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라는 말로 미뤄왔던 일
지금까지 다뤘던 물음표 중 가장 비현실적으로 들리지만, 나는 이번 질문이 전체 목차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질문 Top 3 안에 든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누가 봐도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지는 질문을, 나는 어떤 이유로 가장 중요한 질문으로 꼽는 걸까?
Self Q&A : 나 사용 설명서 20화는, 내 마음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다.
| 돈이 무한히 있다면 무엇을 할까?
돈이 무한히 있다는 건 어떤 느낌일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질문을 조금 변형해 봤다.
| 돈을 벌지 않아도 되는 상태라면, 나는 어떤 일을 가장 하고 싶어 할까?
조금씩 질문의 의도가 파악이 되고 있다. 이때 말하는 일이,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조금 더 극단적으로 바꿔보았다.
| 내가 일 년 뒤에 죽는다면, 나는 내일 무엇을 할까?
이제는 완전히 대답할 수 있었다.
2024년의 어느 날
평소와 다를 것 없던 일요일 밤, 나는 다음 날 출근을 준비하며 욕실에서 샤워를 하던 중이었다.
'뜨거운 물로 한 번만 더 씻고 나가야지.'
그 순간, 갑자기 두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눈앞이 아득해졌다. 이대로 쓰러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샤워기 헤드를 붙잡고 그대로 욕조에 주저앉았다. 집에 같이 있던 친구의 부축을 받아 몸의 물기만 대충 닦고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으니, 다행히 언제 그랬냐는 듯 괜찮아졌다. (아직까지도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다.)
그날 밤, 전에는 해본 적 없던 죽음에 대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먼저 이 점을 짚고 넘어가고 싶다. 욕실에서 쓰러질 뻔한 날은 내가 밴쿠버에서 유학 상담일을 시작한 지 3-4개월쯤 되었을 때였다. 마침내 1인분의 몫이 가능해진 캐나다에서의 첫 정규직, 나라는 사람의 성향과 딱 맞아떨어지는 직무, 그리고 그토록 원했던 자율성이 충분한 환경.
나는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좋아하는 일과 내게 맞는 근무환경까지 찾았으니, 한 동안은 더 바랄 게 없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욕실 사건이 있던 밤, 나는 파워 N답게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기 시작했다. 만약 내가 죽는 날이 정해지면, 나는 회사를 갈까? (살면서 쓰러질뻔한 적이 처음이라, 자연스럽게 죽음을 떠올리게 됐다.)
내 대답은, 안 간다였다.
'그럼, 출근 대신 뭘 하고 싶은데?'
'언젠가'라는 말로 미뤄왔던 일
내게는 간절히 원하는 동시에, '언젠가'라는 허울 좋은 말로 여태껏 미뤄왔던 일이 있다. 그건 바로 여행지에 가서 글을 쓰는 일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글을 쓰기 위한 여행을 가는 것이다. 연재 초반에 언급한 것처럼 내 마음속 가장 큰 꿈은 여행작가로 살아가는 것이니, 놀랍지도 않은 답변이다.
사실 글은 어디에서도 쓸 수 있다. 지금 살고 있는 밴쿠버에서도 주기적으로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있으니까.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조금 다르다. (혹은 복잡하다.)
나는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가고 싶다. 새로운 장소, 새로운 만남, 새로운 관점. 그렇게 철저한 여행자의 시선으로 완전히 새로운 글을 쓰고 싶다.
이토록 하고 싶은 일을 '언젠가'라는 말로 미뤄오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 수중에 있는 돈이 (오늘 글의 제목과 반대로) 유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돈은 언제든지 다시 벌 수 있고 또 모을 수 있지만, 글은?
그 순간의 나만 쓸 수 있는 글이 있을 텐데, 글이야말로 유한한 게 아닌가?
그럼 나는 이 일을 더 미뤄야 할 이유가 있을까?
오늘의 질문
Q1. 돈을 벌어도 되지 않는 상태라면, 가장 먼저 할 것 같은 일은?
Q2. 1년 뒤에 죽는다면, 남은 일 년을 어떤 일로 채우고 싶나요?
Q3. 그 일을 지금 당장 하지 않는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