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가 만든 21세기 신문명 + 누드 크로키 + 홍상수 감독 <우리 선
7년 전, 유튜브를 리브랜딩을 위한 디지털 마케팅 빅캠페인의 메인 광고 매체로 진행했었던 때만 해도 한국에는 아직까지 요즘처럼 동영상이 주류 미디어도 아니었고, 유튜브 영향력이 크지 않았고 파워 유튜버라고 할 만한 채널도 대도서관 정도 언급 되었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파워 유튜브 시장이 대중적으로 활성화되고 콘텐츠 플랫폼으로서 고도 성장하고 있었으나, 한국에서는 유튜브 플랫폼 성장이 주춤주춤 했었기에, 한국인 특성상 적극성이 부족하고 shy 해서 수줍음이 많고 남들 앞에 서는 것과 튀는 것에 대해 보수적인 문화를 가진 민족이라 한국시장에서 유튜브가 과연 해외처럼 성장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는 업계 여론들이 존재했었다.
그렇게 한 해 두 해가 흐르고 구글에서 몇몇 유명세를 타던 유튜버를 앞세워 동대문 DDP에서 대규모의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공격적인 홍보와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우려들을 다 뒤집어 버리고 한국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증명하며 유튜버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들을 통해 수요와 공급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키는 모멘텀들을 만들어 냈었다. 그러니, 요즈음처럼 초등학교 장래 희망에 “파워 유튜버” 가 등장하게 된 것이 사실 고작 약 5년 정도 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얼마나 놀라운 시장의 변화와 혁신을 만들어 낸 것인가?
Shy 하다던 한국인의 인종 특성마저도 “관종”, “밈 meme” 과 같은 신종 트렌드가 생겨나면서 더 빠른 속도로 Real world 현실 세상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던 많은 일반인들이 유튜브 채널의 콘텐츠 소비자에서 콘텐츠 생산자로 전환되고 있다. 공중파에 출연했던 연예인&셀럽들을 제치고 더 많은 인기와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유튜버들도 생겨나며, '유튜버'라는 것이 단순히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는 포지션 타이틀이 아닌 '직업' 으로서의 고유명사로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와 성장의 과정들을 마케팅 업계의 트렌드 세터 포지션에서 플랫폼과 시장, 소비자의 변화를 가까이에서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지켜봐 오면서 이것이 어쩌면 기존의 시대적 패러다임과 삶의 가치관으로부터 해방되어 완전히 새롭게 짜이는 21세기의 신생 문명 형성 과정이 아닌가 싶었다. 고대 문명의 발상지가 이집트, 인도, 중국, 메소포타미아였다면, 21세기의 신생 문명은 시대적 트렌드와 기술의 발전에 따라 지구상의 오프라인 지역이 아닌 디지털 상의 클라우드라는 가상공간에서 탄생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애플의 비전 프로 공개를 통해 “세계 최초 착용형 공간 컴퓨터”라는 새로운 개념의 시장이 열렸고 MR 가상 세계와 생성형 AI와 같은 기술은 앞으로 또 어떠한 새로운 문명들을 탄생시키게 될까?
20대에는 누드크로키도 오프라인 화실 공간에 가야만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유튜브에서 크로키를 할 수 있는 콘텐츠들이 분 단위로 구성되어 업로드가 되어 있어서 화실을 가지 않아도 그려야 하는 대상들을 언제든지 마음껏 무한하게 모니터를 보며 그릴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러한 채널들이 있다는 것을 ‘이연’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알게 되었는데, 유튜브 누드크로키 영상을 보면서 오래전 기억을 되살려 무작정 크로키를 해보았다. 그냥, 머리를 식히고 싶거나 집중과 몰입의 순간을 통해 릴랙스를 하고 싶을 때 ‘그림이나 그려볼까?’ 하며 스케치북을 열게 되는 것 같다. 손으로 하는 창작활동은 무던해진 감각을 깨우고 뇌를 맑고 단순화하는데 도움이 되는 활동인 듯싶다. 유튜브 플랫폼이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얼마나 많은 영역에서 비대면의 이점들을 실현시켜 주고 있는 것인가? 크로키를 그려 가며 감탄을 하게 된다.
20대에 예술 영화와 고전 영화들을 챙겨 봤었는데, 종로 낙원상가 허리우드 극장과 광화문에 시네큐브를 자주 애용했었다. 거기에서 홍상수 감독 영화를 처음 접하게 되었고, 매우 지극히 일상적인 배경(술집, 산책길, 대학 캠퍼스, 경복궁/창덕궁)에서 날 것 같은 대사들이 웃기기도 하면서 그 안에 내포된 인생의 paradox 모순과 부조리, 아이러니함이 공감되면서 굉장히 사소한 대화와 에피소드를 통해서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소재와 스토리텔링 방식이 참 흥미로웠던 것 같다. 그 이후로는 홍상수 감독 영화가 개봉되면 거의 다 챙겨봤던 것 같다. 문득, <우리 선희>의 한 장면인 이선균의 “파고 파고 파고” 대사가 다시 듣고 싶어서 유튜브에서 클립 영상을 찾아보았다. 어쩌면 요즈음 갓생 살기나 습관 챌린지 트렌드의 “하고 싶은 것을 꾸준히 하세요.”라는 메시지들과 일맥상통하는 의미가 담겨 있는 대사 같다. 이선균의 대사와 정재영의 대사까지 말이다. 끝까지 파고 가고 파고 가서 나를 안다는 것은 내가 뭘 원하는지 아는 것이면서 동시에 내가 무엇을 못하는지 아는 것이다. 결국은 이것이든 저것이든 나를 알게 되는 것이겠지. 그게 삶의 가장 큰 목적이 아니었던가? “나는 누구인가?”