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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 am as I am Oct 21. 2023

일종의 가면을 씌우는 것

감정 노동과 감정 폭력으로부터 벗어나 인간의 창의성을 발현하자

감정폭력

어떤 대화 중에 "한 사람에게만 부정적 감정을 털어놓는 것은 '감정 폭력'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부정적인 감정은 여러 사람에게 조금씩 나누어서 전달해야 한 사람에게만 폭력적으로 가해질 수 있는 부정의 에너지가 분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람에게는, 이러한 고민을. 저 사람에게는 저러한 고민을 분산해서 털어놓고 해소하는 방법이 내면의 부정적 감정을 잘 다루는 법이라는 것이다. 특히, 타인의 평가와 시선에 유독 민감한 한국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외부적인 관계에서는 내가 외부로 어떻게 비칠지 판단이 두렵기도 하고 어떤 감정은 너무 사적인 영역 같아서 꺼려지기도 하고 어떤 감정은 부끄럽기도 해서 쉽사리 털어놓지 못하는 반면에, 내부적인 관계(가족, 연인)에게는 같이 공유되는 공간과 시간이 많고 타인의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이유로 슬픔과 괴로움, 불안, 분노 등의 감정을 정화되지 못한 방식으로 집착 또는 폭력으로 좀 더 쉽게 표출되기도 하는 것이다. 한 사람에게만 부정적인 감정을 풀어내는 것이 '감정 폭력'이라는 말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대체로 슬픔, 괴로움, 불안, 두려움 등의 감정을 타자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꽤 어색하고 불편하기도 하고, 상대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을 해왔었다. ‘강하다’는 이미지로 나를 무장하고 엄격하게 부정의 감정을 컨트롤하는 쪽이 좀 더 편한 사람이었는데 슬픔, 괴로움, 불안, 두려움의 감정들을 여러 사람들에게 분산시켜서 덜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앎의 계기가 되었다. 만약, 특정 그 한 사람에게 행한 나의 털어놓음이 저 말처럼 '감정 폭력'은 아니었기를 진심으로 바라 본다. 내가 나 스스로 살아온 방식에 따라서 슬픔과 괴로움을 해소할 수 있는 나만의 설루션이 있다면, '그렇게 살아야 한다.'라는 일반적인 시스템 상에서의 행동 방정식이 있다고 해서 억지로 그것에 나를 적응시켜 나가기보다는, 내 입장에서 좀 더 익숙하고 편한 쪽으로 '이대로도 좋다.' 하며 받아들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다수가 대체로 옳다는 것이 있다면 어느 정도는 수용을 하되, 내가 홀로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슬픔, 괴로움, 불안, 두려움들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깊은 우물에 빠지지 않도록 내면에서 긍정적인 스토리텔링으로 극복해 나가는 것이다. 과거는 결코 우리 미래를 정의하지 않는다.

링크드인을 통해서 매일경제의 윤선영 연구원이 쓴 수전 케인의 <비터 스위트 Bitter Sweet> 책 리뷰 기사를 보게 되었는데 수전 케인은 '기업들이 긍정적인 사내문화 형성에 중점을 두는 것은 직원들에게 일종의 가면을 씌우는 것이다.'라면서, 리더는 '강해야 한다.'라는 생각에 부정적 감정을 직원들과 나누는 것을 피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 내 부정적 감정을 표출하는 사람은 "부정적인" 사람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다수 있는 것 같은데, 수전 케인의 말처럼 '강하다'는 말의 재정의도 필요하고, 부정적인 감정의 표출이 인간의 창의성 발휘를 이끄는 긍정적 요소가 된다는 말도 다시금 생각해 볼 만한 주제인 것 같다. 고독함과 괴로움, 슬픔, 두려움, 불안과 같은 감정들에 너무 깊이 빠지지 않도록 통제하면서, 적당한 깊이에서 충분히 느끼고 헤어 나올 수만 있다면 그 잔잔한 고독의 파동 속에서 직관 Intuition 이 발현되고 직관을 따라 감각을 깨우고 몰입한다면 그것이 예술이고 창조의 시작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감정노동

'비터 스위트(원제 Bittersweet: How Sorrow and Longing Make Us Whole)'의 저자 수전 케인은 매일경제 MK 비즈니스 스토리와의 인터뷰에서 "전 직원이 행복하고 긍정적으로 보이면 그 기업은 직원들에게 진짜 아무 문제가 없다고 여긴다"며 "이 때문에 기업들은 긍정적 사내문화 형성에 더욱 집중한다"라고 주장했다. 수전 케인은 "기업들이 긍정적 사내문화 형성에 중점을 두는 것은 직원들에게 일종의 가면을 씌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정적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인간의 창의성 발휘 등을 이끄는 긍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



―'리더는 강해야 한다'라는 생각에 부정적 감정들을 직원들과 나누는 것을 피하는 리더도 있다. ▷그렇다. '강함'을 재정의해야 한다. '강하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단 한 번도 애통함을 느껴 본 적이 없거나, 누군가에게 배신당해 본 적이 없거나(그래서 분노를 경험한 적이 없는), 누군가를 잃어본 적(그래서 슬픔을 느낀 적이 없는)이 없는 게 '강함'인가. 이런 감정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을 나는 알지 못한다. 이 때문에 슬프고 애통한 감정을 개인이 성장하고, 타인과 연결하며,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게 연결하는 것을 '리더의 강함'이라 재정의해야 한다.



개인이 진짜 느끼는 감정이 아닌 다른 감정을 얼굴에 드러나게 하는 것이 감정 노동이다. 이는 매우 피곤한 일이다.



―누군가 직장 상사나 동료에게 부정적 감정을 공유했다고 가정해 보자. 리더나 동료는 해당 사람이 부정적 감정을 없애는 데 도움을 줘야 하나. ▷딱히 그렇지는 않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이야기를 들어주며 공감받는 자체에 큰 위안을 느낀다. 감정 노동(emotional labor)이란 개념이 있다. 개인이 진짜 느끼는 감정이 아닌 다른 감정을 얼굴에 드러나게 하는 것이 감정 노동이다. 이는 매우 피곤한 일이다. 이런 감정 노동을 하지 않고 개인의 진짜 감정을 표출하고 타인이 이를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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