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살기
I want to live and feel all the shades, tones and variations of mental and physical experience possible
in my life.
난 내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정신적, 육체적 경험의
모든 음영과 색조와 변주를
살아내고 느끼고 싶다.
- Sylvia Plath
책을 읽으며 밑줄을 치게 되는 문장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다. 내 마음에 조용히 스며드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마음 한 구석을 갑자기 툭 하고 건드려버리는 문장도 있다. 또, 위의 인용구처럼 내 마음에 직격탄으로 꽂히는 문장도 있다.
꽂히는 문장은 뭐가 다를까? 그동안 내 머릿속에서는 형체 없이 널브러져 있기만 했던 생각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정확한 글자로, 그리고 내 머릿속에 있던 것보다 훨씬 더 멋진 표현으로 쓰인 걸 봤을 때다.
'내가 생각했던 게 딱 이거였는데.'
실비아플라스의 문장을 보고 든 생각이다.
정신적 경험
#1. 연인과의 갈등을 대하는 자세
여기 서로의 연애에 대해 고민을 나누고 있는 두 여자가 있다. 한 명은 본인이 남자친구에게 서운함을 느끼고 있고, 한 명은 바로 전날밤에 남자친구로부터 서운하다는 말을 듣고 왔다. 한쪽은 서운하고, 다른 한쪽은 서운하게 만든 상황. 그렇다고 여자 둘이 사귀는 게 아니니, 아무리 토론을 해도 명쾌한 답이 나올 리 없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재밌는 거 아닌가?'
너를 서운하게 만들 의도는 조금도 없었는데. 전 날의 상황을 떠올리면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지만, 동시에 이상한 생동감이 들었다. 설렘, 애정, 편안함, 안정감처럼 보기에 예쁜 감정만 사랑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날 처음으로 전에 해본 적 없던 생각을 했다. 대화의 화두였던 서운한 마음이나, 나로 인해 생긴 상대의 서운함을 이해해 보려고 하는 마음이 오히려 진짜 사랑일 수도 있겠다고.
사랑이 멸종 위기라고 말하는 세상에서 누군가 내게 기대를 하고 실망감까지 느낀다는 건, 어떻게 보면 답답해할 일이 아니라 감사해야 할 일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모든 사고의 과정에서, 내가 지금 여기에 살아있다는 게 선명하게 느껴졌다.
육체적 경험
#2. 몸살감기를 대하는 자세
필리핀 세부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던 날, 인천국제공항에 발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몸살 기운이 나를 감싸기 시작했다. 휴가가 끝나면 밴쿠버로 돌아가 직장인의 삶을 다시 살아가야 하는데, 일 년에 한 번 걸릴까 말까 한 감기라니.
몸 신경 쓰면서 적당히 놀 걸 후회했을까?
정확히 그 반대였다.
| 2026.1.26 일기
몸살이 왔다는 건, 몸을 혹사시킬 정도로 놀고 일했다는 증거겠지? 내게 주어진 휴가를 최대치로 만끽했다는 증거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좋다.
몸은 아팠지만 마음만큼은 가벼웠다. 그 시간을 온전히 살아냈다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그냥 적당히 놀다 온 게 아니라, 몸에 무리를 줄 만큼 최대한으로 즐겼다는 뜻이니까. 그래서인지 후회가 없었다. (조금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감기몸살의 아픔보다도 크게 느껴진 건, 이번에도 역시나 내가 살아있다는 감각이었다. 그 생동감이 좋았다.
이 세상에 내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이 100개가 있고 그중 좋은 감정이 30개라고 하면, 오로지 30개의 감정만 느끼며 살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나머지 70개는 내 인생에 아예 들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느껴본 감정의 수가 늘어날수록 내 삶의 색은 더 선명해진다는 걸.
내 인생의 목적은 ㅡ 내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정신적, 육체적 경험의 모든 음영과 색조와 변주를 살아내고 느끼기 위함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명암을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전부 다 겪고 통과하고 싶다. 좋은 것이든, 불편한 것이든.
중요한 건 내가 지금 여기에 존재한다는 느낌이다.
오늘의 질문
Q1. 나는 어떤 감정을 피하려고 하면서 살고 있나요? 그 이유는?
Q2. 최근 “살아있음”이 생생하게 느껴진 순간은 언제였나요?
Q3. 내 인생의 목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