 많이 깨지고
새벽에 술을 먹는 날도 계속 이어졌다
참 많이 답답했다
언제까지 해야하나
끝나긴 하는건가
심리기일에 대한 준비를 시작했다
심리기일은 피할 수 없다
대면도 해야한다
판사님의 예상질의 목록을 만들고
답변내용도 만들었다
드디어, 그 날이 왔다
배웅하는 아내는 애써 웃고 있다
나도 애써 웃으며 빨리 다녀오겠다고 했다
법원까지는 운전하면 한시간 반
나는 운전대를 잡는 대신
기차표를 예매했다
맨정신으로 운전하기 힘들것 같았다
심문시간은 11시 30분
법원 주차장에는 11시 정도 도착했지만
바로 올라가지 않았다
마주치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법정 앞 대기공간은
아내의 폭행사건때 한번 가본적이 있어서
머릿속에 그려진다
한숨을 길게 쉬고
차에서 내렸다
1층, 2층, 3층, 4층, 5층
엘레베이터는 왜 이렇게 빨리 올라가나
법정 앞이다
엄마는 담당 변호사와 먼저 도착해 있었다
아주 잠깐 눈이 마주쳤고
나는 적당히 떨어진 의자에 앉았다
경제적 능력이 없어서 부양료 심판청구를 했는데
변호사가 있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얼마 후 법원 직원분이
출석을 확인하면서 법정 앞에서 대기하라고 하셨다
덕분에 거리가 가까워졌지만 최대한 눈은 피한다
그리고 법정에 입장했다
TV나 영화에서만 보던 곳
생각보다 크지 않다
판사님께 정중히 인사드리고 내 자리에 착석해서
준비한 자료들을 주섬주섬 꺼냈다
판사님은 무엇을 물어보실까
실수하지 말자, 실수하지 말자
속으로 계속 다짐했다
판사님께서도 양측의 출석을 확인하셨고
그간 경과들을 짚어주셨다
나에겐 제출한 증빙자료에 대하여
"정리를 잘하셨습니다" 라는 코멘트를 주셨다
다른 질문은 없었다
심문 종결여부를 물으셨는데
엄마측 변호사가
내 소득자료를 더 확인하고 싶다는 요청과
심리기일 열흘전에 내가 제출한 준비서면에
반박 준비서면을 제출하겠다고 했다
판사님께서
말씀하셨다
속행하겠습니다
그렇게 심문이 5분도 안되어 끝났다
나는 빠르게 가져온 자료를 다시 가방에 넣고
판사님께 인사를 드린 뒤 법정을 빠져나왔다
법원에서 조금 더 멀어진 후에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내는 이미 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